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춘진일(春盡日) - 백거이(白居易)
봄이 끝나가는 날
芳景銷殘暑氣生(방경소잔서기생) : 봄날 풍경 사라진 자리 더운 기운 생겨나
感時思事坐含情(감시사사좌함정) : 가는 시절 마음에 남은 지난 일들 생각하네.
無人開口共誰語(무인개구공수어) : 입을 열어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어
有酒回頭還自傾(유주회두환자경) : 갖고 있던 술 가져와 혼자 따라 마신 뒤
醉對數叢紅芍葯(취대수총홍작약) : 붉게 핀 작약꽃 취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渴嘗一碗綠昌明(갈상일완녹창명) : 목이 말라 녹창명차 한 잔을 마셨더니
春歸似遣鶯留語(춘귀사견앵유어) : 꾀꼬리 노래하게 만든 봄날이 떠나면서
好住園林三兩聲(호주원림삼양성) : 숲 속의 꾀꼬리소리 잘 듣고 지내라네.
* 春盡(춘진) : 봄이 끝나가는 것을 가리킨다.
* 好住(호주) : 길을 떠나는 사람이 남아 있는 사람에게 ‘잘 있으라.’고 하는 말이다. 원진(元稹)은 「酬樂天醉別」이란 시에서 ‘前回一去五年別, 此別又知何日回. 好住樂天休悵望, 匹如元不到京來 (지난번에는 떠난 뒤 다섯 해를 못 봤는데 / 이번에 헤어지면 언제 또 올 수 있으려나? /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고 슬퍼 말고 잘 있게나. / 도성에는 내가 온 적도 없었다. 여기면서)’라고 하였다.
회창(會昌) 2년(842), 낙양(洛陽) 이도리 집에서 지낼 때 쓴 만년 작이다.
낙천의 나이 일흔한 살 때였고, 형부상서(刑部尙書) 자리에서 물러난 그의 녹봉은 반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가는 봄은 덧없는 세월을 생각하게 하지만 나이 들고 몸이 아파도 낙천의 만년은 회한으로만 얼룩져 있지는 않았다.
찾아오는 사람 없어도 시와 술과 차, 그리고 꽃과 새소리 같은 자연으로 나이 들어가면서 늘어나는 빈자리를 채울 줄 안 때문이었을 것이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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