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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는 꽃이 피네
*** 詩 ***/김삿갓 詩

금강산에서 대사와 시짓기

by 산산바다 2006. 8. 1.

산과바다

 

 

금강산에 들려 대사와 김삿갓은 시짓기 내기를하여 이빨을 뽑아.......

 

 

정상에 올라 점심을 먹고 잠시 기념사진을 찍다(멀리 배경은 남한강 상류 영춘쪽임) 영춘중학교는 선재(한병국)님의 초임 근무지이란다.

 

 

대사와 김삿갓의 시짓기


 금강산이 온통 단풍에 붉게 타던 어느해 가을에 있은 일이다.

어느날 백운동골안의 마하연대청에는 어려서부터 이 암자에서 사는 중과 속세에서 방랑생활을 하는 김삿갓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되였다. 중은 누구보다도 금강산에 대한 애착을 가진 대사로서 시를 짓는데서도 한다하는 문장가들보다 못지않은 재간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말을 뗀 것 은 김삿갓이였다.


<제가 듣건대 대사는 시를 잘 짓기로 소문이 났는데 소인에게 글짓기내기를 할수 있는 영광의 기회를 주었으면 더없이 기쁘게 생각하겠습니다.>

<정 그렇게 소원이라면 그대가 제기한 글짓기내기에 응할 용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조금이라도 헛소리를 하여 저 신령스러운 금강산을 털끝만큼이라도 욕되게 한다면 나는 당신의 이발을 빼버리겠소. 이러한 약속 밑에 나와 시를 다툴 각오를 가지셨는지요?>

<대사의 말씀대로 아무리 글재주가 비상하다 한들 어떻게 한수의 시에 저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을 수 있겠소. 저는 다만 대사가 금강산을 누구보다 몹시 사랑하고 귀중히 여긴다고 하기에 저 역시 금강산을 보면 볼수록 뜻 깊은 심정을 억제할 수 없어 이 두 마음을 합쳐 글을 짓는다면 혹시 좋은 시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지요.>


이 말을 새겨듣고 보니 김삿갓이 과연 뜻하는바가 있는지라 대사는 곧 그가 청하는 글짓기내기에 응하게 되였다. 그리하여 대사와 김삿갓사이에 글짓기내기가 시작 되였다.

시는 먼저 금강산의 이름난 곳들을 많이 알고 있는 대사가 전구를 떼고 김삿갓이 대구를 하는 식으로 이어나갔다.



대사-이른 아침 립석봉에 오르니 구름은 발아래에 생기고

삿갓-저녁에 황천강의 물을 마시니 달이 입술에 걸리더라

 

대사-사람의 그림자는 물속에 잠겨있어도 옷은 하나도 젖지 않았고

삿갓-물속에 청산을 오르고 내렸어도 다리는 하나도 아프지 않네

 

대사-산에서 돌이 굴면 천년이 걸려야 땅에 닿을 듯 하고

삿갓-산이 한자만 더 높으면 손이 하늘에 닿을 듯 하여라.

 

대사-가을구름이 만리에 뻗었으니 흰 고기비늘이 겹쌓인 것 같고

삿갓-천년 묵은 고목의 뻗친 가지는 사슴의 뿔이 높이 솟은 듯 하구나.

 

대사-청산을 돈을 주고 샀더니 구름은 공으로 얻고

삿갓-맑은 물가에 다달으니 고기는 저절로 모여 드누나

 

대사-절벽은 비록 위태롭게 솟아있어도 그 위에서 꽃이 웃는 경치가 좋고

삿갓-양춘은 비록 아름 다와도 새는 슬피 울며 떠나가누나.

 

대사-물은 절구공이가 되여 절벽을 내리찧고

삿갓-구름은 옥으로 만든 자가 되여 청산을 재어간다.


대사가 연해연방 불러대여도 삿갓이 거침없이 대답을 하는데 그것이 앞뒤가 꼭 맞을뿐아니라 그 뜻이 하도 깊어서 신기할 정도였다. 대사는 마침내 글짓기내기를 더 이상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아끼던 마지막 구절을 떼였다.

달이 희고 눈이 희니 천지가 다 희고


삿갓이 제꺽 그 뜻을 알아차리고 끝을 맺었다.

산이 깊고 물이 깊으니 나그네 수심도 깊다.


대사는 김삿갓의 마지막 구에는 더구나 감동되여 입을 딱 벌렸다.

대사가 김삿갓의 비상한 재주에 감복하여 말없이 그를 쳐다보는데 삿갓도 중을 마주보다가

<아니 왜 바라보기만 하십니까. 이발을 빼버리기엔 아직 이르지 않습니까?>하고 빈정대며 웃으니 대사가 기쁨을 감추지 않고 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고?>

<김삿갓이올시다.>

<오라 김삿갓! 소문에도 시에 귀신이라 하더니만 이제 보니 그대는 과연 시의 신선일세. 80평생에 당신 같은 적수를 만난 것은 오늘이 처음이요. 참말 유쾌하구려. 아직도 젊은 나이니까 앞으로 이태백이 될 거요. 그러나 너무 재주를 믿고 정신을 게을리 해서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니 그 점을 새겨두시오.>

 

대사는 진정으로 말하였다.

그들 둘은 뜻 깊은 상봉을 계기로 좋은 시벗이 되였는데 김삿갓은 금강산을 찾을 때마다 그 중과 함께 지내면서 조국의 자연을 노래한 많은 시를 지었다고 한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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