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귀전원거육수(歸田園居) 其一 – 도연명(陶淵明)
전원으로 돌아와 살며
其一
少無適俗韻(소무적속운) : 젊어서부터 세속에 어울리지 못하고
性本愛邱山(성본애구산) : 천성이 본래 산과 언덕을 좋아하였네.
誤落塵網中(오락진망중) : 잘못하여 세속의 그물 속에 떨어져
一去三十年(일거삼십년) : 한 번 떠남에 삼십 년 지났다오.
羈鳥戀舊林(기조련구림) : 새장 속의 새 옛 숲을 그리워하고
池魚思故淵(지어사고연) : 연못의 물고기 옛 못을 생각하네.
開荒南野際(개황남야제) : 남쪽 들 가에 황폐한 밭 일구고
守拙歸園田(수졸귀원전) : 어리석음을 지켜 전원으로 돌아왔노라.
方宅十餘畝(방택십여무) : 네모난 집터는 십여 이랑쯤 되고
草屋八九閒(초옥팔구한) : 초가집은 팔구 간이라오.
楡柳蔭後簷(유류음후첨) : 느릅나무와 버드나무 뒤 처마를 가리우고
桃李羅堂前(도리라당전) :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 집 앞에 늘어서 있네.
曖曖遠人村(애애원인촌) : 어슴푸레 먼 마을의 인가 보이고
依依墟里煙(의의허리연) : 아련히 마을에서는 연기 피어오르네.
狗吠深巷中(구폐심항중) : 골목 길 안에 개 짖는 소리 들리고
雞鳴桑樹顚(계명상수전) : 닭은 뽕나무 꼭대기에서 우누나.
戶庭無塵雜(호정무진잡) : 문과 뜰에는 잡스러운 일 하나 없고
虛室有餘閑(허실유여한) : 빈 방안에는 한가로움이 남아 있다오.
久在樊籠裏(구재번롱리) : 오랫동안 새장 속에 있다가
復得返自然(복득반자연) : 다시 자연으로 돌아 왔노라.
이 시는 《陶靖節集(도정절집)》2권에 실려 있는 〈歸田園居(귀전원거〉시 6수중 제1수로 관직을 사양하고 전원으로 돌아간 즐거운 심정과 전원생활의 정취를 표현하였다. 도연명의 전원시(田園詩)를 대표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고문진보에는 제1수, 제2수, 제3수, 제6수가 실려있다.
제목의 歸田園居가 고문진보에는 귀원전거(歸園田居)라는 제목으로 5수가 실려있다.
* 方宅十餘畝(방택십여무) : 李德弘(이덕홍)의 《艮齋集(간재집)》 속권(續集) 4권에 “方은 方百里의 方과 같으니, 집 주위를 빙둘러 가로와 세로가 10여 畝(무:이랑)임을 말한 것이다.” 하였고, 金隆(김륭)의 《勿巖集(물암집)》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보인다.
* 俗韻(속운) : 속된 음운. 속된 세상
* 塵網(진망중) : 티끌세상의 그물. 즉 추악하게 엉키고 구속 많은 벼슬살이란 뜻. 塵(진) 은 티끌, . 網(망)은 그물.
* 羈鳥(기조) : 새장 속에 얽매어 있는 새, 羈(기): 굴레, 말고삐
* 守拙(수졸) : 어리석음을 지킨다.
* 方宅(방택) : 네모진 택지.
* 曖曖(애애) : 아득하다. 흐리다. 어둡다.
* 依依(의의) : 바람에 가볍고 부드럽게 한들거리는 모양. 흔들흔들.
* 塵雜(진잡) : 잡스럽고 번잡한 것.
* 樊籠(번롱) : 새장의 새. 벼슬살이의 궁색한 생활. 樊(번): 울타리 籠(롱): 대바구니, 새장
도연명 (타오위안밍, 陶淵明, 365년 ~ 427년)은 중국 동진의 시인이다. 자는 원량(元亮), 본명을 잠(潛), 자를 연명(淵明)이라고도 한다. 오류(五柳) 선생이라고 불리며, 시호는 정절(靖節)이다. 심양 사람. 동진 초기의 군벌의 대인물 도간(陶侃)의 증손이라 하는데, 부조(父祖)의 이름은 분명치 않다. 하급 귀족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부친은 일찍 사망했다.
젊어서부터 입신의 포부를 품고 면학에 전념하여 마침내 29세에 주(州)의 관리로서 관직에 임했다. 그 후 13년간 지방 관계에 있었으나 입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팽택령(彭澤令)을 80일간 근무한 후 향리로 돌아갔다. “내 5두미(斗米)의 봉급 때문에 허리를 굽히고 향리의 소인에게 절을 해야 하느냐”라고 한 말은 현(縣)을 시찰하러 온 군의 관리(郡 아래 縣이 있다)에게 절을 할 수 있겠느냐 하고 현령의 자리를 내동댕이쳤을 때의 명문구이다. 그때 전원으로 돌아갈 심경을 말한 것이 〈귀거래사(歸去來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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