산과바다
선사의 선시
兒庵惠藏(아암혜장) (1772~1811)의 禪詩 (1)~(10)
● 兒庵惠藏(아암혜장) (1772~1811. 字 無盡, 八得. 號 蓮坡, 兒庵. 法名 惠藏, 俗名 金弘祚. 全南和順 出生)
(1) 群山磊落出雲中(군산뇌락출운중) : 뭇 山이 우뚝우뚝 구름 밖으로 솟구치고
群山磊落出雲中 ~ 뭇 山이 우뚝우뚝 구름 밖으로 솟구치고
返照橫時面面紅 ~ 저녁노을 비끼니 山의 얼굴 붉디붉다.
漁子時來收釣網 ~ 漁夫들은 때맞춰 낚시 그물 거두는데
刺桐花落有南風 ~ 엄나무 꽃잎들이 바람에 떨어지네.
석양 무렵의 산중 분위기를 잘 묘사해 놓은 시이다. 사람이 순수한 자연에 돌아가면 그때가 선이 되는 것이 아닐까? 탐(貪).진(瞋).치(癡)에 흔들리는 마음이 되지 않고 순수한 마음 그대로 보거나 들으면 詩心이 되고 禪心이 되리라.
* 아암혜장(兒菴惠藏, 1772~1811)이 남긴 <아암유집>에 수록된 시는 <산거잡흥> 등 자연을 읊은 시가 주를 이룬다. 위의 시도 <산거잡흥> 가운데 들어 있는 20수 가운데 하나다. 아암은 교학에 밝았으며 연담유일(蓮潭有一)과 운담정일(雲潭鼎馹)의 가르침을 받고 두륜산 대흥사에서 강석(講席)을 맡았었다.
(2) 山居雜興(산거잡흥) 2 : 산속의 사소한 흥취
一簾山色靜中鮮 ~ 주렴 가득 山빛이 고요 속에 신선한데
碧樹丹霞滿目姸 ~ 푸른 나무 붉은 노을 눈에 가득 곱구나.
叮囑沙彌須䰞茗 ~ 사미를 시켜서 茶를 끓여내게 하니
枕頭原有地漿泉 ~ 머리맡에 原來부터 地漿 샘이 있었지.
(3) 山居雜興(산거잡흥) 4 : 산속의 사소한 흥취
瀟灑禪房白日長 ~ 말쑥한 禪房에 하루해가 아주 긴데
敝麻衫子破筠牀 ~ 다 헤진 베적삼에 대 침상도 부서졌네.
年來不讀伊川易 ~ 올 들어 伊川易(이천역)은 아예 읽지 않으면서
思殺慈明與仲翔 ~ 慈明과 仲翔易(중상역)만 곰곰이 생각하네.
(4) 山居雜興(산거잡흥) 5 : 산속의 사소한 흥취
何處靑山不寂寥 ~ 어느 곳 靑山인들 寂寞(적막)치 않으랴만
原來形跡未能消 ~ 原來의 자취를 다 없애지 못하였네.
迢迢一念西天外 ~ 아득한 한 생각은 西域 하늘 밖에 있어
那得騰空渡索橋 ~ 어이해 虛空 솟아 줄 다리를 건너갈꼬.
(5) 山居雜興(산거잡흥) 14 : 산속의 사소한 흥취
澹靄殘陽照上方 ~ 엷은 노을 남은 볕이 절집을 비추이니
半含紅色半含黃 ~ 半쯤은 붉은 빛에 半쯤은 누런 빛.
淸茶一椀唯吾分 ~ 맑은 茶 한 砂鉢(사발)이 다만 내 分數거니
羶臭人間盡日忙 ~ 누린내 나는 世上 온 終日 바쁘구나.
(6) 山居雜興(산거잡흥) 18 : 산속의 사소한 흥취
巖角仙花著數重 ~ 바위 구석 어여쁜 꽃 몇 겹으로 달렸는데
土人道是木芙蓉 ~ 이곳 사람들 蓮꽃이라 말하여 주는구나.
一枝斜展空中去 ~ 한 가지 비스듬히 空中으로 뻗어가서
微礙前山玉筍峯 ~ 앞산의 玉筍峯(옥순봉)을 살짝 덮어 가려주네.
(7) 長春洞雜興呈李使君台升十二首(장춘동잡흥정이사군태승십이수) : 장춘동 잡흥. 李使君 台升(태승)에게 드림
其八
金塘澗勢自瀠洄 ~ 金塘浦 물길 형세감돌아 흘러드니
芳草垂楊一洞開 ~ 수양버들 풀 우거진 골짝 하나 열렸구나.
春入雲山長不出 ~ 봄이 온 구름 산에서 나올 줄을 모르는데
水流人間定無回 ~ 人間으로 흐르는 물 돌아옴이 없구나.
行持硯匣時濡筆 ~ 길 떠나도 硯匣(연갑) 지녀 때로 붓을 적셨고
坐擁茶爐試畵灰 ~ 茶 火爐 끼고 앉아 재에 劃을 긋곤 했네.
昔與琴湖游此岸 ~ 예전에 琴湖와 함께 이 기슭에 놀러와
幾年玄觀賞桃來 ~ 몇 年을 玄觀으로 桃花 感賞 왔었지.
* 李台升은 惠藏이 茶山과 함께 가장 가까이 지냈던 술親舊였다. 惠藏의 詩名이 서울까지 널리 퍼지게 된 것은 李台升 때문이었고, 惠藏이 술로 일찍 世上을 뜬 것도 그의 탓이 없지 않았다.
(8) 贈加里浦節制金公宗煥(증가리포절제김공종환) : 가리포 節制 金宗煥 公에게
旅館相逢破寂廖 ~ 旅館에서 서로 만나 寂寥(적요)함 깨뜨리고
繫舟灘石共逍遙 ~ 여울 바위 배를 매고 함께 逍遙 했었네.
秋深古島山容瘦 ~ 가을 깊은 옛 섬에 山 모습 瘦瘠(수척)하고
風積平湖水勢饒 ~ 바람 많은 平湖에는 물의 形勢 넉넉하다.
已具茶湯遲半日 ~ 茶湯(다탕)을 갖춰 놓고 半 나절을 더디 놀다
更將燈燭話中宵 ~ 다시금 燈燭 밝혀 한밤까지 얘기하네.
殘經見解元無實 ~ 잔경에 對한 見解는 애초에 實이 없어
慚愧多年但問橋 ~ 여러 해를 가는 길만 묻고 있음 부끄럽다.
* 寂寥(적요) : 적적하고 고요함
(9) 盡日(진일) : 온종일
幽棲盡日閉松門 ~사는 곳 온 終日 松門을 닫아거니
石泉依然栗里邨 ~ 돌샘은 변함없는 률리의 마을일세.
一塢雲中忘甲子 ~ 온 언덕 구름 속에 歲月을 다 잊었고
兩函經上度朝昏 ~ 두 상자의 經典 위로 아침저녁 지나간다.
竹間茶葉將舒舌 ~ 대숲 사이 茶 잎은 將次 혀를 펴려하고
墻外梅枝已斷魂 ~ 울 밖의 梅花가지 이미 애를 끊누나.
林下邇來成寂寞 ~ 숲 아래 가까이 와 적막함을 이루니
禽啇志操有誰論 ~ 새가 志操 있음을 뉘 있어 論하리오.
(10) 籜翁歸後索詩甚勤 又寄一篇(탁옹귀후색시심근 우기일편) : 탁옹이 돌아간 뒤 시를 몹시 부지런히 요구하므로 또 한 편을 보낸다.
深嗟肉眼不知君 ~ 肉眼으로 그대를 못 알아봄 嘆息하니
山斗高名耳但聞 ~ 太山北斗 높은 名聲 다만 귀로 들었었네.
佛地今無龍象會 ~ 佛地에는 이제 와 룡상회가 없느니
宮池舊是鳳凰羣 ~ 宮闕 蓮못 예전엔 봉황의 무리셨네.
孤蹤遠抵金陵海 ~ 외론 자취 멀리 이곳 금릉바다 이르시매
一夢長歸漢水雲 ~ 꿈속에선 언제나 구름처럼 漢水 돌아가리.
方外交情還爛漫 ~ 方外의 友情이 다시금 爛漫(난만)하니
詩中戒語正殷勤 ~ 詩 속의 境界의 말 참으로 殷勤(은근)하구료.
* 籜翁(탁옹)은 茶山 丁若鏞의 別號다. (둘의 交分이 깊었다) (籜. 대껍질 탁)
* 自身이 첫눈에 茶山을 알아보지 못했던 일을 부끄러워하며, 둘 사이 方外의 交情을 기꺼워한 內容이다.
太山北斗와 같은 名聲으로 大闕(대궐)의 鳳凰(봉황) 같은 存在였던 茶山이 멀리 康津 바닷가로 귀양 와서 외로이 지내는 슬픔을 慰勞했다. 茶山은 걸핏하면 惠藏에게 詩를지어 보낼 것을 要求했던것 같다.
이 詩는 茶山이 元來 惠藏에게 보낸 詩로 茶山詩文集에는 漏落되고 없다.
長日藜牀對竹君 ~ 긴 날을 平床에서 대나무와 마주하니
六時鐘磬杳難聞 ~ 여섯 때의 鐘磬(종경)소리 멀어서 들리잖네.
由旬地近堪乘興 ~ 由旬地 가까워서 興(흥)나면 갈만 하고
兜率天高奈絶羣 ~ 兜率天 높다지만 어이 닿지 못하리오.
藥塢細沾缾裡水 ~ 藥草 언덕 조금씩 구레박속 물로 적시다가
林壇徐放杖頭雲 ~ 林壇에서 지팡이 끝 구름 더니 놓아주네.
情知結夏嚴持律 ~ 夏安居라 戒律을 嚴히 지님 아노니
聯綴瓊琚也自勤 ~ 瓊琚(경거)를 줄줄이 뀀 부지런히 하시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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