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선사의 선시
釋天因(석천인) 스님 (1205~1248. 高麗 高宗)의 禪詩 (1)~(12)
● 釋天因(석천인) 스님 (1205~1248. 高麗 高宗 때 天台宗 僧侶. 諡號 靜明國師. 俗姓 朴氏. 燕山人)
(1) 寄沃洲誓上(기옥주서상) : 옥주 서(誓) 스님에게 보내다.
人山蒼蒼海漫漫 ~ 山은 푸르고 바다는 넓은데
樓臺縹緲煙霞攅 ~ 樓臺는 안개 뚫고 아득히 높았더라.
中有高人卜嘉遁 ~ 그 中에 높은 사람 숨어 있나니
想見雲袍氷雪顔 ~ 생각건대 구름 道袍에 얼음눈의 얼굴이리.
問渠此閒何所得 ~ 묻노니 거기에서 무엇을 얻었는가?
所得祇是居安閑 ~ 얻은 것은 다만 편안히 한가롭게 살 뿐이리.
朝遊亂入鵷鷺行 ~ 아침에는 어지러이 원추새와 白鷺 줄에 들어 놀다
暮坐直到漁樵還 ~ 저녁에는 漁夫와 나무꾼이 돌아올 때까지 앉았다.
朝來暮去隨所適 ~ 아침이 오고 저녁이 가는데 마음대로 따르나니
一條橡栗一蒲團 ~ 한 가지 柱杖子와 한 개의 方席일세.
秋深石上掃落葉 ~ 가을 깊어 돌 위의 落葉을 쓸고
煮茗燒栗圖淸歡 ~ 茶 달이고 밤을 구어 맑은 기쁨 꾀한다.
歡餘道韻更淸絶 ~ 기쁜 끝에 道의 운이 더욱 맑게 切實하나니
海天月白松風寒 ~ 바다 하늘에 달은 희고 솔바람은 차가워라.
平生但貴樂天眞 ~ 天眞한 즐김을 평생 귀히 여기거니
餘外紛紛非我關 ~ 그 밖의 시끄러움 내 관계할 바 아니로다.
功名已謝一墮甑 ~ 공명이란 떨어뜨린 시루로 버렸거니
日月笑遣雙跳丸 ~ 공놀이 같이 빠른 日月 웃으며 보내도다.
何時歸去共棲隱 ~ 언제나 돌아가서 함께 隱居하면서
夜夜夢繞湖山間 ~ 밤마다 꾸는 꿈이 山水 속에 노니네.
* 떨어뜨린 시루 : 漢나라 孟明이 시루를 메고 가다가 잘못하여 땅에 떨어졌는데,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가버렸다. 사람들이 물으니, 對答하기를,
“시루는 벌써 깨어졌는데 보면 무엇 하겠는가?” 하였다.
(2) 冷泉亭(냉천정) : 냉천정
鑿破雲根構小亭 ~ 바위를 두드려 깨어서 작은 亭子 얽었나니
蒼崖一綫洒泠泠 ~ 푸르른 벼랑 一帶가 물 뿌린 듯 서늘하다.
何人解到淸凉界 ~ 그 누가 淸凉한 世界에 이르러서
坐遣人間熱惱惺 ~ 앉아서 人間의 熱惱(열뇌)를 깨게 할 줄 아는가.
(3) 謝圓上人惠躑躅柱杖(사원상인혜척촉주장) : 圓 스님이 척촉주장(躑躅柱杖)을 주심에 謝禮하여
支提山高幾千仞 ~ 支提山(지제산)은 높으니 몇 千 길이나 되나
上上不得尋其源 ~ 오르고 또 올라도 그 根源은 찾지 못한다.
上人脚力老猶健 ~ 스님의 다리 힘은 늙어서도 튼튼하여
冥搜數日窮朝昏 ~ 여러 날 아침저녁 깊숙이 더듬어
行穿中林忽有得 ~ 숲 속을 뚫고 가서 문득 얻은 것 있어
一條躑躅生嵌根 ~ 한 그루의 躑躅(척촉 : 철쭉)이 바위 뿌리에 있었다.
裁爲柱杖尺度足 ~ 꺾어 柱杖(주장)을 만들려니 길이도 넉넉한데
皮膚脫盡精堅存 ~ 껍질이 모두 벗겨져 속나무만 단단하다.
鏗然紫玉露節目 ~ 鏗然(갱연)히 붉은 玉이 마디 눈을 드러내니
尙有點點蒼苔痕 ~ 점점이 푸르른 이끼 흔적 아직도 남아있다.
上人念我欲行脚 ~ 내가 하려는 것을 上人이 생각하고
持用惠我何殷勤 ~ 그것을 내게 주시니 어찌 이리도 殷勤(은근)한가.
登危陟險有餘力 ~ 危險한 곳 올라가니 힘이 남아 있으니
信知造次承渠恩 ~ 한 瞬間도 너의 恩惠를 眞實로 알겠구나.
報渠莫厭落吾手 ~ 너는 내 손에 떨어진 것을 싫어하지 말라
我行欲遍湖南村 ~ 나는 湖南의 마을을 두루 다니고자 한다.
雲雷他日化爲龍 ~ 다른 날에 변하여 용이 되어
一擧尙可吞乾坤 ~ 한번 들어 하늘과 땅 머금을 수 있으리라.
那更長爲堂中物 ~ 어떻게 길이 방안의 물건 되겠는가?
悠悠南北狂馳奔 ~ 아득히 南北으로 돌아다닐 수 있을 텐데.
(4) 誓上人在龍穴寫經有詩見贈次韻奉答(서상인재룡혈사경유시견증차운봉답) : 誓(서) 스님이 龍穴에서 寫經하면서 지은詩에 次韻하여 드림
海門千點山 ~ 바다 어귀에 數 萬 點 山들
點點遙可數 ~ 멀리서도 하나하나 셀 수 있도다.
憑欄試一望 ~ 欄干에 의지하고 한번 바라보면
窅有煙霞趣 ~ 아득히 안개와 노을의 韻致가 난다.
君居疊翠間 ~ 그대는 첩첩한 山 氣運 안에 있어
爽氣常吸漱 ~ 爽快(상쾌)한 氣運을 恒常 마시고 살겠지.
神淸鶴骨癯 ~ 精神은 맑아 外貌는 鶴처럼 여위었고
毛衲雲縷縷 ~ 누더기 옷에는 구름 氣運 올올이 배어있네.
自言素無能 ~ 스스로 말하기를 本來부터 才能 없었고
餘事難入手 ~ 다른 일은 손에 잡기 어려웠다.
唯思寫蓮經 ~ 오직 佛經을 베껴 쓸 생각만 했다네.
欲以滌瑕垢 ~ 더러운 티와 때를 씻어 버리리.
清風掃一室 ~ 불어오는 맑은 바람에 온 房을 쓸어버리고
是中亦何有 ~ 그 가운데 또 무엇이 있는가.
明窓置淨几 ~ 밝은 窓 안에는 淨潔한 冊床 놓여있어
一寫三稽首 ~ 한 字 쓰고는 세 번 머리 조아리는구나.
妙哉精進憧 ~ 오묘하여라, 그 精進함이 끊이지 않음이여
末季無出右 ~ 이 末世에 그보다 더 나을 것이 없지 않으냐.
緒餘能爲詩 ~ 여유가 있으면 詩도 짓는다니
辭婉氣渾厚 ~ 말은 아름답고 기운은 온화하고 情은 두텁다.
拳拳意未已 ~ 情답고 그리운 생각이 끝없이 일어나니
如犢渴思乳 ~ 목마른 송아지가 어미젖을 그리워하듯 한다.
所恨兩差池 ~ 다만 恨스러움은 두 사람 서로 어긋나 있어
未共山中住 ~ 한 山中에서 같이 살지 못함이러니.
幾廻淸夜夢 ~ 몇 번이나 맑은 밤 꿈을 꾸며
飛到龍泓口 ~ 龍泓(용홍) 어구로 날아갔던가.
歸期在不遠 ~ 돌아올 期約 얼마 남지 않으니
且待歲云暮 ~ 이 해 저물기 또 기다려본다오.
(5) 遊四仙嵓有作(유사선암유작) : 사선암에 놀면서
仙遊邈已遠 ~ 神仙이 놀던 일 이미 멀고도 아득한데
嘉境轉幽寂 ~ 아름다운 境槪(경개)는 날이 갈수록 유적하여라.
晴川碧如藍 ~ 맑은 냇물 쪽빛 같이 푸르고
石蘚暖於席 ~ 바위에 낀 이끼 자리보다 따뜻하여라.
逍遙能幾時 ~ 이렇게 멀리거니는 것 얼마나 지속되나
俛仰忽陳迹 ~ 숙이고 쳐다보는 사이에 묵은 자취되리라.
淹留非不佳 ~ 머물러 노는 곳은 모두가 아름다운데
但恐日易夕 ~ 다만 날이 쉽게 저물까 두려워하노라.
(6) 次韻答晥上人(차운답환상인) : 次韻하여 晥(환) 上人에게 答하며
與子形骸已坐忘 ~ 그대와 나 生命없는 物體를 이미 坐忘(좌망)했으니
澹然相得意彌長 ~ 澹然(담연)히 서로 알아 뜻이 더욱 깊어라.
眼前豈許客纖翳 ~ 눈앞에 조그만 티끌인들 어찌 容納하리
衆外還期蹈大方 ~ 物質 밖에 大方을 밟으려네.
挹海幾慙懷小器 ~ 바닷물을 盞질하니 부끄러울 손 작은 그릇
近蘭偏感襲淸香 ~ 蘭草를 가까이 하니 절로 배는 맑은 香氣.
始驚玉彩生荊璞 ~ 처음은 荊山璞(형산박)의 玉彩(옥채)에 놀래었더니
漸見桐材長嶧陽 ~ 차츰 보니 嶧陽(역양)에 자라난 梧桐 材木.
不學自工詩點綴 ~ 안 배워도 詩를 절로 잘 짓고
無師亦妙道商量 ~ 스승 없이도 道를 妙하게 스스로 깨닫네.
交情肯逐風雲變 ~ 風雲이 변한들 交情이야 변할 손가
道業唯將歲月忙 ~ 歲月이 바삐 가니 道 닦기도 바빠 라.
不啻和冥成水乳 ~ 물젖이 混合될 뿐 아니라
要當依倚作金湯 ~ 서로 믿기를 金城湯池(금성탕지)처럼 여기세.
草庵此日同除糞 ~ 이 날 草庵에서 함께 거름 치다가
蓮界他年共俶裝 ~ 後日 蓮界(極樂)로 가는 行裝 함께 차리세.
好把明珠還照世 ~ 밝은 구슬로 世上을 비춰 주고
普將甘露爲澆腸 ~ 널리 甘露로 衆生의 배를 축이세 나.
此言非是閑文字 ~ 이 詩가 숫제 한 文字가 아니로세
醜拙從君笑一場 ~ 못 나고 서툴어 그대 한바탕 웃겠지마는.
自笑筌蹄久未忘 ~ 우스워라, 筌蹄(전제)를 오래 잊지 못하여
每憑師訓討論長 ~ 스승의 가르침만 依支하누나.
蓮華似欲成三昧 ~ 蓮華經은 三昧를 이룬 듯하고
檀施那能受十方 ~ 십方의 檀越(施主)布施 어찌 받으리.
不意藏身還露影 ~ 몸 감추려다 뜻밖에 드러나는 그림자
盡敎掩鼻反偸香 ~ 코를 가리는 척 하면서도 도리어 살짝 香내 맡네.
九旬氷雪逃靑谷 ~ 석 달 열흘 氷雪 속에 靑谷寺에 숨었고
數朶湖山對晉陽 ~ 두어 떨기 湖山으로 晉陽(진양)을 대하였네.
千里稻麻他自萃 ~ 千 里에 벼와 삼은 절로 모여 오는데
二時桂玉若爲量 ~ 두 때 桂玉(계옥)은 어떻게 마련할꼬.
講長豈決狐疑了 ~ 긴 講說이 어찌 여우같은 疑心을 다 解決하며
廈大空懷燕賀忙 ~ 새로 지은 큰 새집엔 부질없이 제비 致賀만 부산할 뿐.
人事煩於梅子雨 ~ 世上일은 귀찮기가 黃梅 時節에 오는 비
家風淡似橘皮湯 ~ 우리 집 家風은 淡朴(담박)하기 橘皮湯(귤피탕)이라.
妙觀會得調禪味 ~ 妙한 觀은 알맞게 禪味를 調化하고
寂忍應須辦道裝 ~ 寂과 忍은 道의 行裝 차려야 하리.
夢裏紛華眞兔角 ~ 꿈같은 世上의 紛紛한 일은 그야말로 토끼 뿔
眼前危險劇羊腸 ~ 눈앞의 危險은 모조리 다 羊腸 길.
誰知疇首因緣在 ~ 누가 알리 前生부터 因緣이 있어서
是處重來結道場 ~ 이곳에 거듭 다시 와 道場을 차리려는지.
* 坐忘(좌망) : 正坐하여 現在의 世界를 잊고 雜念을 버려 無我의 境地에 들어감
* 荊山璞(형산박) : 초나라 卞和가 형산에서 가져온 옥돌이다.
* 금성탕지(金城湯池) : 끓는 못에 둘러싸인 쇠로 만든 성이라는 뜻으로 방비가 견고하여 쉽게 접근하여 공격하기가 어려움을 비유한 말이다.
* 筌蹄(전제) : 고기를 잡는 통발과 토끼를 잡는 올가미라는 뜻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편을 이르는 말
* 檀越布施(단월포시) : 단월(檀越)이 보시(布施)하기를 좋아하니 천신(天神)이 항상 지켜 주실 것이다.
(7) 次韻晥上人山中作(차운환상인산중작) : 晥(환)스님의 山中作을 次韻하여
君從山中來 ~ 그대는 山 속에서 왔으니
勝境閱多少 ~ 스스로 좋은 景致 많아 보았을 것이리라.
自言所歷多 ~ 스스로 지나온 곳 많다고 하니
象外極高妙 ~ 世上밖은 至極히 높고 奇妙하다지요.
初經月南洞 ~ 처음에는 月南골 지나왔는데
千嶂洗秋雨 ~ 數 千 山봉우리 가을비에 씻기었소.
樓臺出其下 ~ 樓臺가 그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듯
金碧照巖宇 ~ 樓臺의 丹靑이 바위를 비추었소.
行行轉淸曠 ~ 가고 갈수록 맑고 시원하여
襟抱豁披露 ~ 가슴 속은 시원해지며 활짝 트였소.
巉巖上絶頂 ~ 높은 바위 나타나 그 꼭대기에 올라
下瞰衆衆步 ~ 아래로 내려 보니 중들이 걷고 있었소.
留詩謝禪翁 ~ 詩를 남겨 두어 大師남께 부치오니
恨不相從早 ~ 일찍 못 사귄 것 恨스럽습니다.
清風響萬壑 ~ 맑은 바람이 萬 골짜기 울리니
千偈猶未了 ~ 이러한 情景 偈頌도 오히려 미치지 못 합니다.
(8) 次韻靑谷老弔趙承制(차운청곡로조조승제) : 趙承制를 弔喪하는 靑谷老의 詩에 次韻하여
昨聞高步入靑雲 ~ 어제 들으니 높은 걸음 靑雲에 들어
已到鴻樞拜納言 ~ 臺閣(대각)에 올라 納言(납언)에 任命되었다네.
黃壤一朝成異物 ~ 어찌 뜻했으랴, 하루아침에 누런 흙속에 異物이 될 줄을
蒼生何地望霑恩 ~ 어디서 萬民이 다시 恩澤을 받으리.
帝前譚席收宣室 ~ 宣室에는 임금님 앞에 이야기하던 자리 거둬치웠고
天上遊車駕喜園 ~ 하늘 위 놀음 수레는 喜園(희원)을 타고 갔네.
等是蘧廬歸宿客 ~ 이 世上의 어느 누가 旅館에 잠깐 자고 가는 손님이 아닌가?
莫憂追覓更無門 ~ 다시 찾을 길 없다고 시름하지를 말아라.
(9) 致遠庵主以詩見示仍以請予紀山中故事次韻答之 :: 致遠庵(치원암) 主人이 내게 詩를 보이고, 이내 내게 山中의 故事를 적기를 請하기에, 그 韻을 따라 和答하여
東南壯觀有水山 ~ 東南에 장한 景致 水山이 있어
自古聖賢留䡄躅 ~ 옛날부터 聖賢들이 자취를 남기었다.
我來此山訪其老 ~ 내가 이 山에 와서 그 老人을 찾아
晤語數宵猶未足 ~ 여러 밤을 이야기하여도 싫지 않았다.
因言山來自太白 ~ 이내 山을 말하기를 太白山에
文華之勢天下獨 ~ 文華의 氣勢 天下에 짝이 없다고
蒼崖萬仞路百曲 ~ 푸른 벼랑은 萬 길이요 길은 百 굽이인데
幽居誰肯此來卜 ~ 누가 여기 와서 집 짓기를 즐겨하리.
文昌崔侯始結廬 ~ 文昌 崔侯가 비로소 집을 짓고
姚生學書仍接屋 ~ 姚生(요생)이 글씨 배운다고 집을 이웃 하였다.
上有金生古巖窟 ~ 위에는 金生의 옛 바위 窟이 있어
貝書寫出千餘軸 ~ 千餘 軸(축)의 貝書(패서)를 써내었나니.
嵌根流墨每滴硯 ~ 바위 뿌리에서 흐르는 먹은 언제나 벼루에 떨어졌고
天帝降藥使明目 ~ 天帝는 藥을 내려 눈을 밝게 하였다.
下着永郞捨身處 ~ 밑으로는 永郞의 몸 버린 곳에 닿았는데
願出淸泉灑炎溽 ~ 願컨대 맑은 샘물을 내어 이 더위에 뿌려라.
故留仙骨在金匱 ~ 짐짓 神仙의 뼈를 金匱(김궤)에 넣어 두고
幾敎來者同熏浴 ~ 얼마나 오는 이로 하여금 感化 받게 하였던가.
後有大乘坐頭陁 ~ 뒤에는 大乘寺가 있어 頭陁가 앉았나니
卓庵面勢依暘谷 ~ 우뚝한 庵子 暘谷(양곡)을 依支했네.
三賢二聖共栖遁 ~ 세 賢人과 두 聖人이 함께 숨어 깃들었으니
千載風流竸芬馥 ~ 千載의 風流가 다투어 香氣 피운다.
至今遺迹宛猶在 ~ 至今도 끼친 자취 宛然히 있건마는
勝事無人書帛竹 ~ 훌륭한 일 竹帛(죽백)에 적는 사람 없구나.
近聞東都紫微翁 ~ 近子에 들으매 東都의 紫微翁(자미옹)이
早驚身世勞榮辱 ~ 身世가 榮辱(영욕)의 괴로움에 일찍 놀라
試尋佳處立願刹 ~ 試驗 삼아 좋은 곳 찾아 願刹(원찰)을 세웠으니
湧出樓臺照林麓 ~ 높이 솟은 樓臺가 숲 기슭을 비추네.
仍邀其老置庵中 ~ 이내 그 老人 맞아 庵子에 두니
衣掛煙霞形七木 ~ 옷은 안개 노을에 걸고 얼굴은 七木 일세.
繁華已猒浮海蜃 ~ 번잡하고 華麗함은 바다에 뜬 蜃氣樓(신기루)라
得失又忘蕉覆鹿 ~ 得失은 이미 싫어졌고 芭蕉(파초)로 덮은 사슴 또한 잊었으며
快哉此翁得此老 ~ 爽快(상쾌)하여라 그 翁이 이 老人 얻었으니
所尙何曾墮流俗 ~ 崇尙하는 바가 어찌 俗流에 떨어진 적이 있으랴.
牋緘幾道婉銀鉤 ~ 그 便紙 글씨 몇 줄이 銀鉤(은구) 보다 고운데
檀施長年供桂玉 ~ 施主(시주)들은 여러 해 桂玉을 供養했다.
龜藏巖竇沒頭尾 ~ 거북은 바위 구멍에 숨어 머리와 꼬리를 감추었건만
尙有人天爭係屬 ~ 그래도 人間과 天上의 일에 얽매임이 있구나.
平生長誦白蓮經 ~ 한 平生 언제나 白蓮經(백련경)을 외우나니
箇是靈山親受囑 ~ 그것은 靈山에서 친히 부촉 받은 것이다.
又持圓覺與楞嚴 ~ 또 圓覺經(원각경)과 楞嚴經(릉엄경)을 외우니
三部循環日相續 ~ 세 部 經典 돌려 가며 날로 서로 계속하네.
禪餘妙唱發天機 ~ 參禪 끝에 妙한 偈頌 天機를 펼치니
道韻何人賡一曲 ~ 그 누가 道의 韻의 한 曲 인들 答 하랴.
再來請益我雖頑 ~ 두 번 와서 가르침 請 하는 내 비록 미련 하나
所稟豈唯分句讀 ~ 타고난 氣質이 어찌 다만 句讀(구독)에만 있었으랴.
虛往實歸斯可喜 ~ 빈 것으로 갔다가 가득 차서 돌아오니 참으로 기쁘지만
易滿但慙如鼴腹 ~ 다만 큰 쥐의 배처럼 차기만 하는 것 부끄러워라.
* 문화(文華) : ① 문장이 아름답고 화려함. 또는 훌륭하게 잘된 문장. 문조(文藻).
② 문화의 찬란함.
* 貝書(패서) : 佛經
* 願刹(원찰) : 自己의 所願을 成就하려고 福을 비는 精誠으로 절을 세우는 것이다.
* 銀鉤(은구) : 잘 쓴 글씨를 말한다.
(10) 次韻雲上人病中作(차운운상인병중작) : 雲 上人의 病中에 지은 詩를 次韻하여
師翁長已矣 ~ 아아, 우리 老스님 길이 가시니
時復淚霑巾 ~ 때로 다시 눈물이 手巾 적시네.
惡世難行道 ~ 惡世에 道 行하기 참 어려운데
何方更問津 ~ 어느 곳에서 나루를 다시 물을까.
十年承法乳 ~ 十 年 동안 法乳를 받자왔고
一旦付家珍 ~ 一朝에 집안 寶物을 맡겨 주셨네.
遺迹留蟬蛻 ~ 남긴 자취는 매미가 껍질을 벗듯
歸期待雁賓 ~ 가을에나 돌아오실까 기다렸다.
草庵驚息化 ~ 草庵에서 說法이 끊어짐에 놀랐고
蓮界快栖眞 ~ 極樂에 가 便安히 사오리.
樹慘空悲鶴 ~ 나무에 鶴 한 마리만이 속절없이 凄凉(처량)이 울고
經殘想泣麟 ~ 남은 經에 回想되는 麒麟(기린) 울던 일.
冥扶蘄佛祖 ~ 國運을 붙들어 주심은 부처와 祖師에게 빌거니와
追奬籍王臣 ~ (돌아가신 스님을) 追奬(추장)함은 國家에서 할 일.
朝議同推轂 ~ 朝廷의 의논이 함께 推戴하여
皇恩命草綸 ~ 임금님 恩命으로 〈僧職〉敎旨 내리시네.
碑成黃絹妙 ~ 碑도 이뤄서 黃絹(황견)의 글
詔下紫泥均 ~ 詔書(조서)가 내리니 主人 찍혔네.
行業垂千古 ~ 老 스님의 行業은 千古에 드리웠고
功夫在上人 ~ 功夫는 上人 그대에게 있네.
笠殘三夏雨 ~ 한여름 궂은 비에 갓이 낡았고
衣涴六街塵 ~ 六街의 먼지에서 옷 더럽히면서
觸境能遊刃 ~ 닥치는 境대로 칼날 잘 놀리고
當機妙斲輪 ~ 機에 當하여 妙하게 바퀴 깎았네.
這廻偏有感 ~ 새삼 생각하니 느낌 많아
多劫好同因 ~ 여러 겁에 좋은 因緣 같이 하였네.
江國秋先動 ~ 江 고을에 가을바람 먼저 불어서
金天火已巡 ~ 西風 벌써 流火로세.
幾時還舊隱 ~ 언제나 옛 절에 내 돌아 가며
底處奉慈親 ~ 어디에서 어머님을 奉養하오리.
蘭若居無事 ~ 閑暇히 庵子에 들어앉아서
伽陁唱入神 ~ 佛法을 크게 부르짖으리.
詩淸非日暮 ~ 詩의 맑음은 日暮(일모)뿐 아니요
和寡是陽春 ~ 和答할 이 적으니 陽春曲 인가.
艾衲披殘縷 ~ 헤진 누비옷은 올이 너덜너덜
茶甌進缺唇 ~ 내어 온 茶는 주둥이 깨어진 盞이다.
憐君彌晦朔 ~ 가엾어라, 그대가 몇 달 동안을
嬰病臥床茵 ~ 病에 걸려 자리에 누워 있다니
遠地憑誰問 ~ 먼 거리에 뉘를 시켜 病 慰問하리
幽懷不自陳 ~ 답답한 懷抱를 말로 못 쓰네.
狗緣元是妄 ~ 개 因緣은 워낙 妄靈이거니
蛇影莫生嗔 ~ 뱀 그림자 부디 疑心치 마소.
未審沈痾解 ~ 그동안 病이 좀 나아졌는지
唯思晤語諄 ~ 한 番 만나 조용히 얘기했으면.
海風吹夢遠 ~ 바닷바람이 머나먼 꿈을 부는데
山月滿庭頻 ~ 山속 달은 자주자주 뜰을 비추네.
早晩笑相値 ~ 멀지 않아 웃으며 다시 만나서
煙霞老此身 ~ 안개 노을 속에 이 몸을 늙혀 가려네.
(11) 海月樓看月(해월루간월) : 海月樓에서 달을 보다
西風蕭蕭天氣涼 ~ 西쪽 바람 쓸쓸하여 날씨가 차가운데
南樓獨坐心悠然 ~ 南쪽 樓閣에 홀로 앉으니 마음이 슬퍼진다.
忽看海月上雕檻 ~ 홀연히 바라보니 바다 달이 欄干에 오르는데
四虛晃朗開陰煙 ~ 四方 虛空 빛나고 밝아 자욱한 안개를 걷는다.
初疑坐我銀色界 ~ 처음에는 내가 銀世界에 앉았나 疑心하고
又恐飛上玉壺天 ~ 또 玉壺天(옥호천)에 날아오를까 두려워했다.
泠泠沆瀣淸入骨 ~ 차갑고 큰 이슬 氣運 맑게 뼈속에 드니
一洗百慮塵勞緣 ~ 이 世上 온갖 근심과 티끌 因緣 씻어 버린다.
此樓得月都幾時 ~ 이 樓臺에 달빛 담은지 얼마인지 모르나
四時月照何曾偏 ~ 四季節 달빛이 어찌 다르게 비치리오.
皆言月色秋更好 ~ 모두들 달빛은 가을에 더욱 좋다 하는데
風磨露洗添淸姸 ~ 바람이 갈고 이슬이 씻기어 더욱 맑고 곱다.
誰知桂魄元不死 ~ 누가 알랴 桂樹나무 넋은 元來 죽지 않아
照來照去無窮年 ~ 비춰 오고 비춰 가니 無窮한 歲月이어라.
海月千古唯一色 ~ 바다 달이 千古에 오직 한 빛이니
淸白本是吾家傳 ~ 맑고 깨끗함은 本來 우리 집안 傳統이라오.
* 옥호천(玉壺天) : 비장방(費長房)이 한 노인을 따라 병 속(壺中)에 들어가니 별천지(別天地)가 있었다고 한다.
(12) 洪英上人以詩見贈次韻答之(홍영상인이시견증차운답지) : 洪英 上人이 詩를 주기에 次韻하여 答하며
久聞身世兩都忘 ~ 들으니 오래 前부터 몸과 世上 다 잊어서
飽得禪門氣味長 ~ 禪門의 無窮한 재미를 톡톡히 맛보다가
東請幾時甘粉骨 ~ 東으로 招請되어 粉骨碎身(분골쇄신) 애쓰고
南詢此日再遊方 ~ 南으로 巡訪코자 먼 길 다시 떠났다고.
皇州應厭風塵擾 ~ 皇都에서는 시끄러운 風塵을 싫어하여
江國還思橘柚香 ~ 江國의 香氣로운 橘(귤)과 柚子(유자)를 생각하리.
斥鷃一枝聊適性 ~ 메추리는 한 가지로 性情에 맞고
冥鴻千里好隨陽 ~ 하늘 가 기러기 千 里에 陽氣 좇아가는군.
已知榮辱多飜覆 ~ 영욕이 번복 많음을 익히 알았나니
不用機籌巧度量 ~ 교묘한 계책은 내어서 무엇하리.
萍迹隨波元不住 ~ 부평초는 물결 따라 머무르지 않는데
雲心戀岫更何忙 ~ 구름은 山을 그리는데 왜 다시 바쁘랴.
珠廻妙唱驚投暗 ~ 妙한 詩는 어둠에 夜光珠처럼 놀라게 하니
氷釋窂愁似灌湯 ~ 불평 시름이 끓는 물에 얼음 녹는 듯.
萬事空華纔過眼 ~ 만사는 虛空의 꽃 눈(眼)에 잠간 스치고
百年歸客又催裝 ~ 百 年의 돌아갈 손은 어서 行裝 재촉하네.
多君獨向煙霞老 ~ 갸륵할손 그대는 煙霞(연하:안개와 노을) 속에 늙으며
素抱難廻鐵石腸 ~ 안 돌리네 그 素持(소지) 鐵石(철석) 같은 그 心臟(심장).
靖退空閑猶小節 ~ 물러나 閑暇히 삶은 외려 작은 일이니
好從佳處早開場 ~ 좋은 山水 찾아서 얼른 道場(도량) 여시길.
* 분골쇄신(粉骨碎身) :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진다는 뜻으로, 정성으로 노력함을 이르는 말.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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