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정운(停雲) - 도연명(陶淵明)
멈추어 선 구름
序
停雲, 思親友也。 罇湛新醪, 園列初榮, 願言不從, 歎息彌襟。
<停雲>시는 친구를 그리워하는 시이다. 항아리에 새로 담근 술을 즐기며, 정원에는 꽃이 새로 피었는데 친구가 그리워도 만날 수 없어 탄식이 내 가슴에 가득하네.
[一]
靄靄停雲(애애정운) : 뭉게뭉게 멈추어 선 구름
濛濛時雨(몽몽시우) : 때 맞춰 자욱이 비가 내리네.
八表同昏(팔표동혼) : 세상이 온통 어두컴컴하고
平路伊阻(평로이조) : 평탄한 길이 막혀 버렸네.
靜寄東軒(정기동헌) : 조용히 동쪽 처마 밑에 앉아
春醪獨撫(춘료독무) : 봄 술을 혼자 마신다.
良朋悠邈(양붕유막) : 좋은 친구 아득히 멀리 있어
搔首延佇(소수연저) : 머리 긁적이며 한동안 서성이네.
* 停雲(정운) : 멈추어 선 구름. 멈춘 구름.
* 靄靄(애애) : 뭉게뭉게. 안개나 구름이나 아지랑이 같은 것이 많이 끼어 있는 모양.
* 濛濛(몽몽) : 비, 안개 따위가 자욱한 모양.
* 八表(팔표) : 팔방(八方)의 구석. 세상.
* 伊阻(이조) : 막히다. 伊(이)는 어조사
* 春醪(춘료) : 봄 술.
* 悠邈(유막) : 아득히 멀다.
* 搔首延佇(소수연저) : 머리를 긁적거리며 오래도록 우두커니 서 있음. 延佇(연저)는 오랫동안 서 있다는 뜻.
[二]
停雲靄靄(정운애애) : 멈추어 선 구름 뭉게뭉게
時雨濛濛(시우몽몽) : 때 맞춰 자욱히 비가 내리네.
八表同昏(팔표동혼) : 세상이 온통 어두컴컴하고
平陸成江(평륙성강) : 평탄하던 땅 강이 되었네.
有酒有酒(유주유주) : 술이로다. 술뿐이로다.
閒飲東窗(한음동창) : 동창에서 한가로이 술을 마시네.
願言懷人(원언회인) : 친구를 생각하며 그리워해도
舟車靡從(주거미종) : 배도 수레로도 갈 수가 없네.
* 平陸(평륙) : 평탄한 땅.
* 願言(원언) : 그리워하다. 생각나다. 言은 어조사.
* 懷人(회인) : 마음에 있는 사람을 생각함.
* 靡從(미종) : 좇아갈 수 없다. 靡(쓰러질 ‘미’)는 하지 못한다는 뜻.
[三]
東園之樹(동원지수) : 동쪽 정원의 나무들
枝條載榮(지조재영) : 가지와 줄기 다시 무성하네.
競用新好(경용신호) : 다투어 새로움을 뽐내어
以怡余情(이이여정) : 내 마음을 기쁘게 하네.
人亦有言(인역유언) : 사람들은 또 말하기를
日月于征(일월우정) : 세월은 쉬지 않고 흘러간다 하네.
安得促席(안득촉석) : 어떻게 하면 벗들과 모여 앉아
說彼平生(설피평생) : 지난날 이야기를 할까?
* 以怡(이이) : 즐겁게 하다.怡는 기쁠 ‘이’.
* 安得(안득) : 어찌하면 ~할 수 있나. 安은 ‘어찌’의 뜻.
[四]
翩翩飛鳥(편편비조) : 훨훨 날던 새
息我庭柯(식아정가) : 내 집 정원 나뭇가지에서 쉬고 있네.
斂翮閒止(염핵한지) : 날개를 거둔 채 한가히 앉아
好聲相和(호성상화) : 고운 소리로 서로 화답하네.
豈無他人(기무타인) : 어찌 다른 사람 없으랴마는
念子實多(염자실다) : 그대 생각 실로 많이 하였다오.
願言不獲(원언불획) : 그리워도 만날 수 없으니
抱恨如何(포한여하) : 한스러움 어찌하겠는가!
* 翩翩(편편) : 새가 펄펄 나는 모양.
* 歛翮(염핵) : 날개 죽지를 거두다. (歛: 거둘 염(렴)). (翮 : 깃촉 ‘핵’)
* 抱恨(포한) : 한을 품음.
* 如何(여하) : 어찌하는가.
이 시는 도연명집(陶淵明集)에 실려 있으며, 진(晉) 원흥(元興) 3년(404) 도연명의 40세에 지은 시로 그해 2월 유유(劉裕)가 내란을 일으켜 도연명은 시상(柴桑)의 옛집에 머물면서 병란으로 친구를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표현한 시이다.
이 시의 서(序)에 “‘정운’ 시는 친구를 그리워하는 시이다. 항아리에 새로 담근 술을 즐기며, 정원에는 꽃이 새로 피었는데 친구가 그리워도 만날 수 없어 탄식이 내 가슴에 가득하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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