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次韻答舒敎授觀余所藏墨(차운답서교수관여소장묵) : 소식(蘇軾)
내가 소장한 먹을 보고 지은 서교수의 시에 차운하여
異時長笑王會稽,野鶩膻腥汙刀几。暮年卻得庾安西,自厭家雞題六紙。二子風流冠當代,顧與兒童爭慍喜。
秦王十八已龍飛,嗜好晩將蛇蚓比。我生百事不掛眼,時人謬說雲工此。世間有癖念誰無,傾身障簏尤堪鄙。
人生當著幾兩屐,定心肯爲微物起。此墨足支三十年,但恐風霜侵髮齒。非人磨墨墨磨人,甁應未罄罍先恥。
逝將振衣歸故國,數畝荒園自鋤理。作書寄君君莫笑,但覓來禽與靑李。一螺點漆便有餘,萬竈燒松何處使。
君不見永寧第中搗龍麝,列屋閑居淸且美。倒暈連眉秀嶺浮,雙鴉畫鬢香雲委。
時聞五斛賜蛾綠,不惜千金求獺髓。聞君此詩當大笑,寒窗冷硯冰生水。
異時長笑王會稽 : 옛날엔 늘 왕회계가 들오리 누린내로
野鶩羶腥汚刀几 : 칼과 도마를 더럽힌다고 비웃었는데
暮年却得庾安西 : 만년에는 오히려 유안서가 스스로 얻어서
自厭家鷄題六紙 : 집닭에 싫증을 내고 여섯 장이라 쓴 이치를 깨달았다네.
二子風流冠當代 : 두 분은 뛰어나기가 한 시대의 으뜸이었는데
顧與兒童爭慍喜 : 어찌 아이들과 따져가며 성내고 기뻐했으리오
秦王十八已龍飛 : 진왕은 열여덟에 이미 용처럼 날았건만
嗜好晩將蛇蚓比 : 늙었을 땐 기호품을 뱀이나 지렁이에 빗댔네.
我生百事不掛眼 : 나는 평생 아무 일에도 눈독을 들이지 않았고
時人謬說云工此 : 사람들이 잘못 알고 내가 이걸 잘한다네.
世間有癖念誰無 : 세상에는 벽이 있나니 벽 없는 사람이 없을 터
傾身障簏尤堪鄙 : 몸을 젖혀 대 상자를 가로막는 건 특히 못난 벽이네.
人生當著幾緉屐 : 한평생에 나막신을 몇 켤레나 신는다고
定心肯爲微物起 : 미물로 인해 집념을 일으키려 하리오?
此墨足支三十年 : 이 먹이 삼십 년은 족히 버틸 것인즉
但恐風霜侵髮齒 : 풍상이 머리와 이에 스며들까 걱정이네.
非人磨墨墨磨人 : 사람이 먹을 가는 게 아니라 먹이 사람을 갈고
甁應未罄罍先恥 : 술병 아직 비기 전에 술 단지가 먼저 부끄러웠네.
逝將振衣歸故國 : 나는 장차 옷을 털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數畝荒園自鋤理 : 황폐한 전원 몇 마지기에서 스스로 김매려 하네.
作書寄君君莫笑 : 편지를 써서 부치니 그대는 웃지를 마시고
但覓來禽與靑李 : 오로지 능금과 오얏 만 찾는다면야
一螺點漆便有餘 : 반짝이는 먹 하나로 쓰고 남을 것이거늘
萬竈燒松何處使 : 만 아궁이에서 소나무를 태운들 어디에 쓰겠나?
君不見 : 그대는 보지를 못했나?
永寧第中擣龍麝 : 영령제에서 용현향과 사향을 곱게 찧는데
列屋閑居淸且美 : 줄지어 앉아 한가로이 지내는 맑고 고운 여인
倒暈連眉秀嶺浮 : 화장한 눈썹은 이어져서 산줄기가 허공에 떠서
雙鴉畵鬢香雲委 : 까마귀 닮은 두 살쩍은 구름이 드리운 것 같네.
時聞五斛賜蛾綠 : 때때로 아록(蛾綠)을 다섯 섬 하사했다는 말도 듣고
不惜千金求獺髓 : 천금을 써 수달의 골수를 구했다는 말도 듣네.
聞君此詩當大笑 : 그대에게 이 시를 들려드리면 가가대소할 테지
寒窗冷硯氷生水 : 차가운 창가의 싸늘한 벼루에 얼음이 얼겠다고
* 청리(靑李)는 오얏, 내금(來禽)은 능금이다.
* 아록(蛾綠) : ① 눈썹을 그리는 검푸른색의 먹 ② 검푸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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