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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는 꽃이 피네
*** 詩 ***/김삿갓 詩

금강산에 남긴 자취

by 산산바다 2006. 8. 1.

산과바다

 

 

난고 김병연의 생애

 

 

  ●금수강산에 남긴 자취...산천누대(山川樓臺)편

  

  금강산에 들어가다

  

  푸른 길 따라서 구름 속으로 들어가니

  누각이 시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네.

  눈발 흩날리며 걸린 폭포는 용의 조화가 분명하고

  하늘 찌르며 솟은 봉우리는 칼로 신통하게 깎았네.

  속세 떠난 흰 학은 몇천 년이나 살았는지

  시냇가 푸른 소나무도 삼백 길이나 되어 보이네.

  스님은 내가 봄잠 즐기는 것도 알지 못하고

  무심하게 낮종을 치고 있구나.

  

  入金剛 입금강

  緣靑碧路入雲中 樓使能詩客住공 연청벽로입운중 누사능시객주공

  龍造化含飛雪瀑 劒精神削揷天峰 용조화함비설폭 검정신삭삽천봉

  仙禽白幾千年鶴 澗樹靑三百丈松 선금백기수년학 간수청삼백장송

  僧不知吾春睡腦 忽無心打日邊鐘 승부지오춘수뇌 홀무심타일변종

  

  *봄날 금강산으로 들어가면서 주위에 펼쳐진 경치의 아름다움을 읊었다.

 

 

  스님에게 금강산 시를 답하다

  

  백 척 붉은 바위 계수나무 아래 암자가 있어

  사립문을 오랫동안 사람에게 열지 않았소.

  오늘 아침 우연히 시선께서 지나는 것을 보고

  학 불러 암자를 보이게 하고 시 한 수를 청하오. - 스님

 

  우뚝우뚝 뾰족뾰족 기기괴괴한 가운데

  인선(人仙)과 신불(神佛)이 함께 엉겼소.

  평생 금강산 위해 시를 아껴 왔지만

  금강산에 이르고 보니 감히 시를 지을 수가 없소. -삿갓

  

  答僧金剛山詩 답승금강산시

  百尺丹岩桂樹下 柴門久不向人開 백척단암계수하 시문구불향인개

  今朝忽遇詩仙過 喚鶴看庵乞句來-僧 금조홀우시선과 환학간암걸구래-

  矗矗尖尖怪怪奇 人仙神佛共堪凝 촉촉첨첨괴괴기 인선신불공감응

  平生詩爲金剛惜 詩到金剛不敢詩-笠 평생시위금강석 시도금강불감시-

  

  *한 승려의 청으로 금강산을 읊으려 하나 너무나 장엄하고 기이한 산

   세에 압도되어 시를 짓지 못하겠다는 내용이다.

     

  묘향산

  평생 소원이 무엇이었던가.

  묘향산에 한번 노니는 것이었지.

  산 첩첩 천 봉 만 길에

  길 층층 열 걸음에 아홉 번은 쉬네.

  

  妙香山詩 묘향산시

  平生所欲者何求 每擬妙香山一遊 평생소욕자하구 매의묘향산일유

  山疊疊千峰萬인 路層層十步九休 산첩첩천봉만인 노층층십보구휴

  

  *평소에 한번 와 보고 싶었던 묘향산의 겹겹이 둘러싸인 산세와 산봉

   우리의 빼어남을 노래하였다.


  구월산

  지난해 구월에 구월산을 지났는데

  올해 구월에도 구월산을 지나네.

  해마다 구월에 구월산을 지나니

  구월산 풍경은 늘 구월일세.

  

  九月山峰 구월산봉

  昨年九月過九月 今年九月過九月 작년구월과구월 금년구월과구월

  年年九月過九月 九月山光長九月 연연구월과구월 구월산광장구월

  

  금강산

  소나무와 소나무, 잣나무와 잣나무, 바위와 바위를 도니

  물과 물, 산과 산이 곳곳마다 기묘하구나.

  

  金剛山 금강산

  松松栢栢岩岩廻 水水山山處處奇 송송백백암암회 수수산산처처기

  

  *운의 반복으로 시각적, 청각적 효과를 높혔다.

  

  경치를 즐기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가다가 서니

  산 푸르고 바윗돌 흰데 틈틈히 꽃이 피었네.

  화공으로 하여금 이 경치를 그리게 한다면

  숲 속의 새소리는 어떻게 하려나.

  

  賞景 상경

  一步二步三步立 山靑石白間間花 일보이보삼보립 산청석백간간화

  若使畵工模此景 其於林下鳥聲何 약사화공모차경 기어림하조성하

  

  *그에게 있어 자연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대상이 아니었다.

   방랑의 동반자요 거처가 되었으니 발길 닿은 산천경개는 모두 그의

   노래가 되었다.

  화가가 아름다운 봄의 경치는 그릴 수 있겠지만 숲에서 지저귀는 새들

  의 울음 소리는 어떻게 그려낼 수 있겠는가.

     

  영남 술회

  높다란 망향대에 나 홀로 기대 서서

  나그네 시름을 억누르고 사방을 둘러 보았네.

  달을 따라 드나드는 바다도 둘러보고

  꽃소식 알고 싶어 산 속으로 들어왔네.

  오랫동안 세상 떠돌다 보니 나막신 한 짝만 남았는데

  영웅들을 헤아리며 술 한 잔을 다시 드네.

  남국의 자연이 아름다워도 내 고장 아니니

  한강으로 돌아가 매화꽃이나 보는 게 낫겠네.

  

  嶺南述懷 영남술회

  超超獨倚望鄕臺 强壓覇愁快眼開 초초독의망향대 강압기수쾌안개

  與月經營觀海去 乘花消息入山來 여월경영관해거 승화소식입산래

  長遊宇宙餘雙履 盡數英雄又一杯 장유우주여쌍극 진수영웅우일배

  南國風光非我土 不如歸對漢濱梅 남국풍광비아토 불여귀대한빈매

  

  *아무리 남쪽 지방의 경치가 좋다한들 집으로 돌아가 물가에 핀 매화

   보는 것만 못하니 망향대에 올라 고향을 떠난 자신의 기구한 팔자를

   읊고 있다.

     

  회양을 지나다가

  산 속 처녀가 어머니만큼 커졌는데

  짧은 분홍 베치마를 느슨하게 입었네.

  나그네에게 붉은 다리를 보이기 부끄러워

  소나무 울타리 깊은 곳으로 달려가 꽃잎만 매만지네.

  

  淮陽過次 회양과차

  山中處子大如孃 緩著粉紅短布裳 산중처자대여양 완저분홍단포상

  赤脚낭창羞過客 松籬深院弄花香 적각낭창수과객 송리심원농화향

  

  *'낭'은 足(족)부에 良,'창'은 足(족)부에 倉.

  *김삿갓이 물을 얻어먹기 위해 어느 집 사립문을 들어 가다가 울타리

   밑에 핀 꽃을 바라보고 있는 산골 처녀를 발견했다.

   처녀는 나그네가 있는 줄도 모르고 꽃을 감상하고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고는 짧은 치마 아래 드러난 다리를 감추려는 듯 울타리 뒤에 숨

   었다.

     

  보림사를 지나며

  빈궁과 영달은 하늘에 달렸으니 어찌 쉽게 구하랴.

  내가 좋아하는 대로 유유히 지내리라.

  북쪽 고향 바라보니 구름 천 리 아득한데

  남쪽에 떠도는 내 신세는 바다의 물거품일세.

  술잔을 빗자루 삼아 시름을 쓸어 버리고

  달을 낚시 삼아 시를 낚아 올리네.

  보림사를 다 보고나서 용천사에 찾아오니

  속세 떠나 한가한 발길이 비구승과 한가지일세.

  

  過寶林寺 과보림사

  窮達在天豈易求 從吾所好任悠悠 궁달재천개이구 종오소호임유유

  家鄕北望雲千里 身勢南遊海一구 가향북망운천리 신세남유해일구

  掃去愁城盃作추 釣來詩句月爲鉤 소거수성배작추 조래시구월위구

  寶林看盡龍泉又 物外閑跡共比丘 보림간진용천우 물외한적공비구

  

  *보림사는 전남 장흥 가지산에 있는절, 용천사는 전남 함평 무악산에

   있는 절이다.

     

  한식날 북루에 올라 읊다

  십 리 모래 언덕에 사초꽃이 피었는데

  소복 입은 젊은 여인이 노래처럼 곡하네.

  가련해라 지금 무덤 앞에 부은 술은

  남편이 심었던 벼로 빚었을 테지.

  

  寒食日登北樓吟 한식일등북루음

  十里平沙岸上莎 素衣靑女哭如歌 십리평사안상사 소의청녀곡여가

  可憐今日墳前酒 釀得阿郞手種禾 가련금일분전주 양득아랑수종화

  

  *김삿갓이 원산에 이르러 명사십리(明沙十里)를 지나다가 정자에 올라

   쉬고 있는데 근처에서 어린 과부가 남편 무덤 앞에 술잔을 올리며 내

   는 곡소리가 슬픈 노래처럼 들려 왔다.

     

  배를 띄우고 취해서 읊다

  강은 적벽강이 아니지만 배를 띄웠지.

  땅은 신풍에 가까워 술을 살 수 있네.

  지금 세상에 영웅이 따로 있으랴, 돈이 바로 항우이고

  변사가 따로 있으랴, 술이 바로 소진이지.

  

  泛舟醉吟 범주취음

  江非赤壁泛舟客 地近新豊沽酒人 강비적벽범주객 지근신풍고주인

  今世英雄錢項羽 當時辯士酒蘇秦 금세영웅전항우 당시변사주소진

  

  *신풍(新豊)은 한대(漢代)의 현(縣) 이름으로 신풍미주(新豊美酒)라

   하여 좋은 술이 나왔다고 함.

  *항우(項羽)는 초(楚)나라를 세워 한나라 유방과 함께 진나라를 멸망

   시킨 영웅.

  *소진(蘇秦)은 중국 전국시대에 말 잘하던 유세객(遊設客)이다.

  *지금 김삿갓이 놀고 있는 강은 소동파가 적벽부(赤壁賦)를 읊었던 그

   적벽강은 아니지만 땅은 맛있는 술이 나왔던 신풍과 닮았다.

   오늘날의 세상은 돈만 있으면 항우 같은 힘을 낼 수도 있고 술에 취

   하면 말 잘하는 소진도 될 수 있다.

     

  길주 명천

  길주 길주 하지만 길하지 않은 고장.

  허가 허가 하지만 허가하는 것은 없네.

  명천 명천 하지만 사람은 밝지 못하고

  어전 어전 하지만 밥상에는 고기 없네.

  

  吉州明川 길주명천

  吉州吉州不吉州 許可許可不許可 길주길주불길주 허가허가불허가

  明川明川人不明 漁佃漁佃食無漁 명천명천인불명 어전어전식무어

  

  *어전은 함경도 명천군 기남면 어전리이다.

  *길주는 나그네를 재워주지 않는 풍속이 있어 허가가 많이 살지만 잠

   자도록허가해 주지 않고,

   어전(漁佃)은 물고기 잡고 짐승을 사냥한다는 뜻인데이 동네 밥상에

   는 고기가 오르지 않음을 풍자한 시이다.

     

  산을 구경하다

  게으른 말을 타야 산 구경하기가 좋아서

  채찍질 멈추고 천천히 가네.

  바위 사이로 겨우 길 하나 있고

  연기 나는 곳에 두세 집이 보이네.

  꽃 색깔 고우니 봄이 왔음을 알겠고

  시냇물 소리 크게 들리니 비가 왔나 보네.

  멍하니 서서 돌아갈 생각도 잊었는데

  해가 진다고 하인이 말하네.

  

  看山 간산

  倦馬看山好 執鞭故不加 권마간산호 집편고불가

  岩間재一路 煙處或三家 암간재일로 연처혹삼가

  花色春來矣 溪聲雨過耶 화색춘래의 계성우과야

  渾忘吾歸去 奴曰夕陽斜 혼망오귀거 노왈석양사

  *주마간산(走馬看山)이라 했으니 산을 구경하기에는 빨리 달리는 말보

   다 게으른 말이 좋다는 것이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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