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유사천(遊斜川) - 도연명(陶淵明)
사천강가에서 노닐다
開歲焂五日(개세숙오일) : 새해 들어 어느새 닷새
吾生行歸休(오생행귀휴) : 내 삶도 머지않아 끝장나리라.
念之動中懷(념지동중회) : 생각하니 마음 속 흔들리니
及辰爲玆遊(급진위자유) : 때에 맞춰 이렇게 놀고 있도다.
氣和天惟澄(기화천유징) : 공기 온화하고 하늘도 맑은데
班坐依遠流(반좌의원류) : 긴 물줄기 따라 줄지어서 앉았도다.
弱湍馳文魴(약단치문방) : 느린 여울에는 아롱진 방어가 치닫고
閒谷矯鳴鷗(한곡교명구) : 한적한 골짜기에 우는 갈매기 뒤집어 난다
逈澤散游目(형택산유목) : 멀리 물 쪽으로 눈길 돌려
緬然睇曾丘(면연제증구) : 아득히 曾丘를 흘끗 바라보노라
雖微九重秀(수미구중수) : 아홉 겹의 빼어남이 없지마는
顧瞻無匹儔(고첨무필주) : 둘러보아도 그만한 정도도 없구나.
提壺接賓侶(제호접빈려) : 술병을 가지고 친구들 대접하며
引滿更獻酬(인만경헌수) : 잔에 가득 술을 따라 주고받노라
未知從今去(미지종금거) : 지금 이후의 일이야 수 없거니
當復如此不(당복여차불) : 언제 다시 이같이 놀 수 있으리
中觴縱遙情(중상종요정) : 술 마시며 초탈한 속마음 멋대로 풀어놓고
忘彼千載憂(망피천재우) : 저 천년의 근심 잊어버린다.
且極今朝樂(차극금조락) : 잠시 오늘 아침의 즐거움 맘껏 누리자
明日非所求(명일비소구) : 내일 일이야 알 바가 아니도다.
* 開歲(개세) : 새해가 시작되다. 원단(元旦).
* 倏(숙) : 홀연.
* 行(행) : 장차.
* 歸休(귀휴) : 집에 돌아가서 쉬다. 즉, 죽음을 말한다.
* 動中懷(동중회) : 마음이 울렁거리며 불안하다.
* 及辰(급신) : 좋은 날짜를 틈타서.
* 兹游(자유) : 여기에 놀러오다. 사천(斜川)에 놀러 온 것을 말한다.
* 氣和(기화) : 날씨가 따뜻하다.
* 天惟澄(천유징) : 하늘이 청명하다.
* 班坐(반좌) : 여러 사람이 줄지어 앉다.
* 弱湍(약단) : 천천히 흐르는 여울.
* 馳(치) : 빠르게 옮겨 다니다.
* 文魴(문방) : 무늬가 있는 방어(魴魚).
* 閑谷(한곡) : 인적이 드문 산골짜기.
* 矯(교) : 높이 날다.
* 迥澤(형택) : 훤히 트인 호수.
* 緬然(면연) : 생각에 잠기는 모양.
* 睇(제) : 곁눈질하다.
* 曾丘(증구) : 증성산을 말한다.
* 微(미) : ~만 못하다.
* 九重(구중) : 아홉 겹. 곤륜산의 가장 높은 곳을 증성(曾城)이라 부르며 산이 아홉 겹으로 우뚝 솟아있다고 전해진다.
* 秀(수) : 수려하다.
* 顧瞻(고첨) : 두루 돌아보다. 돌이켜보다.
* 匹儔((필주) : 동반자. 같은 무리.
* 接(접) : 접대하다.
* 引满(인만) : 술잔 가득히 술을 따라 마시다.
* 獻酬(헌수) : 술잔을 서로 주고받다.
* 從今去(종금거) : 지금 이후.
* 不(부) : 否와 같다. ~느냐. 물음을 나타내는 조사.
* 中觴(중상) : 술을 반쯤 마시다.
* 千載憂(천재우) : 천 년 후까지도 살려는 걱정.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인생의 본질적인 걱정. 고시 19수 중 제15수에 “사는 햇수 백 년도 채 못 되거늘, 천 년의 시름을 항상 품고 있네(生年不滿百, 常懷千歲憂.)
* 極(극) : 마음껏 하다. 한껏 하다.
* 非所求(비소구) : 바라는 바가 전혀 없다.
이 시는 도연명집(陶淵明集)에 실려 있으며 동진(東晉) 융안(隆安) 5년(401년), 도연명의 37세 때 작품이다. 도연명은 이 때 환현(桓玄)의 막하에서 벼슬하였다.
유사천(游斜川) 시는 도연명이 신축년 정월 오일 이웃과 함께 사천(斜川)에 놀러가 증성산과 남산을 바라보고 즉흥적으로 지은 시로 이웃들과 함께 사천의 경치를 구경하는 즐거움과 아름다운 경치에 비해 삶이 너무 짧다는 아쉬움을 드러낸 시이다.
이 시는 당시 사천을 놀러가게 된 동기를 설명하는 서문과 본시로 구성되어 있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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