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李行中秀才醉眠亭三首(이행중수재취면정삼수) : 소식(蘇軾)
이행중 수재의 취면정에서
已向閑中作地仙,更於酒裏得天全。從敎世路風波惡,賀監偏工水底眠。
君且歸休我欲眠,人言此語出天然。醉中對客眠何害,須信陶潛未若賢。
孝先風味也堪憐,肯爲周公晝日眠。枕麯先生猶笑汝,枉將空腹貯遺編。
其一
已向閑中作地仙 한가로이 지내는 땅에 사는 신선으로
更於酒裏得天全 술 한 잔 기울이며 천성을 보존하네.
從敎世路風波惡 세상의 거친 풍파 진작 떠나와서
賀監偏工水底眠 하 비서감은 술 취하면 물에 빠져도 잠을 잤다네.
其二
君且歸休我欲眠 나 졸리니 그대 일단 돌아가서 쉬게나
人言此語出天然 사람들은 이 말이 천연스럽다고 말하네.
醉中對客眠何害 취중에 자는 게 손님에게 무슨 해가 될까마는
須信陶潛未若賢 도잠이 정말로 그랬다면 어진 것만은 아니리라.
其三
孝先風味也堪憐 변효선의 온화한 인품 사랑받을 만하여
肯爲周公晝日眠 주공이 되어보려고 대낮도 잠을 잤네.
枕麴先生猶笑汝 술 좋아하는 유령은 그런 그대를 비웃었지
枉將空腹貯遺編 부질없는 빈 뱃속에 옛날 책이나 넣었으니
희녕(熙寧) 7년(1074) 9월, 동파가 항주통판 시절에 쓴 것으로, 당시 함께 있던 이공택(李公擇), 장자야(張子野), 진영거(陳令擧) 등도 모두 취면정에 관한 시를 지었다.
* 이행중(李行中)(?~?)은 북송의 은일문인(자 무회無悔 또는 용정用正)이고 호는 감산(甘山)이며, 본래 복건(福建) 삽천(霅川) 사람이지만 송강(松江)으로 옮겨 살았다.
* 醉眠亭 : 이행중(李行中)이 송강(松江)에 은거할 때 송강(淞江)(=청룡강靑龍江)에 세운 정자를 가리킨다. 당시 문인들이 모여 시회(詩會)를 벌이던 곳이었다.
* 地仙 : 인간 세상에 사는 신선이란 뜻으로 자유롭고 한가롭게 삶을 즐기며 사는 사람을 가리킨다.
* 天全 : 천성을 보전하다.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자연환경, 사람, 사물, 이치의 원시상태를 가리킨다.
* 賀監 : 비서감(秘書監)을 지낸 하지장(賀知章)을 가리킨다. 자호를 비서외감(秘書外監)이라 했다. 유우석劉禹錫은 「洛中寺北樓見賀監草書題詩」에서 ‘高樓賀監昔曾登, 壁上筆踪龍虎騰(하비서감 일찍이 북루에 올랐는지 / 벽 위에 기세등등 초서 필적을 남겨뒀네)’이라고 했다. ‘水底眠’은 두보(杜甫)가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란 시에서 ‘知章騎馬似乘船, 眼花落井水底眠(하지장이 말을 타면 흔들흔들 배를 탄 듯 / 눈앞이 흐려져 우물에 빠져도 그 속에서 잠을 자네)’이라고 한 것을 인용한 것이다.
* 孝先 : 동한(東漢) 때 학자 변소(邊韶)(자 효선孝先)를 가리킨다.
* 枕麯(침국) : 누룩을 베고 눕다. 유령(劉伶)은 「주덕송酒德頌」에서 ‘先生於是捧罌承糟, 銜杯漱醪, 奮髥箕踞, 枕麯籍糟, 無思無慮, 其樂陶陶(선생은 이때 술 거르는 곳에서 항아리를 받아서 술잔을 입에 대고 술을 맛보는데, 수염을 쓰다듬으며 발을 쭉 뻗고 앉거나 누룩을 베개 삼고 재강을 자리 삼아 누워서 생각도 없고 근심도 없이 그 즐거움만 도도하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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