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送鄭戶曹(송정호조) 1 : 소식(蘇軾)
정호조를 전송하며
遊遍錢塘湖上山,歸來文字帶芳鮮。羸僮瘦馬從吾飮,陋巷何人似子賢。
公業有田常乏食,廣文好客竟無氈。東歸不趁花時節,開盡春風誰與姸。
遊遍錢塘湖上山(유편전당호상산) : 전당호에 있는 산 두루 돌아본 뒤에
歸來文字帶芳鮮(귀래문자대방선) : 돌아오니 글과 음식 함께 와 있었네.
羸童瘦馬從吾飮(이동수마종오음) : 여윈 동복과 비루한 말로 나를 따라 술 마시니
陋巷何人似子賢(누항하인사자현) : 가난한 골목 어느 누가 그대처럼 넉넉할까?
公業有田常乏食(공업유전상핍식) : 땅 많아도 먹을 게 모자란 정공업 같고
廣文好客竟無氈(광문호객경무전) : 방석 없이 손님 맞은 정광문과 같다네.
東歸不趁花時節(동귀부진화시절) : 고향으로 돌아가도 꽃피는 시절 아닐 테니
開盡春風誰與姸(개진춘풍수여연) : 봄바람에 피고 지는 꽃을 누가 곱다고 말해줄까?
* 東坡가 지서주(知徐州)로 있던 원풍(元豊) 원년(1078), 東坡 밑에서 호조 일을 보다가 대명부(大名府)로 가게 된 정근(鄭僅)을 전송할 때 쓴 것인데, 정태(鄭泰)(또는 鄭太)와 정건(鄭虔) 등 정근(鄭僅)과 성씨가 같은 옛사람들의 일화를 전고로 활용하여 사람 사귀기 좋아하고 관리로서도 청렴한 정근(鄭僅)의 고상한 인품을 칭송하는 한편, 대명부로 가게 되면 함께 어울릴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인지 걱정하는 마음으로 읊은 것이다.
* 鄭戶曹 : 정근(鄭僅)을 가리킨다. 정근은 이때 서주(徐州)에서 대명부(大名府)로 부임하게 되어 있었는데, 대명부는 개봉부(開封府)(東京)를 도성으로 삼은 북송의 부도(副都)로 낙양(洛陽)의 하남부(河南府)(西京) 상구(商丘)의 응천부(應天府)(南京)와 함께 사경(四京) 중 하나였던 북경(北京)이었다.
* 芳鮮 : 신선하고 맛 좋은 먹을거리를 가리킨다.
* 羸童瘦馬(이동수마) : 어린 하인은 살집이 없고 타고 다니는 말은 야위었다는, 살림이 넉넉하지 못해 보이는 것을 가리킨다.
* 陋巷(누항) : 비좁은 골목을 가리킨다.
* 公業 : 동한(東漢) 말기의 관리 정태(鄭太)(또는 鄭泰)의 자.
* 廣文 : 당조(唐朝) 때 광문관박사(廣文館博士)를 지낸 정건(鄭虔)을 가리킨다.
두보(杜甫)가 「희간정광문겸정소사업(戱簡鄭廣文兼呈蘇司業)」이란 시에서
‘才名三十年, 坐客寒無氈. 賴有蘇司業, 時時乞酒錢(재능으로 얻은 명성 삼십 년이 흐르도록 / 방석 없는 찬 방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 소사업 선생에게 손을 벌려서 / 걸핏하면 술값을 치르곤 했네).’이라고 했다.
* 東歸 :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가리킨다.
送鄭戶曹(송정호조) 2 : 소식(蘇軾)
정호조를 전송하며
送鄭戶曹 蘇軾
水遶彭祖樓,山圍戲馬臺。古來豪傑地,千載有餘哀。隆凖飛上天,重瞳亦成灰。白門下呂布,大星隕臨淮。
尙想劉德輿,置酒此徘徊。爾來苦寂寞,廢圃多蒼苔。河從百步響,山到九里回。山水自相激,夜聲轉風雷。
蕩蕩淸河壖,黃樓我所開。秋月墮城角,春風搖酒盃。遲君爲坐客,新詩出瓊瑰。樓成君已去,人事固多乖。
他年君倦游,白首賦歸來。登樓一長嘯,使君安在哉。
水繞彭城樓 : 강물이 팽성루를 휘돌며 흐르고
山圍戱馬臺 : 산은 희마대를 둘러싸고 있네.
古來豪傑地 : 예부터 호걸들 활약하던 이 고장
千載有餘哀 : 천년이 지나서도 슬픈 사연 남아 전하네.
隆準飛上天 : 우뚝한 콧날의 유방은 하늘로 날아 올라가 버렸고
重瞳亦成灰 : 겹 눈동자의 항우도 재가 되어 없어졌네.
白門下呂布 : 이곳 백문에선 여포가 조조에게 항복했었고
大星隕臨淮 : 큰 별 이광필은 임회 땅에서 죽었다네.
尙想劉德輿 : 더 생각하면 남조 송무제 유유는
置酒此徘徊 : 술상 차려놓고 이곳을 배회하였다네.
爾來苦寂寞 : 근래에 와선 이 땅에 인재들 활동 적막해져서
廢圃多蒼苔 : 황폐한 밭에는 푸른 이끼만 더부룩하네.
河縱百步響 : 강물은 백보홍에서 출렁이며 소리쳐 흐르고
山到九里回 : 산줄기는 구리산에 이르러 맴돌고 있네.
山水自相激 : 산과 물이 서로 부딪히니
夜聲轉風雷 : 밤이면 소리가 휘몰아치는 바람에 우레 치듯 변하네.
蕩蕩淸河堧 : 호호탕탕하게 흐르는 황하 언덕에
黃樓我所開 : 황루는 내가 세운 것이네.
秋月墮城角 : 가을에는 달이 성 모퉁이를 돌아서 지고
春風搖酒杯 : 봄이면 산들바람이 술잔의 술을 찰랑이게 했었네.
遲君爲座客 : 그대가 늦게 좌석 손님으로 낄 때면
新詩出瓊瑰 : 구슬같이 영롱한 새로운 시가 쏟아져 나왔었네.
樓成君已去 : 황루가 낙성되자 그대 떠나가게 되니
人事固多乖 : 사람의 일은 진실로 어긋남이 많구려.
他年君倦游 : 훗날 그대 돌아다니다가 여행에 지쳐
白首賦歸來 : 흰 머리로 귀거래사를 부르며 이 고향 찾아와서는
登樓一長嘯 : 황루에 올라 길게 휘파람 불 때면 생각하겠지
使君安在哉 : 동파는 어디에 있을까.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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