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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는 꽃이 피네
*** 詩 ***/김삿갓 詩

그가 만난 사람들

by 산산바다 2006. 8. 1.

  산과바다

 

 

 

 

●그가 만난 사람들...인물(人物)편

 

  잠 많은 아낙네

  이웃집 어리석은 아낙네는 낮잠만 즐기네.

  누에치기도 모르니 농사짓기를 어찌 알랴.

  베틀은 늘 한가해 베 한 자에 사흘 걸리고

  절구질도 게을러 반나절에 피 한 되 찧네.

  시아우 옷은 가을이 다 가도록 말로만 다듬질하고

  시어미 버선 깁는다고 말로만 바느질하며 겨울 넘기네.

  헝클어진 머리에 때 낀 얼굴이 꼭 귀신 같아

  같이 사는 식구들이 잘못 만났다 한탄하네.

  

  多睡婦 다수부

  西隣愚婦睡方濃 不識蠶工況也農 서린우부수방농 부식잠공황야농

  機閑尺布三朝織 杵倦升粮半日春 기한척포삼조직 저권승량반일춘

  弟衣秋盡獨稱搗 姑襪冬過每語縫 제의추진독칭도 고말동과매어봉

  蓬髮垢面形如鬼 偕老家中却恨逢 봉발구면형여귀 해로가중각한봉

  

  게으른 아낙네

  병 없고 걱정 없는데 목욕도 자주 안해

  십 년을 그대로 시집 올 때 옷을 입네.

  강보의 아기가 젖 물린 채로 낮잠이 들자

  이 잡으려 치마 걷어 들고 햇볕 드는 처마로 나왔네.

  부엌에서 움직였다하면 그릇을 깨고

  베틀 바라보면 시름겹게 머리만 긁어대네.

  그러다가 이웃집에서 굿한다는 소문만 들으면

  사립문 반쯤 닫고 나는 듯 달려가네.

  

  懶婦 나부

  無病無憂洗浴稀 十年猶着嫁時衣 무병무우세욕희 십년유착가시의

  乳連褓兒謀午睡 手拾裙蝨愛첨暉 유연보아모오수 수습군슬애첨휘

  動身便碎廚中器 搔首愁看壁上機 동신변쇄주중기 소수수간벽상기

  忽聞隣家神賽慰 柴門半掩走如飛 홀문인가신새위 시문반엄주여비

  

  아내를 장사지내고

  만나기는 왜 그리 늦은데다 헤어지기는 왜 그리 빠른지

  기쁨을 맛보기 전에 슬픔부터 맛보았네.

  제삿술은 아직도 초례 때 빚은 것이 남았고

  염습옷은 시집 올 때 지은 옷 그대로 썼네.

  창 앞에 심은 복숭아 나무엔 꽃이 피었고

  주렴 밖 새 둥지엔 제비 한 쌍이 날아 왔는데

  그대 심성도 알지 못해 장모님께 물으니

  내 딸은 재덕을 겸비했다고 말씀하시네.

  

  喪配自輓 상배자만

  遇何晩也別何催 未卜其欣只卜哀 우하만야별하최 미복기흔지복애

  祭酒惟餘醮日釀 襲衣仍用嫁時裁 제주유여초일양 습의잉용가시재

  窓前舊種少桃發 簾外新巢雙燕來 창전구종소도발 염외신소쌍연래

  賢否卽從妻母問 其言吾女德兼才 현부즉종처모문 기언오녀덕병재

    *시집 온 지 얼마 안 되는 아내의 상을 당한 남편을 대신하여

     지은 시이다.

     아내가 떠난 집에 제비가 찾아오고 복숭아 꽃이 피니, 아내를 그리

     는 정이더욱 간절해짐을 표현했다.

  

  기생에게 지어 주다

  처음 만났을 때는 어울리기 어렵더니

  이제는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었네.

  주선(酒仙)이 시은(市隱)과 사귀는데

  이 여협객은 문장가일세.

  정을 통하려는 뜻이 거의 합해지자

  달그림자까지 합해서 세 모습이 새로워라.

  서로 손 잡고 달빛 따라 동쪽 성곽을 거닐다가

  매화꽃 떨어지듯 취해서 쓰러지네.

  

  贈妓 증기

  却把難同調 還爲一席親 각파난동조 환위일석친

  酒仙交市隱 女俠是文人 주선교시은 여협시문인

  太半衿期合 成三意態新 태반금기합 성삼의태신

  相携東郭月 醉倒落梅春 상휴동곽월 취도락매춘

  

  *주선(酒仙)은 술을 즐기는 김삿갓 자신.

   시은(市隱)은 도회지에 살면서도 은자같이 지내는 사람.

   이백(李白)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에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이라고 하여 달,자신,자신의 그림자가 모여 셋이 되었다는 구절이 있

   다.

  *술을 좋아하는 시객(詩客)이 아름다운 기녀와 대작을 하며 시로 화답

   하고봄 밤의 취흥을 즐기는 풍류시이다.

  

  늙은이가 읊다

  오복 가운데 수(壽)가 으뜸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오래 사는 것도 욕이라고 한 요임금 말이 귀신 같네.

  옛친구들은 모두 다 황천으로 가고

  젊은이들은 낯설어 세상과 멀어졌네.

  근력이 다 떨어져 앓는 소리만 나오고

  위장이 허해져 맛있는 것만 생각나네.

  애 보기가 얼마나 괴로운 줄도 모르고

  내가 그냥 논다고 아이를 자주 맡기네.

  

  老吟 노음

  五福誰云一曰壽 堯言多辱知如神 오복수운일왈수 요언다욕지여신

  舊交皆是歸山客 新少無端隔世人 구교개시귀산객 신소무단격세인

  筋力衰耗聲似痛 胃腸虛乏味思珍 근력쇠모성사통 위장허핍미사진

  內情不識看兒苦 謂我浪遊抱送頻 내정부식간아고 위아랑유포송빈

  

  *요임금이 말하기를 아들이 많으면 근심이 많아지고 부귀하면 일이 많

   으며 장수하면 욕된 일이 많아 진다고 했다.

   오복(五福)의 첫째는 장수(長壽)라 하나 늙으면 버림 받고 외로워지

   니 요임금이 이를 알고 長壽는 多辱이라 했다.

  

  노인이 스스로 놀리다

  여든 나이에다 또 네 살을 더해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데 신선은 더욱 아닐세.

  다리에 근력이 없어 걸핏하면 넘어지고

  눈에도 정기가 없어 앉았다 하면 조네.

  생각하는 것이나 말하는 것이나 모두가 망령인데

  한 줄기 숨소리가 목숨을 이어가네.

  희로애락 모든 감정이 아득키만 한데

  이따금 황정경 내경편을 읽어보네.

  

  老人自嘲 노인자조

  八十年加又四年 非人非鬼亦非仙 팔십년가우사년 비인비귀역비선

  脚無筋力行常蹶 眼乏精神坐輒眠 각무근력행상궐 안핍정신좌첩면

  思慮語言皆妄녕 猶將一縷線線氣 사려어언개망녕 유장일루선선기

  悲哀歡樂總茫然 時閱黃庭內景篇 비애환락총망연 시열황정내경편

  

  *김삿갓이 노인의 청을 받아 지은 것으로, 기력이 쇠해서 근근히 살아

   가면서도 도가(道家)의 경전을 읽으며 허무에 심취한 것을 읊었다.

  

  갓 쓴 어린아이를 놀리다

  솔개 보고도 무서워할 놈이 갓 아래 숨었는데

  누군가 기침하다가 토해낸 대추씨 같구나.

  사람마다 모두들 이렇게 작다면

  한 배에서 대여섯 명은 나올 수 있을 테지.

  

  嘲幼冠者 조유관자

  畏鳶身勢隱冠蓋 何人咳嗽吐棗仁 외연신세은관개 하인해수토조인

  若似每人皆如此 一腹可生五六人 약사매인개여차 일복가생오륙인

  

  *어린 꼬마 신랑이 갓을 쓰고 다님을 조롱했다. 솔개를 무서워할 나이

   에 몸을 가릴 만큼 큰 갓을 쓰고 몸집은 대추씨처럼 작은데 벌써 새

   신랑이 되었음을 표현했다.

  

  갓 쓴 어른을 놀리다

  갓 쓰고 담뱃대 문 양반 아이가

  새로 사온 맹자 책을 크게 읽는데

  대낮에 원숭이 새끼가 이제 막 태어난 듯하고

  황혼녘에 개구리가 못에서 어지럽게 우는 듯하네.

  

  嘲年長冠者 조연장관자

  方冠長竹兩班兒 新買鄒書大讀之 방관장죽양반아 신매추서대독지

  白晝후孫初出袋 黃昏蛙子亂鳴池 백주후손초출대 황혼와자난명지

  

      훈장을 훈계하다

  두메산골 완고한 백성이 괴팍한 버릇 있어

  문장대가들에게 온갖 불평을 떠벌리네.

  종지 그릇으로 바닷물을 담으면 물이라 할 수 없으니

  소 귀에 경 읽기인데 어찌 글을 깨달으랴.

  너는 산골 쥐새끼라서 기장이나 먹지만

  나는 날아 오르는 용이라서 붓끝으로 구름을 일으키네.

  네 잘못이 매 맞아 죽을 죄이지만 잠시 용서하노니

  다시는 어른 앞에서 버릇없이 말장난 말라.

  

  訓戒訓長 훈계훈장

  化外頑氓怪習餘 文章大塊不平噓 화외완맹괴습여 문장대괴불평허

  여盃測海難爲水 牛耳誦經豈悟書 여배측해난위수 우이송경기오서

  含黍山間奸鼠爾 凌雲筆下躍龍余 함서산간간서이 능운필하약용여

  罪當笞死姑舍己 敢向尊前語詰거 죄당태사고사기 감향존전어힐거

  

  *김삿갓이 강원도 어느 서당을 찾아가니 마침 훈장은 학동들에게고대

   의 문장을 강의 하고 있는데 주제넘게도 그 문장을 천시하는 말을 하

   고김삿갓을 보자 멸시를 하는 것이었다. 이에 훈장의 허세를 꼬집는

   시를 지었다.

  

      훈장

  세상에서 누가 훈장이 좋다고 했나.

  연기없는 심화가 저절로 나네.

  하늘 천 따 지 하다가 청춘이 지나가고

  시와 문장을 논하다가 백발이 되었네.

  지성껏 가르쳐도 칭찬 듣기 어려운데

  잠시라도 자리를 뜨면 시비를 듣기 쉽네.

  장중보옥 천금 같은 자식을 맡겨 놓고

  매질해서 가르쳐 달라는 게 부모의 참마음일세.

  

  訓長 훈장

  世上誰云訓長好 無烟心火自然生 세상수운훈장호 무연심화자연생

  曰天曰地靑春去 云賦云詩白髮成 왈천왈지청춘거 운부운시백발성

  雖誠難聞稱道賢 暫離易得是非聲 수성난문칭도현 잠리이득시비성

  掌中寶玉千金子 請囑撻刑是眞情 장중보옥천금자 청촉달형시진정

  

  *김삿갓은 방랑 도중 훈장 경험을 하기도 했는데 훈장에 대한 그의 감

   정은 호의적이지 못해서 얄팍한지식으로 식자(識者)인 체하는 훈장을

   조롱하는 시가 여럿 있다.

  

      산골 훈장을 놀리다

  산골 훈장이 너무나 위엄이 많아

  낡은 갓 높이 쓰고 가래침을 내뱉네.

  천황을 읽는 놈이 가장 높은 제자고

  풍헌이라고 불러 주는 그런 친구도 있네.

  모르는 글자 만나면 눈 어둡다 핑계대고

  술잔 돌릴 땐 백발 빙자하며 잔 먼저 받네.

  밥 한 그릇 내주고 빈 집에서 생색내는 말이

  올해 나그네는 모두가 서울 사람이라 하네.

  

  嘲山村學長 조산촌학장

  山村學長太多威 高着塵冠揷唾排 산촌학장태다위 고착진관삽타배

  大讀天皇高弟子 尊稱風憲好明주 대독천황고제자 존칭풍헌호명주

  每逢兀字憑衰眼 輒到巡杯籍白鬚 매봉올자빙쇠안 첩도순배적백수

  一飯횡堂生色語 今年過客盡楊州 일반횡당생색어 금년과객진양주

  

  *풍헌(風憲)은 조선 시대 향직(鄕職)의 하나.

  

      기생 가련에게

  가련한 행색의 가련한 몸이

  가련의 문 앞에 가련을 찾아왔네.

  가련한 이 내 뜻을 가련에게 전하면

  가련이 이 가련한 마음을 알아주겠지.

  

  可憐妓詩 가련기시

  可憐行色可憐身 可憐門前訪可憐 가련행색가련신 가련문전방가련

  可憐此意傳可憐 可憐能知可憐心 가련차의전가련 가련능지가련심

  

  *김삿갓은 함경도 단천에서 한 선비의 호의로 서당을 차리고 3년여를

   머무는데 가련은 이 때 만난 기생의 딸이다.

   그의 나이 스물 셋. 힘든 방랑길에서 모처럼 갖게 되는 안정된 생활

   과 아름다운 젊은 여인과의 사랑...

   그러나 그 어느 것도 그의 방랑벽은 막을 수 없었으니다시 삿갓을 쓰

   고 정처없는 나그네 길을 떠난다.

  

      이별

  가련의 문 앞에서 가련과 이별하려니

  가련한 나그네의 행색이 더욱 가련하구나.

  가련아, 가련한 이 몸 떠나감을 슬퍼하지 말라.

  가련을 잊지 않고 가련에게 다시 오리니.

  

  離別 이별

  可憐門前別可憐 可憐行客尤可憐 가련문전별가련 가련행객우가련

  可憐莫惜可憐去 可憐不忘歸可憐 가련막석가련거 가련불망귀가련

  

      어느 여인에게

  나그네 잠자리가 너무 쓸쓸해 꿈자리도 좋지 못한데

  하늘에선 차가운 달이 우리 이웃을 비추네.

  푸른 대와 푸른 솔은 천고의 절개를 자랑하고

  붉은 복사꽃 흰 오얏꽃은 한 해 봄을 즐기네.

  왕소군의 고운 모습도 오랑케 땅에 묻히고

  양귀비의 꽃 같은 얼굴도 마외파의 티끌이 되었네.

  사람의 성품이 본래부터 무정치는 않으니

  오늘 밤 그대 옷자락 풀기를 아까워하지 말게나.

  

  贈某女 증모녀

  客枕條蕭夢不仁 滿天霜月照吾隣 객침조소몽불인 만천상월조오린

  綠竹靑松千古節 紅桃白李片時春 녹죽청송천고절 홍도백리편시춘

  昭君玉骨湖地土 貴비花容馬嵬塵 소군옥골호지토 귀비화용마외진

  人性本非無情物 莫惜今宵解汝거 인성본비무정물 막석금소해여거

  

  *왕소군은 한나라 원제(元帝)의 궁녀. 흉노 땅에서 죽음.

  *마외파는 안녹산의 난이 일어났을때 양귀비가 피난 갔다가 죽은 곳.

  *김삿갓이 전라도 어느 마을을 지나다가 날이 저물어 커다란 기와집을

   찾아갔다. 주인은 나오지 않고 계집종이 나와서 저녁상을 내다 주었

   다. 밥을 다 먹은 뒤에안방 문을 열어보니 소복을 입은 미인이 있었

   는데 독수공방하는 어린 과부였다. 밤이 깊은 뒤에 김삿갓이 안방에

   들어가자 과부가 놀라 단도를 겨누었다.

   김삿갓이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는 길인데 목숨만 살려 달라고 하자

   여인이운을 부르며 시를 짓게 하였다.

  

      길가에서 처음 보고

  그대가 시경 한 책을 줄줄 외우니

  나그네가 길 멈추고 사랑스런 맘 일어나네.

  빈 집에 밤 깊으면 사람들도 모를테니

  삼경쯤 되면 반달이 지게 될거요. -김삿갓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이 많아 눈 가리기 어려우니

  마음 있어도 말 못해 마음이 없는 것 같소.

  담 넘고 벽 뚫어 들어오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내 이미 농부와 불경이부 다짐했다오. -여인

  

  街上初見 가상초견

  芭經一帙誦分明 客駐程참忽有情 파경일질송분명 객주정참홀유정

  虛閣夜深人不識 半輪殘月已三更 -金笠詩 허각야심인불식 반륜잔월이삼

                                 경 -김립시

  難掩長程十目明 有情無語似無情 난엄장정십목명 유정무어사무정

  踰墻穿壁非難事 曾與農夫誓不更 -女人詩 유장천벽비난사 증여농부서불

                                 경 -여인시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는데 여인들이 논을 메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 미인이 시경을 줄줄 외우고 있어서 김삿갓이 앞구절을

   지어 그의 마음을 떠 보았다.

   그러자 여인이 뒷구절을 지어 남편과 다짐한 불경이부(不更二夫)의

   맹세를 저 버릴 수 없다고거절하였다.

  

      그림자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날 따르는데도 고마워 않으니

  네가 나와 비슷하지만 참 나는 아니구나.

  달빛 기울어 언덕에 누우면 도깨비 모습이 되고

  밝은 대낯 뜨락에 비치면 난쟁이처럼 우습구나.

  침상에 누워 찾으면 만나지 못하다가

  등불 앞에서 돌아보면 갑자기 마주치네.

  마음으로는 사랑하면서도 종내 말이 없다가

  빛이 비치지 않으면 자취를 감추네.

  

  詠影 영영

  進退隨농莫汝恭 汝농酷似實非농 진퇴수농막여공 여농혹사실비농

  月斜岸面篤魁狀 日午庭中笑矮容 월사안면독괴상 일오정중소왜용

  枕上若尋無覓得 燈前回顧忽相逢 침상약심무멱득 등전회고홀상봉

  心雖可愛終無信 不映光明去絶踪 심수가애종무신 불영광명거절종

  

  * ..아직 그의 파격적인 희롱의 시편들을 예감하기에는 이르다.

   ..그의 마음 가운데 잉태하고 있는 시의 파괴적인 상태는 아직 보이

   지 않는다. 다만 시의 내용에서 어떤 우수나 비애도 내비치지않은 냉

   철한 서술이 있는데 바로 이 서술에서 그의 장난스러운 상상력을 얼

   핏 내보이고 있다.


      지관을 놀리다

  풍수 선생은 본래 허망된 말만 하는 사람이라

  남이다 북이다 가리키며 부질없이 혀를 놀리네.

  청산 속에 만약 명당 자리가 있다면

  어찌 네 아비를 파묻지 않았나.

  

  嘲地官 조지관

  風水先生本是虛 指南指北舌飜空 풍수선생본시허 지남지북설번공

  靑山若有公侯地 何不當年葬爾翁 청산약유공후지 하불당년장이옹

  

      지사를 조롱함

  가소롭구나 용산에 사는 임처사여

  늘그막에 어찌하여 이순풍을 배웠나.

  두 눈으로 산줄기를 꿰뚫어 본다면서

  두 다리로 헛되이 골짜기를 헤매네.

  환하게 드러난 천문도 오히려 모르면서

  보이지 않는 땅 속 일을 어찌 통달했으랴.

  차라리 집에 돌아가 중양절 술이나 마시고

  달빛 속에서 취하여 여윈 아내나 안아 주시게.

  

  嘲地師 조지사

  可笑龍山林處士 暮年何學李淳風 가소용산임처사 모년하학이순풍

  雙眸能貫千峰脈 兩足徒行萬壑空 쌍모능관천봉맥 양족도행만학공

  顯顯天文猶未達 漠漠地理豈能通 현현천문유미달 막막지리기능통

  不如歸飮重陽酒 醉抱瘦妻明月中 불여귀음중양주 취포수처명월중

  

  *이순풍(李淳風)은 당나라 사람으로 역산(曆算)에 밝았고 혼천의(渾天

   儀)를 만들었다.

  *천체의 형상도 모르면서 땅의 이치를 안답시고 명당이라는 곳을 찾기

   위해 수많은 산봉우리와 골짜기를 누비고 다녔으나 모두 헛수고를 한

   것이니 그만 두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조롱을 했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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