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음주이십수(飲酒二十首) 其二 - 도연명(陶淵明)
술을 마시며
幷序
余閒居寡懽 兼此夜已長 偶有名酒 無夕不飮 顧影獨盡 忽焉復醉 旣醉之後 輒題數句自娛 紙墨遂多 辭無詮次 聊命故人書之以爲懽笑爾.
序에 “내가 한가로이 거처하여 즐거운 일이 없는데 밤이 벌써 길어졌다. 우연히 좋은 술이 있어 밤마다 마셨으나 외로운 그림자만 홀로 다하니 홀연 다시 취하였다. 취한 뒤에 그때마다 몇 구 지어 스스로 즐기니, 지은 詩篇이 비록 많았으나 내용이 두서가 없다. 그런대로 벗에게 쓰게 하여 웃음거리로 삼고자 할 뿐이다.”
其二
積善云有報(적선운유보) : 선한 일 많이 하면 하늘이 보상한다 했는데
夷叔在西山(이숙재서산) : 백이 숙제는 수양산에 있었네.
善惡苟不應(선악구불응) : 선과 악에 진실로 응보 되지 않는데
何事空立言(하사공립언) : 무엇 때문에 부질없이 빈 말을 내세웠는가.
九十行帶索(구십행대삭) : 구십살 노인은 새끼줄로 허리띠 매고 가난하게 살았거늘
飢寒況當年(기한황당년) : 젊은 나이에 굶주림과 추위에 굽힐 수 있으랴.
不賴固窮節(불뢰고궁절) : 곤궁하지만 꿋꿋한 절개 아니고서야
百世當誰傳(백세당수전) : 먼 후세에 어찌 이름 전하겠는가?
이 시는 陶淵明이 고향으로 돌아와 전원에 정착한 후 지은 것으로서 모두 20수가 있다. 시 전문에 병서(幷序)가 있으며 《陶靖節集(도정절집)》 3권에 실려 있는 〈飮酒(음주)〉시 20수 중 제2수이다.
시의 序에 “내가 한가로이 거처하여 즐거운 일이 없는데 밤이 벌써 길어졌다. 우연히 좋은 술이 있어 밤마다 마셨으나 외로운 그림자만 홀로 다하니 홀연 다시 취하였다. 취한 뒤에 그때마다 몇 구 지어 스스로 즐기니, 지은 시편(詩篇)이 비록 많았으나 내용이 두서가 없다. 그런대로 벗에게 쓰게 하여 웃음거리로 삼고자 할 뿐이다.” 하였으니, 대체로 관직에서 물러나 전원으로 돌아간 초기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 夷叔在西山(이숙재서산) : 고죽국의 백이와 숙제는 지조를 지키기 위해 수양산에 고사리를 캐어 먹다가 굶어서 죽었다는 고사를 인용하였다.
* 九十行帶索(구십행대삭) : 榮啓期(영계기)를 말한다. 영계기는 춘추 시대의 공자와 동시대에 산 현인이다. 『열자(列子)』 천서편(天瑞篇)과 『공자가어(孔子家語)』 육본편(六本篇)에 거의 같은 내용이 다음과 같이 전한다. 공자가 태산에 놀러 갔을 때에 영계기를 만났는데 그는 사슴가죽 옷에 새끼 띠를 둘렀고 거문고를 뜯으며 노래를 불렀다. 공자가 묻기를 “선생이 즐기는 바는 무엇이요?” 하니, 그가 대답하기를 “내가 즐기는 것이 심히 많으나 하늘이 만물을 낳음에 오직 사람이 귀한 것인데 내가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첫째 즐거움이요, 남자는 높고 여자는 낮은 것인데 나는 남자인 것이 둘째 즐거움이요, 사람이 태어나 해와 달을 보지도 못하기도 하고 기저귀를 면하지 못하고 죽는데 나는 나이가 이미 90이 넘었으니 셋째 즐거움이라”고 하였다.
* 索(삭) : 동아줄, 노, 새끼(주로 볏짚으로 꼬아 만든 줄) (삭)
* 飢寒况當年(기한황당년) : 영계기가 노년 생활을 배고픔과 추위에 있었는데 하물며 한참 나이인 장년(壯年)의 도연명 자신이 곤궁함을 못 이겨내겠느냐는 뜻이다.
飢寒(기한) : 배고픔과 추위. 况(황) : 하물며. 當年(당년) : 이 해. 당시의 장년인 도연명 자신을 말함.
* 固窮節(고궁절) : 가난함 속에서도 절조를 굳건히 지킴.
* 百世(백세) : 여기서는 후세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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