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칠월야행강릉도중작(七月夜行江陵途中作)/辛丑歲七月赴假還江陵夜行塗口 - 도연명(陶淵明)
칠월 밤에 강릉으로 가는 도중에 짓다(신축년 7월에 휴가 갔다 강릉으로 돌아가는데 밤에 도구를 지나감)
閒居三十載(한거삼십재) : 한가롭게 삼십 년 살아오니
遂與塵事冥(수여진사명) : 마침내 속세의 일과 아득히 멀어졌네.
詩書敦宿好(시서돈숙호) : 시서(詩書)는 예전의 좋아함 돈독히 하고
林園無世情(임원무세정) : 숲속 둘러봐도 속된 뜻이 하나 없다오.
如何捨此去(여하사차거) : 어이하여 이를 버리고 떠나
遙遙至西荊(요요지서형) : 아득히 서쪽 형주(荊州)에까지 이르렀나.
叩枻新秋月(고예신추월) : 노를 두드리며 가을 달맞이하고
臨流別友生(임류별우생) : 강물을 앞에 두고 벗과 작별하네.
涼風起將夕(양풍기장석) : 시원한 바람 저물녘에 일어나니
夜景湛虛明(야경담허명) : 밤의 경치 조용하고 밝아라.
昭昭天宇闊(소소천우활) : 밝고 밝은 하늘 넓기도 하고
皛皛川上平(효효천상평) : 맑고 맑은 냇물 잔잔하구나.
懷役不遑寐(회역불황매) : 일을 생각하여 잠잘 겨를 없으니
中宵尚孤征(중소상고정) : 한밤중에도 외로이 길을 가네.
商歌非吾事(상가비오사) : 벼슬하는 일은 나의 일 아니니
依依在耦耕(의의재우경) : 의연히 발 갈며 살아가리라.
投冠旋舊墟(투관선구허) : 벼슬을 던지고 옛 마을로 돌아가
不為好爵榮(불위호작영) : 좋은 벼슬에 얽매이지 않는다오.
養真衡茅下(양진형모하) : 초가집 아래에서 참됨 기르나니
庶以善自名(서이선자명) : 행여 착한 선비로 스스로 이름났으면 하네.
《文選(문선)》26권과 《陶靖節集(도정절집)》3권에는 제목이 〈辛丑歲七月赴假還江陵夜行塗口(신축세칠월부가환강릉야행도구)〉라고 되어 있다. 동진(東晉) 융안(隆安) 5년(401)에 도연명은 37세의 나이로 환현(桓玄)의 막하에서 벼슬하였는데, 휴가를 받아 가주(假州)에 갔다가 7월에 휴가가 끝나 강릉현(江陵縣)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지은 시이다. 도연명은 이 시에서 시서(詩書)와 전원생활에 대한 열망과 미련, 그리고 고관후록(高官厚祿)에 대한 담담함 등을 묘사하고, 소박한 삶속에서 순수한 성정(性情)을 수양하는 것이 바로 이상적인 삶임을 읊고 있다.
* 遙遙至西荊(요요지서형) : 왜 고향을 버리고 멀리 형주에 와서 벼슬을 하였나 하고 자문하는 것이다. 형주(荊州)는 중국 후베이 성 남부에 위치하는 지급시이다. 장강의 중류에 위치하는 항만 도시로, 일찍이 ‘형주’로 불린 지방의 일부였으며, 당시의 중심 도시인 강릉은 현재 형주 시내에 《형주 고성》으로 남아 있다.
* 叩枻新秋月(고설신추월) : 노를 두드리며 가을 달을 맞이한다. 枻(예)는 배젖는 ‘노’이다
* 皛皛(효효) : 맑디 맑다
* 商歌(상가) : 商(상)은 樂調(악조)의 명칭으로, 제(齊)나라 영척(甯戚)이 쇠뿔을 두드리며 상가(商歌)를 부르다가 제환공(齊桓公)에게 인정을 받아 등용된 고사가 있는 바, 자신이 자신을 추천하여 관직을 구하는 것을 비유한다.
* 依依在耦耕(의의재우경) : 공자(孔子) 당시에 은자(隱者)인 장저(長沮)와 걸익(桀溺)이 함께 밭을 간 내용이 《論語》 〈微子(미자)〉에 보이는 바, 여기서는 도연명(陶淵明)이 시골에 은둔하여 농사짓고 싶은 심정을 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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