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代書答梁先(대서답양선) : 소식(蘇軾)
편지를 대신하여 양선에게 답한다.
此身與世眞悠悠,蒼顔華髮誰汝留。强名太守古徐州,忘歸不如楚沐猴。
魯人豈獨不知丘,蹸藉夫子無罪尤。異哉梁子淸而修,不遠千里從我遊。
了然正色懸雙眸,世之所馳子獨不。一經通明傳節侯,小楷精絶規摹歐。
我衰廢學懶且婾,畏見問事賈長頭。別來紅葉黃花秋,夜夢見之起坐愁。
遺我駁石盆與甌,黑質白章聲琳球。謂言山石生澗溝。追琢尙可王公羞。
感子佳意能無酬,反將木瓜報珍投。學如富賈在博收,仰取俯拾無遺籌。
道大如天不可求,修其可見致其幽。願子篤實愼勿浮,發憤忘食樂忘憂。
此身與世眞悠悠 : 세상과는 정말 멀리도 떨어진 이 몸이
蒼顔華髮誰汝留 : 창백한 얼굴 흰 머리여 누가 그대를 붙잡으리
强名太守古徐州 : 유서 깊은 서주 땅에서 억지로 태수라 불리며
忘歸不如楚沐猴 : 돌아가기를 잊었으니 초나라 원숭이만 못하네
魯人豈獨不知丘 : 노나라 사람이 공자를 몰랐을 뿐만 아니라
蹸藉夫子無罪尤 : 선생님을 능멸해도 아무 죄가 없었거늘
異哉梁子淸而修 : 기이하군요. 양선생처럼 말고도 고상한 분이
不遠千里從我遊 : 천 리를 멀다 않고 저를 찾아 주셨네.
瞭然正色懸雙眸 : 반듯한 얼굴에 두 눈동자 초롱초롱하고
世之所馳子獨不 : 세상이 다 쫓는데 선생은 유독 안 쫓네.
一經通明傳節侯 : 경전 하나에 정통하여 절후의 뒤를 잇고
小楷精絶規摹歐 : 절묘한 작은 해서(楷書)는 구양공을 본받았네.
我衰廢學懶且婾 : 노쇠한 나는 공부를 접고 게으름만 피워
畏見問事賈長頭 : 자꾸만 물어대는 키다리 보기가 두렵네.
別來紅葉黃花秋 : 헤어진 뒤 붉은 잎과 노란 꽃 피는 가을
夜夢見之起坐愁 : 꿈속에 그것을 보고 일어나 앉아 시름에 젖네.
遺我駁石盆與甌 : 저에게 주신 알록달록한 돌로 만든 동이와 사발
黑質白章聲琳球 : 검은 바탕 흰 무늬에 소리도 참으로 낭랑하네.
謂言山石生澗溝 : 계곡에서 나온 보잘것없는 산석이라 하셨지만
追琢尙可王公羞 : 갈고 닦으면 왕공에게 바칠 수도 있겠군요
感子佳意能無酬 : 선생의 후의에 감동했거늘 보람이 없을쏘냐
反將木瓜報珍投 : 진귀한 선물에 도리어 모과로 보답하는군요
學如富賈在博收 : 학문이란 큰 상인처럼 두루 모아 야 하는 것
仰取俯拾無遺籌 : 고개 들어도 얻고 숙여도 주워서 빠진 게 없네.
道大如天不可求 : 선생은 도가 하늘 같아 쫓아갈 수 없나니
修其可見致其幽 : 보이는 것도 잘 닦고 안 보이는 것도 이루었지
願子篤實愼勿浮 : 선생께선 독실히 삼가시어 가벼워지지 마시고
發憤忘食樂忘憂 : 분발하여 밥 먹기를 잊고 즐거움으로 근심을 잊으시오
* 해서(楷書) : 한자 서체의 하나. 예서(隷書)에서 발달한 것으로 글자 모양이 가장 반듯한 것. 정서(正書). 楷 : 나무이름 해. 書 : 쓸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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