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次韻黃魯直見贈古風二首(차운황노직견증고풍이수) : 소식(蘇軾)
황노직이 보내온 고풍 2수에 차운하여
佳谷臥風雨,稂莠登我場。陳前漫方丈,玉食慘無光。大哉天宇間,美惡更臭香。君看五六月,飛蚊殷回廊。
茲時不少暇,俯仰霜葉黃。期君蟠桃枝,千歲終一嘗。顧我如苦李,全生依路傍。紛紛不足慍,悄悄徒自傷。
空山學仙子,妄意笙簫聲。千金得奇藥,開視皆豨苓。不知市人中,自有安期生。今君已度世,坐閱霜中蒂。
摩挲古銅人,歲月不可計。閬風安在哉,要君相指似。
其一
嘉穀臥風雨(가곡와풍우) : 잘 익은 벼 비바람 속에 쓰러져 있고
稂莠登我場(낭유등아장) : 잡초들이 벼 있는 곳으로 몰려들어서
陳前漫方丈(진전만방장) : 이르는 곳마다 잡초로 가득 차게 만들어
玉食慘無光(옥식참무광) : 잘 익은 벼 보이지 않게 가려버렸네.
大哉天宇間(대재천우간) : 세상이 크고도 넓다고 하지만
美惡更臭香(미악갱취향) : 선악과 미추, 시비 등이 모두 뒤집혔네.
君看五六月(군간오륙월) : 그대가 보듯 오뉴월 여름이긴 하지만
飛蚊殷回廊(비문은회랑) : 조정에 모기들이 너무 많이 날고 있네.
玆時不少假(자시불고가) : 하지만 이제부터 조금만 더 지나면
俯仰霜葉黃(부앙상엽황) : 서리 맞은 나뭇잎처럼 날다 떨어질 테고
期君蟠桃枝(기군반도지) : 선도나무 가지에 달린 천도 같은 그대는
千歲終一嘗(천세종일상) : 언젠가 옥황상제 맛을 보게 되리라.
顧我如苦李(고아여고리) : 길가에 버려진 쓴 오얏 같은 나를 닮으려 하지 마오
全生依路旁(전생의로방) : 평생을 길옆에 버려져 쓰인 적도 없었으니
紛紛不足慍(분분부족온) : 노여움에 쉬지 않고 나를 괴롭힌 이들이 있더라도
悄悄徒自傷(초초도자상) : 시름에 잠겨 걱정하다 나를 다치게 하지 마오.
其二
空山學仙子(공산학선자) : 고요한 산으로 들어가 선인에게 배워서
妄意笙簫聲(망의생소성) : 생황과 피리 아무 때나 불어보고 싶었네.
千金得奇藥(천금득기약) : 천금을 치르고 귀한 약을 얻었더니
開視皆豨苓(개시개희령) : 열어보니 모두가 저령 같은 것들뿐이네.
不知市人中(부지시인중) : 그대는 동해변에서 약을 팔던 안기생 처럼
自有安期生(자유안기생) : 사람들 속에 있어도 알려지지는 않았네.
今君已度世(금군이도세) : 지금 그대는 세상을 이미 살아본 사람처럼
坐閱霜中蔕(좌열상중체) : 긴 세월 온갖 풍상 모두 지켜보았네.
摩挲古銅人(마사고동인) : 구리 부어 만든 사람 매만졌던 고인처럼
歲月不可計(세월불가계) : 살아온 세월의 길이를 측량할 수 없다네.
閬風安在哉(낭풍안재재) : 백수 건너가야 하는 낭풍산이 어디인지
要君相指似(요군상지사) : 의기투합한 우리가 함께 찾아보면 좋겠네.
* 魯直(노직) : 황정견(黃庭堅)을 가리킨다. 자는 노직(魯直)이고, 호는 산곡도인(山谷道人)이다. 소문사학사(蘇門四學士) 중 한 사람으로 시와 서법에서 소식(蘇軾)과 함께 명성을 날리며 소황(蘇黃)으로 불렸다. 평생 동안 소식을 공경하며 벗으로 교유하였다.
* 嘉穀(가곡) : 고대에는 ‘속粟(벼)’을 가곡(嘉穀)이라 하였으나 나중에는 오곡(五穀)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벼를 가리키기도 한다.
* 稂莠(랑유) : 벼의 모에 해로운 잡초를 가리킨다.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 美惡(미악) : (재물, 용모, 수확, 정치, 풍속 등에 있어서) 선악. 미추. 시비 등을 가리킨다.
* 蟠桃(반도) : 감복숭아. 선도(仙桃).
* 苦李(고리) : 도방고리(道傍苦李)의 생략형이다. 길가에 있는 쓴 자두 열매라는 뜻으로 남에게 버림받은 신세를 가리킨다.
* 全生(전생) : 평생(平生)
* 悄悄(초초) : 근심하는 모양을 가리킨다. 시경(詩經)⋅패풍(邶風)⋅
백주柏舟(백주)에서 ‘憂心悄悄, 慍於群小(깊어진 시름을 떨칠 수가 없는데 / 소인배들 그런 나를 더 미워하네)’라고 했다.
* 妄意 : 이유와 근거 없이 짐작하다. 마음대로. 편한 대로.
* 豨苓(희령): 저령(猪苓). 참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균류를 말린 것으로 약재로 쓴다.
* 安期生 : 진(秦)과 한(漢) 사이를 살았던 제(齊) 사람이다. 낭야(琅琊) 사람이라는 설도 있다. 그는 일찍이 하상장인(河上丈人) 습(習)에게서 황제(黃帝)와 노자(老子)를 배운 뒤 동쪽 바닷가에서 약을 팔며 살았다. 진시황이 동쪽을 순유할 때 그와 삼일 밤낮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재물을 하사하였으나 그것들을 모두 고향에 두고 떠났다. 나중에 적옥(赤玉)으로 신발 한 켤레를 만들어 보답하고자 했는데 진시황이 이를 알고 사람을 바다로 보내 구해오게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다. 도가(道家)들은 그를 바다에 사는 신선으로 모신다.
* 度世 : 속세를 초월하여 선인(仙人)이 되다.
* 摩挲(마사): 매만지다. 문지르다. 주무르다. 탁마하다.
* 閬風(낭풍) : 산 이름. 전설에 곤륜(昆侖)의 꼭대기에 신선들이 산다고 했다. 낭풍전(閬風巓)이라고도 한다.
원풍(元豊) 원년(1078) 2월, 국자감(國子監) 교수로 있던 황정견(黃庭堅)이 서주지주(徐州知州)로 있던 소식(蘇軾)에게 흠모하는 마음을 담은 고시 2수를 보내온 것에 대한 화답시 이다.
두 사람이 글을 주고받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東坡가 노직(魯直)의 글을 처음 보고 그의 문재를 알아본 것은 이보다 몇 년 앞선 희녕(熙寧) 5년(1072)에 노직(魯直)의 장인 손각(孫覺)이 노직(魯直)의 시를 가져와 항주통판(杭州通判) 東坡에게 보여줬을 때였고, 그 후 서주(徐州)로 부임하던 도중에 제남(濟南)에서 이상(李常)(자 공택公擇)을 만난 희녕 10년(1077)에 황정견의 서법진적(書法眞迹)을 보고 그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이렇게 맺어진 두 사람의 인연은 이후 평생을 통해 긴밀하게 유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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