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우작이수(偶作二首) 1 - 백거이(白居易)
우연히 짓다
其一
擾擾貪生人,幾何不夭閼。
遑遑愛名人,幾何能貴達。
伊餘信多幸,拖紫垂白髮。
身為三品官,年已五十八。
筋骸雖早衰,尚未苦羸惙。
資產雖不豐,亦不甚貧竭。
登山力猶在,遇酒興時發。
無事日月長,不羈天地闊。
安身有處所,適意無時節。
解帶松下風,抱琴池上月。
人間所重者,相印將軍鉞。
謀慮系安危,威權主生殺。
焦心一身苦,炙手旁人熱。
未必方寸間,得如吾快活。
其二
日出起盥櫛(일출기관즐) : 해 뜨면 일어나 세수한 뒤 머리 빗고
振衣入道場(진의입도량) : 옷매무새 가다듬고 도량으로 들어가네.
寂然無他念(적연무타념) : 고요 속에 다른 생각 다 내려놓고
但對一爐香(단대일로향) : 향 한대 사른 뒤에 그 앞에 앉네.
日高始就食(일고시취식) : 해가 조금 높아지면 밥 먹으러 가는데
食亦非膏粱(식역비고량) : 기름지고 귀한 음식 가려먹지 않고
精粗隨所有(정조수소유) : 부드럽거나 거칠거나 있는 대로 먹으며
亦足飽充腸(역족포충장) : 빈 속 채우는 것만으로 흡족해하네
日午脫巾簪(일오탈건잠) : 한낮에는 망건조차 벗어버리고
燕息窗下床(연식창하상) : 창문 아래 평상에서 편히 쉬는데
淸風颯然至(청풍삽연지) : 맑고 시원한 바람이 살랑거리며 지나가고
臥可致羲皇(와가치희황) : 누운 몸을 햇살이 따사롭게 비춰주네
日西引杖屨(일서인장구) : 해질녘에는 지팡이와 신발을 꺼내
散步游林塘(산보유임당) : 느린 걸음으로 숲과 연못을 돌아보다가
或飮茶一盞(혹음다일잔) : 어떤 때는 차 한 잔 달여 마시고
或吟詩一章(혹음시일장) : 어떤 때는 시 한 편 읊기도 하네.
日入多不食(일입다불식) : 해진 뒤에는 밥 먹는 일 거의 없지만
有時唯命觴(유시유명상) : 때때로 사람 시켜 술상 차리고
何以送閑夜(하이송한야) : 한적한 밤 혼자서 어찌 보낼까 궁리하다
一曲秋霓裳(일곡추예상) : 쓸쓸히 「예상우의」 한 곡을 읊네.
一日分五時(일일분오시) : 하루를 다섯 개의 때로 나누어
作息率有常(작식솔유상) : 일하고 쉬는 것은 예사로운 일인데
自喜老後健(자희노후건) : 나이 들어 건강한 걸 스스로 기뻐하고
不嫌閑中忙(불혐한중망) : 한가한 중에 바쁜 것을 싫어하지 않네.
是非一以貫(시비일이관) : 옳은 것과 그른 것을 하나로써 꿰뚫고
身世交相忘(신세교상망) : 처지와 형편도 그때그때 서로 잊어버리니
若問此何許(약문차하허) : 만약에 이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此是無何鄕(차시무하향) : 이곳이 바로 이상향이라 말해주리라.
* 盥櫛(관즐) :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고 용모를 가다듬다.
* 振衣(진의) :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다. 옷매무새를 가다듬다.
* 膏粱(고량) : 기름진 고기와 맛 좋은 밥을 가리킨다.
* 燕息(연식) : 편히 쉬다. 편히 잠들다.
* 颯然(삽연) : 쓸쓸하고 스산한 모양을 가리킨다. 사람이 없어 적막한 것을 가리킨다.
* 羲皇(희황) : 전설시대 인류의 시조이기도 하고 창세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복희씨(伏羲氏)를 가리킨다. 그의 지혜가 인류의 삶을 밝혀 태호복희(太昊伏羲)라고도 한다. 태평성대를 사는 사람을 뜻하는 ‘羲皇人’의 뜻으로 새기기도 한다.
* 命觴(명상) : 술자리를 차리게 하다.
* 閑夜(한야) : 서로 떨어져 밤을 지내다. 고요하고 적적한 밤을 가리킨다.
* 霓裳(예상) : 당현종(唐玄宗)이 지었다는 궁정무악(宮廷舞樂)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의 약칭이다. 백거이는 「琵琶行」이란 시에서도 ‘輕攏慢捻抹復挑, 初爲霓裳後六幺(가볍게 누르고 느긋하게 비틀고 한 번은 문지르고 한 번은 후벼 파며 / 「예상우의곡」에 이어 「육요」 한 곡을 더 튕기네)’라고 읊었다.
* 作息(작식) : 일하는 것과 쉬는 것을 가리킨다.
* 身世(신세) : 처지와 형편. 지위와 명성.
* 何許(하허) : 언제. 어디. 어떻게.
* 無何鄕(무하향) : 無何有之鄕의 약칭으로 장자(莊子)가 말한 인위(人爲)가 없는 이상향을 가리킨다. ‘無何有’는 ‘無有’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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