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음주이십수(飲酒二十首) 其八 - 도연명(陶淵明)
술을 마시며
幷序
余閒居寡懽 兼此夜已長 偶有名酒 無夕不飮 顧影獨盡 忽焉復醉 旣醉之後 輒題數句自娛 紙墨遂多 辭無詮次 聊命故人書之以爲懽笑爾.
序에 “내가 한가로이 거처하여 즐거운 일이 없는데 밤이 벌써 길어졌다. 우연히 좋은 술이 있어 밤마다 마셨으나 외로운 그림자만 홀로 다하니 홀연 다시 취하였다. 취한 뒤에 그때마다 몇 구 지어 스스로 즐기니, 지은 詩篇이 비록 많았으나 내용이 두서가 없다. 그런대로 벗에게 쓰게 하여 웃음거리로 삼고자 할 뿐이다.”
其八
靑松在東園(청송재동원) : 푸른 소나무 동쪽 밭에 있으니
衆草沒其姿(중초몰기자) : 온갖 풀들은 그 모습을 감추었다.
凝霜殄異類(응상진이류) : 된서리가 다른 풀들 시들어 버리게 하니
卓然見高枝(탁연현고지) : 높은 가지가 우뚝 솟아 보인다.
連林人不覺(연림인불각) : 숲에 가려 사람들이 몰라보았으나
獨樹衆乃奇(독수중내기) : 홀로 남으니 뛰어남을 알게 되었다.
提壺撫寒柯(제호무한가) : 술병 들어 차가운 가지에 걸어놓고
遠望時復爲(원망시부위) : 멀리서 바라보는 일 되풀이 한다.
吾生夢幻間(오생몽환간) : 내 삶은 꿈같은 환상 속에 있는데
何事紲塵羈(하사설진기) : 무엇 때문에 속세의 굴레에 매어 지내겠는가?
이 시는 도연명이 고향으로 돌아와 전원에 정착한 후 지은 것으로서 모두 20수가 있다. 《陶淵明集(도연명집)》 3권에 실려 있는 〈飮酒(음주)〉시 20수 중 제8수로 도연명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은둔생활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음주 4수에서는 자신을 무리를 잃어버린 새로 비유하고 고향을 소나무로 비유하였으나 이 시에서는 자신을 푸른 소나무로 비유하여 주변의 어리석은 자들이 사라지니 자신이 돋보인다며 은거생활의 만족감을 표현하고 있다.
* 東園(동원):동쪽에 있는 밭.
* 衆草(중초):잡초(雑草). 도연명 주위의 어리석은 자들을 가리킨다.
* 凝霜(응상): 얼어붙은 서리. 된서리.
* 殄(진) : 다하다. 끊어지다.
* 異類(이류) : 소나무 이외의 다른 식물.
* 卓然(탁연):여럿 중에서 높이 뛰어나 의젓한 모양, 탁월(卓越)한 모양
* 見(현): 드러내다. 보이다.
* 連林人不覺(연림인불각): 숲이 연이어 있으니 사람들이 알지 못하였다.
* 塵(진): 티끌. 즉, 塵世(진세: 티끌 많은 세상)를 말함.
* 紲羈(설기):고삐에 매이다. 紲(설):고삐. 羈(기) : 굴레. 말고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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