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음주이십수(飲酒二十首) 其九 - 도연명(陶淵明)
술을 마시며
幷序
余閒居寡懽 兼此夜已長 偶有名酒 無夕不飮 顧影獨盡 忽焉復醉 旣醉之後 輒題數句自娛 紙墨遂多 辭無詮次 聊命故人書之以爲懽笑爾.
序에 “내가 한가로이 거처하여 즐거운 일이 없는데 밤이 벌써 길어졌다. 우연히 좋은 술이 있어 밤마다 마셨으나 외로운 그림자만 홀로 다하니 홀연 다시 취하였다. 취한 뒤에 그때마다 몇 구 지어 스스로 즐기니, 지은 詩篇이 비록 많았으나 내용이 두서가 없다. 그런대로 벗에게 쓰게 하여 웃음거리로 삼고자 할 뿐이다.”
其九
淸晨聞叩門(청신문고문) : 새벽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서
倒裳往自開(도상왕자개) : 옷을 거꾸로 입은 채로 대문을 연다.
問子爲誰歟(문자위수여) : 누구시냐고 묻는 내 앞에
田父有好懷(전부유호회) : 마음씨 좋은 농부가 서 있다.
壺漿遠見候(호장원견후) : 멀리서 술병 들고 인사 왔다며
疑我與時乖(의아여시괴) : 세상과 떨어져 산다고 나를 이상히 여긴다.
襤縷茅簷下(남루모첨하) : 남루하고 초라한 집에 사니
未足爲高棲(미족위고서) : 사는 것이 아직 넉넉하지는 못하나
一世皆尚同(일세개상동) : 모든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기를 숭상하니
願君汨其泥(원군골기니) : 그대 또한 뒤섞여 함께 더불어 살라하네.
深感父老言(심감부로언) : 농부의 말에 마음 깊이 느끼는 바 있지만
稟氣寡所諧(품기과소해) : 본시 타고난 성품이 남들과 어울리길 싫어한다네.
紆轡誠可學(우비성가학) : 사는 태도를 바꾸는 것을 배울 수 있으나
違己詎非迷(위기거비미) : 자신을 어기는 것이 어찌 미혹됨이 아니겠는가.
且共歡此飮(차공환차음) : 잠시 저와 함께 이 술이나 즐기시죠.
吾駕不可回(오가불가회) : 제가 타고난 본성은 돌릴 수 없습니다.
이 시는 陶淵明이 고향으로 돌아와 전원에 정착한 후 지은 것으로서 모두 20수가 있다. 《陶淵明集(도연명집)》 3권에 실려 있는 〈飮酒(음주)〉시 20수 중 제9수로 도연명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은둔생활 중에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은둔생활 중에 농부가 새벽부터 술병을 들고 찾아와 세상과 어울리라고 당부한다. 농부의 말에 동감을 하지만 남들과 어울리기 싫어하는 자신의 성품을 바꿀 수는 없다며 은거의 태도를 바꾸지 않겠노라고 술회하고 있다.
* 淸晨(청신):맑은 첫 새벽
* 倒裳(도상):옷을 거꾸로 입다.
* 子(자):당신(존경의 의미).
* 歟(여) : 어조사 ‘여’. ~까. 강한 의문을 표시하는 종조사(終助詞)。
* 田父(전부):나이 많은 농부. 농민에 대한 존칭.
* 好懷(호회): 호의. 호감을 가짐.
* 壺漿(와장):병술.
* 見候(견후):방문하다.
* 疑(의): 의아해 하다.
* 與時乖(여시괴): 세상과 떨어져 산다. 乖는 이그러질 ‘괴’. 단절되다. 끊어지다.
* 茅簷(모첨): 띠로 인 처마. 초라한 집.
* 未足(미족): 아직 넉넉하지 못함.
* 高栖(고서): 살림살이. 高는 경어적 표현
* 尚(상): 존경하다. 공경하다.
* 願君汨其泥(원군골기니): 그대도 진흙탕을 어지럽혀라. 즉, 세상에 뒤섞여 살라는 뜻.
* 汨(골):흐리게 하다. 어지럽히다. 汨羅江(멱라강) : 굴원이 빠져 죽은 강이름.
* 稟氣寡所諧(품기과소해) : 타고난 기질이 남과 화합하지 못하다.
* 稟氣(품기) : 타고난 성질.
* 所諧(소해) : 화합하도록 하다.
* 紆轡誠可學(우비성가학):고삐를 틀어 가는 방향을 바꾸는 방법을 배울 수는 있다. 즉, 세상과 타협하여 사는 방법을 배울 수는 있다는 뜻이다. 紆(우):굽다. 구부러지다 轡(비):고삐, 재갈
* 違己(위기): 자신의 신념을 어기다.
* 詎(거):어찌.
* 駕(가):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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