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산에는 꽃이 피네
*** 詩 ***/김삿갓 詩

젖 빠는 노래 외

by 산산바다 2006. 8. 1.

산과바다 

 

 눈길에 차가운데 웃옷을 벗고...마대산에 오르며 선재님은 너무 어려워하네...

 

 

 

 ●풍자와 해학...일화(逸話)편

 

  환갑 잔치

  저기 앉은 저 노인은 사람 같지 않으니

  아마도 하늘 위에서 내려온 신선일 테지.

  여기 있는 일곱 아들은 모두 도둑놈이니

  서왕모의 선도 복숭아를 훔쳐다 환갑 잔치에 바쳤네.

  

  還甲宴 환갑연

  彼坐老人不似人 疑是天上降眞仙 피좌노인불사인 의시천상강진선

  其中七子皆爲盜 偸得碧桃獻壽筵 기중칠자개위도 투득벽도헌수연

  

  *환갑 잔치집에 들린 김삿갓이 첫 구절을 읊자 자식들이 모두 화를 내다

   가둘째 구절을 읊자 모두들 좋아하였다.

   셋째 구절을 읊자 다시 화를 냈는데 넷째 구절을 읊자 역시 모두들 좋아

   하였다.

  *서왕모의 선도 복숭아는 천 년에 한번 열리는 복숭아로 이것을 먹으면

   장수하였다.

  

  원생원

  해 뜨자 원숭이가 언덕에 나타나고

  고양이 지나가자 쥐가 다 죽네.

  황혼이 되자 모기가 처마에 이르고

  밤 되자 벼룩이 자리에서 쏘아대네.

  

  元生員 원생원

  日出猿生原 猫過鼠盡死 일출원생원 묘과서진사

  黃昏蚊첨至 夜出蚤席射 황혼문첨지 야출조석사

  

  *김삿갓이 북도지방의 어느 집에 갔다가 그곳에 모여 있던마을 유지들을

   놀리며 지은 시이다.

   구절마다 끝의 세 글자는 원 생원(元生員), 서 진사(徐進士), 문 첨지

   (文僉知), 조석사(趙碩士)의 음을 빌려 쓴 것이다.

  

  피하기 어려운 꽃

  청춘에 기생을 안으니 천금이 초개 같고

  대낮에 술잔을 대하니 만사가 부질없네.

  먼 하늘 날아가는 기러기는 물 따라 날기 쉽고

  청산을 지나가는 나비는 꽃을 피하기 어렵네.

  

  難避花 난피화

  靑春抱妓千金開 白日當樽萬事空 청춘포기천금개 백일당준만사공

  鴻飛遠天易隨水 蝶過靑山難避花 홍비원천이수수 접과청산난피화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가는데 청년들이 기생들과 놀고 있었다.

   김삿갓이 부러워하여 한자리에 끼어 술을 얻어 마신 뒤 이 시를 지어 주

   었다.

  

  기생과 함께 짓다

  평양 기생은 무엇에 능한가. -김삿갓

  노래와 춤 다 능한 데다 시까지도 능하다오.-기생

  능하고 능하다지만 별로 능한 것 없네. -김삿갓

  달 밝은 한밤중에 지아비 부르는 소리에 더 능하다오. -기생

  

  妓生合作 기생합작

  金笠. 平壤妓生何所能 김립. 평양기생하소능

  妓生. 能歌能舞又詩能 기생. 능가능무우시능

  金笠. 能能其中別無能 김립. 능능기중별무능

  妓生. 月夜三更呼夫能 기생. 월야삼경호부능

  

  *평양감사가 잔치를 벌이면서 능할 능(能)자 운을 부르자김삿갓이 먼저

   한 구절을 짓고 기생이 이에 화답하였다.

  

  젖 빠는 노래

  시아비는 그 위를 빨고

  며느리는 그 아래를 빠네.

  위와 아래가 같지 않지만

  그 맛은 한가지일세.

  시아비는 그 둘을 빨고

  며느리는 그 하나를 빠네.

  하나와 둘이 같지 않지만

  그 맛은 한가지일세.

  시아비는 그 단 곳을 빨고

  며느리는 그 신 곳을 빠네.

  달고 신 것이 같지 않지만

  그 맛은 한가지일세.

  

  嚥乳章三章 연유장삼장

  父嚥其上 婦嚥其下 부연기상 부연기하

  上下不同 其味卽同 상하부동 기미즉동

  父嚥其二 婦嚥其一 부연기이 부연기일

  一二不同 其味卽同 일이부동 기미즉동

  父嚥其甘 婦嚥其酸 부연기감 부연기산

  甘酸不同 其味卽同 감산부동 기미즉동

  

  *어느 선비의 집에 갔는데 그가 "우리집 며느리가 유종(乳腫)으로젖을 앓

   기 때문에 젖을 좀 빨아 주어야 하겠소"라고 했다.

   김삿갓이 망할 놈의 양반이 예의도 잘 지킨다고 분개하면서 이 시를 지

   었다.

  

  옥구 김 진사

  옥구 김 진사가

  내게 돈 두 푼을 주었네.

  한번 죽어 없어지면 이런 꼴 없으련만

  육신이 살아 있어 평생에 한이 되네.

  

  沃溝金進士 옥구김진사

  沃溝金進士 與我二分錢 옥구김진사 여아이분전

  一死都無事 平生恨有身 일사도무사 평생한유신

  

  *김삿갓이 옥구 김 진사 집을 찾아가 하룻밤 묵기를 청하자돈 두 푼을 주

   며 내쫓았다. 김삿갓이 이 시를 지어 대문에 붙이니김 진사가 이 시를

   보고 자기 집에다 재우고 친교를 맺었다.

  

  창

  십(十)자가 서로 이어지고 구(口)자가 빗겼는데

  사이사이 험난한 길이 있어 파촉(巴蜀)가는 골짜기 같네.

  이웃집 늙은이는 순하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지만

  어린 아이는 열기 어렵다고 손가락으로 긁어대네.

  

  窓 창

  十字相連口字橫 間間棧道峽如巴 십자상연구자횡 간간잔도협여파

  隣翁順熟低首入 稚子難開擧手爬 인옹순숙저수입 치자난개거수파

  

  *눈 오는 날 김삿갓이 친구의 집을 찾아가자 친구가 일부러 문을 열어주

   지 않고 창(窓)이라는 제목을 내며 파촉 파(巴)와 긁을 파(爬)를 운으로

   불렀다.

  

  양반

  네가 양반이면 나도 양반이다.

  양반이 양반을 몰라보니 양반은 무슨 놈의 양반.

  조선에서 세 가지 성만이 그중 양반인데

  김해 김씨가 한 나라에서도 으뜸 양반이지.

  천 리를 찾아왔으니 이 달 손님 양반이고

  팔자가 좋으니 금시 부자 양반이지만

  부자 양반을 보니 진짜 양반을 싫어해

  손님 양반이 주인 양반을 알 만하구나.

  

  兩班論 양반론

  彼兩班此兩班 班不知班何班 피양반차양반 반부지반하반

  朝鮮三姓其中班 駕洛一邦在上班 조선삼성기중반 가락일방재상반

  來千里此月客班 好八字今時富班 내천리차월객반 호팔자금시부반

  觀其爾班厭眞班 客班可知主人班 관기이반염진반 객반가지주인반

  

  *김삿갓이 어느 양반 집에 갔더니 양반입네 거드럼을 피우며 족보를 따져

   물었다.

   집안 내력을 밝힐 수 없는 삿갓으로서는 기분이 상할 수 밖에. 주인 양

   반이 대접을 받으려면 행실이 양반다워야 하는데 먼 길 찾아온 손님을

   박대하니 그 따위가 무슨 양반이냐고 놀리고 있다.

  

  어두운 밤에 홍련을 찾아가다

  향기 찾는 미친 나비가 한밤중에 나섰지만

  온갖 꽃은 밤이 깊어 모두들 무정하네.

  홍련을 찾으려고 남포로 내려가다가

  동정호 가을 물결에 작은 배가 놀라네.

  

  暗夜訪紅蓮 암야방홍련

  探香狂蝶半夜行 百花深處摠無情 탐향광접반야행 백화심처총무정

  欲採紅蓮南浦去 洞庭秋波小舟驚 욕채홍련남포거 동정추파소주경

  

  *동정(洞庭)은 두보의 '등악양루'(登岳陽樓)의 배경이 된 중국 호남성에

   있는 동정호(洞庭湖)를 말한다.

  *홍련을 만나려고 여러 여인들이 자는 기생방을 한밤중에 찾아갔는데 어

   둠 속에서 얼결에 추파라는 기생을 밟고는 깜짝 놀랐다.

  

  언문풍월

  푸른 소나무가 듬성듬성 섰고

  인간은 여기저기 있네.

  엇득빗득 다니는 나그네가

  평생 쓰나 다나 술만 마시네.

  

  諺文風月 언문풍월

  靑松듬성담성立이요 청송듬성담성립이요

  人間여기저기有라. 인간여기저기유라.

  所謂엇뚝삣뚝客이 소위엇뚝삣뚝객이

  平生쓰나다나酒라. 평생쓰나다나주라.

  

  *서당에서 있을 유(有)자와 술 주(酒)자를 운으로 부르자 언문과 한자를

   조합하여 지었다.

  

  봄을 시작하는 시회

  데걱데걱 높은 산에 오르니

  씨근벌떡 숨결이 흩어지네.

  몽롱하게 취한 눈으로 굶주리며 보니

  울긋불긋 꽃이 만발했네.

  

  開春詩會作 개춘시회작

  데각데각 登高山하니 데각데각 등고산하니

  시근뻘뜩 息氣散이라. 시근뻘뜩 식기산이라.

  醉眼朦朧 굶어觀하니 취안몽롱 굶어관하니

  욹읏붉읏 花爛漫이라. 욹읏붉읏 화난만이라.

  

  *산에서 시회가 열린 것을 보고 올라갔는데 시를 지어야 술을 준다고 하

   자 이 시를 지었다. 사람들이 언문풍월도 시냐고 따지니 다시 한 수를

   읊었다.

  

   諺文眞書석거作하니 언문진서섞어작하니

   是耶非耶皆吾子라. 시야비야개오자라.

  

   언문과 진서를 섞어 지었으니

   이게 풍월이냐 아니냐 하는 놈들은 모두 내 자식이다.

  

  송아지 값 고소장

  넉 냥 일곱 푼짜리 송아지를

  푸른 산 푸른 물에 놓아서

  푸른 산 푸른 물로 길렀는데,

  콩에 배부른 이웃집 소가

  이 송아지를 뿔로 받았으니

  어찌하면 좋으리까.

  

  犢價訴題 독가소제

  四兩七錢之犢을 放於靑山綠水하야 사양칠전지독을 방어청산녹수하야

  養於靑山綠水러니 隣家飽太之牛가 양어청산녹수러니 인가포태지우가

  用其角於此犢하니 如之何卽可乎리요. 용기각어차독하니 여지하즉가호리

                                     요.

  

  *가난한 과부네 송아지가 부잣집 황소의 뿔에 받혀 죽자 이 이야기를 들

   은 김삿갓이 이 시를 써서 관가에 바쳐 송아지 값을 받아 주었다.

  

  서당 욕설시

  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와보니

  방 안에 모두 귀한 분들일세.

  생도는 모두 열 명도 못 되고

  선생은 와서 뵙지도 않네.

  

  辱說某書堂 욕설모서당

  書堂乃早知 房中皆尊物 서당내조지 방중개존물

  生徒諸未十 先生來不謁 생도제미십 선생내불알

  

  *추운 겨울날 서당에 찾아가 재워주기를 청하나 훈장은 미친 개 취급하며

   내쫓는다.

   인정없는 훈장을 욕하는 시. 소리나는대로 읽어야 제 맛이 난다.

  

  파격시

  하늘은 멀어서 가도 잡을 수 없고

  꽃은 시들어 나비가 오지 않네.

  국화는 찬 모래밭에 피어나고

  나뭇가지 그림자가 반이나 연못에 드리웠네.

  강가 정자에 가난한 선비가 지나가다가

  크게 취해 소나무 아래 엎드렸네.

  달이 기우니 산 그림자 바뀌고

  시장을 통해 이익을 얻어 오네.

  

  破格詩 파격시

  天長去無執 花老蝶不來 천장거무집 화로접불래

  菊樹寒沙發 枝影半從池 국수한사발 지영반종지

  江亭貧士過 大醉伏松下 강정빈사과 대취복송하

  月利山影改

  

  공씨네 집에서

  문 앞에서 늙은 삽살개가 콩콩 짖으니

  주인의 성이 공가인 줄 알겠네.

  황혼에 나그네를 쫓으니 무슨 까닭인가

  아마도 부인의 아랫구멍을 잃을까 두려운거지.

  

  辱孔氏家 욕공씨가

  臨門老尨吠孔孔 知是主人姓曰孔 임문노방폐공공 지시주인성왈공

  黃昏逐客緣何事 恐失夫人

  

  허언시

  푸른 산 그림자 안에서는 사슴이 알을 품었고

  흰 구름 지나가는 강변에서 게가 꼬리를 치는구나.

  석양에 돌아가는 중의 상투가 석 자나 되고

  베틀에서 베를 짜는 계집의 불알이 한 말이네.

  

  虛言詩 허언시

  靑山影裡鹿抱卵 白雲江邊蟹打尾 청산영리녹포란 백운강변해타미

  夕陽歸僧계三尺 樓上織女낭一斗 석양귀승계삼척 누상직녀낭일두

  

  *사슴이 알을 품고 게가 꼬리를 치며, 중이 상투를 틀고 계집에게 불알이

   있을 수 있으랴.

   허망하고 거짓된 인간의 모습을 헛된 말 장난으로 그림으로써 당시 사회

   의 모순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오랑캐 땅의 화초

  오랑캐 땅에 화초가 없다지만

  오랑캐 땅이라고 화초가 없으랴.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더라도

  어찌 땅에 화초가 없으랴.

  

  胡地花草 호지화초

  胡地無花草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호지무화초

  胡地無花草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호지무화초

  

  *호(胡)자에 '오랑캐'라는 명사와 '어찌'라는 부사의 뜻이 있다.

  

  낙민루

  선정을 펴야 할 선화당에서 화적 같은 정치를 펴니

  낙민루 아래에서 백성들이 눈물 흘리네.

  함경도 백성들이 다 놀라 달아나니

  조기영의 집안이 어찌 오래 가랴.

  

  낙민루 낙민루

  宣化堂上宣火黨 樂民樓下落民淚 선화당상선화당 낙민루하낙민루

  咸鏡道民咸驚逃 趙岐泳家兆豈永 함경도민함경도 조기영가조기영

  

  *관찰사가 집무 보는 관아를 선화당이라고 하였다.

  *구절마다 동음이의어를 써서 함경도 관찰사 조기영의 학정을 풍자했다.

   宣化堂(선정을 베푸는 집) 宣火黨(화적 같은 도둑떼)

   樂民樓(백성들이 즐거운 집) 落民淚(백성들이 눈물 흘리다)

   咸鏡道(함경도) 咸驚逃(모두 놀라 달아나다)

   趙岐泳(조기영) 兆豈永(어찌 오래 가겠는가)

  


산과바다 이계도

 


'*** 詩 *** > 김삿갓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강산에서 대사와 시짓기  (0) 2006.08.01
과거에 장원급제한 시제  (0) 2006.08.01
금강산에 남긴 자취  (0) 2006.08.01
김삿갓(김병연) 시 (다양한 소재)  (0) 2006.08.01
그가 만난 사람들  (0) 2006.08.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