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음주이십수(飲酒二十首) 其十二 - 도연명(陶淵明)
술을 마시며
幷序
余閒居寡懽 兼此夜已長 偶有名酒 無夕不飮 顧影獨盡 忽焉復醉 旣醉之後 輒題數句自娛 紙墨遂多 辭無詮次 聊命故人書之以爲懽笑爾.
序에 “내가 한가로이 거처하여 즐거운 일이 없는데 밤이 벌써 길어졌다. 우연히 좋은 술이 있어 밤마다 마셨으나 외로운 그림자만 홀로 다하니 홀연 다시 취하였다. 취한 뒤에 그때마다 몇 구 지어 스스로 즐기니, 지은 詩篇이 비록 많았으나 내용이 두서가 없다. 그런대로 벗에게 쓰게 하여 웃음거리로 삼고자 할 뿐이다.”
其十二
長公曾一仕(장공증일사) : 장장공(張長公)은 일찍이 한 번 벼슬하였으나
壯節忽失時(장절홀실시) : 장년에 갑자기 때를 잃고 말았다네.
杜門不復出(두문불부출) : 집안에 들어앉아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고
終身與世辭(종신여세사) : 죽을 때까지 세상과 인연을 끊었다네.
仲理歸大澤(중리귀대택) : 양중리(楊仲理)가 대택(大澤)으로 돌아가자
高風始在茲(고풍시재자) : 고상한 기풍이 그곳에서 생겨났다네.
一往便當已(일왕변당이) : 한번 나갔으면 곧 바로 그만두어야지
何為複狐疑(하위부호의) : 무엇 때문에 다시 우물쭈물하는가?
去去當奚道(거거당해도) : 가고 또 가되 어찌 그 길을 가려하는가!
世俗久相欺(세속구상기) : 세속에서 오래도록 서로 속여 왔다네.
擺落悠悠談(파락유유담) : 한가한 자들의 이야기는 털어버리고
請從餘所之(청종여소지) : 내가 결심한 바를 따르기를 청하노라.
이 시는 도연명이 고향으로 돌아와 전원에 정착한 후 지은 것으로서 모두 20수가 있다. 《陶淵明集(도연명집)》 3권에 실려 있는 〈飮酒(음주)〉시 20수 중 제12수로 도연명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은둔생활 중에서의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12수에서는 벼슬을 버리고 은둔한 한(漢)나라의 장지(張摯)와 후한(後漢)의 양중리(楊仲理)의 고사를 들어 자신은 관계(官界)에 미련을 끊고 은둔의 뜻을 저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 長公(장공) : 장지(張摯). 한(漢) 나라 장석지(張釋之)의 아들로, 대부(大夫) 벼슬에 이르러 면직된 뒤, 강직한 성품을 굽히지 않은 채 종신토록 벼슬에 나아가지 않았다.
* 曾一仕(증일사) : 일찍이 한 번 벼슬을 하였다. 曾은 일찍 ‘증’
* 壯節(장절) : 장년의 시절.
* 杜門不出(두문불출) : 집 안에만 들어 앉아 있고 나다니지 아니함.
* 仲理(중리) : 후한(後漢)의 학자 양륜(楊倫), 자(字)가 중리(仲理)이다. 군(郡)의 문학연(文學掾)이라는 벼슬을 지냈으나 뜻에 맞지 않아 벼슬을 버리고 대택(大澤)에서 글을 가르쳤다. 제자가 천여 명이 넘었다고 한다. <後漢書卷七十九上 儒林列傳第六十九上>
* 大澤(대택) : 양중리가 제자들에게 글을 가르쳤던 곳.
* 茲(자) : 이곳. 이때
* 便(변) : 곧. 문득
* 狐疑(호의) : 의심이 많아 우물쭈물하다. ※ 狐疑不決(호의불결) : 여우가 의심이 많아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대하여 의심이 많아 결행(決行)하지 못함을 비유하는 말
* 去去當奚道(거거당해도): 가고 또 가되 어찌 그 길을 가려하는가, 관계(官界)로 나가는 길을 끊자고 스스로 다짐하는 것이다.
* 擺落(파락) : 털어 없앰.
* 悠悠談(유유담) : 한가하고 근심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산과바다 이계도
'*** 詩 *** > 酒聖 陶淵明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주이십수(飲酒二十首) 其十四 - 도연명(陶淵明) (0) | 2021.03.07 |
---|---|
음주이십수(飲酒二十首) 其十三 - 도연명(陶淵明) (0) | 2021.03.07 |
음주이십수(飲酒二十首) 其十一 - 도연명(陶淵明) (0) | 2021.03.07 |
음주이십수(飲酒二十首) 其十 - 도연명(陶淵明) (0) | 2021.03.07 |
음주이십수(飲酒二十首) 其九 - 도연명(陶淵明) (0) | 2021.03.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