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留題仙都觀(유제선도관) : 소식(蘇軾)
선도관에 남긴다
山前江水流浩浩,山上蒼蒼松柏老。舟中行客去紛紛,古今換易如秋草。
空山樓觀何崢嶸,真人王遠陰長生。飛符禦氣朝百靈,悟道不復誦《黃庭》。
龍車虎駕來下迎,去如旋風摶紫清。真人厭世不回顧,世間生死如朝暮。
學仙度世豈無人,餐霞絕粒長辛苦。安得獨從逍遙君,泠然乘風駕浮雲,超世無有我獨行。
山前江水流浩浩(산전강수류호호) : 산 앞에는 강물이 질펀하게 흐르고
山上蒼蒼松柏老(산상창창송백노) : 산 위에는 푸릇푸릇 늙은 송백 우뚝 섰네.
舟中行客去紛紛(주중행객거분분) : 배를 탄 나그네들 분분하게 떠나가고
古今換易如秋草(고금환역여추초) : 과거와 현재가 가을풀 시들듯 쉬 바뀌고
空山樓觀何崢嶸(공산루관하쟁영) : 빈 산의 누관은 어찌 저리도 가파른가.
眞人王遠陰長生(진인왕원음장생) : 진인 도사 왕원과 음장생이 도를 닦던 곳이라네.
飛符御氣朝百靈(비부어기조백령) : 부적을 날리고 바람 타고 여러 신을 뵙고
悟道不復誦黃庭(오도불복송황정) : 도를 깨달아 다시는 황정경을 외지는 않겠네.
龍車虎駕來下迎(용거호가래하영) : 용 수레와 범 거마가 내려와 맞이하여
去如旋風博紫淸(거여선풍박자청) : 선풍이 허공을 치듯 휙 하고 가버리네.
眞人厭世不回顧(진인염세불회고) : 진인은 세상이 싫어 돌아보지 않나니
世間生死如朝暮(세간생사여조모) : 세간의 생사란 조석이 바뀌듯 덧없다네.
學仙度世豈無人(학선도세개무인) : 신선술을 배워 세속을 초월하려는 사람이 있어서
餐霞絶粒長苦辛(찬하절립장고신) : 곡기 끊고 이슬 먹으며 길이길이 고생이네.
安得獨從逍遙君(안득독종소요군) : 어떻게 하면 나만 홀로 소요군을 좇아서
冷然乘風駕浮雲(냉연승풍가부운) : 날렵하게 바람 타고 뜬구름을 몰면서
超世無有我獨存(초세무유아독존) : 세속을 떠나 무유향에서 혼자 살 수 있을까?
이 詩는 가우(嘉祐) 4년(1059) 10월, 모친의 시묘를 마친 동파가 부친(蘇洵) 및 아우(蘇轍)와 함께 미주(眉州)에 있는 집을 나선 뒤 가주(嘉州)에서 배를 타고 변경(汴京)으로 가는 도중에 쓴 것이다.
* 王遠 : 동한(東漢) 때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 속 인물로 자는 방평(方平)이고 동해(東海) 출신이다. 효렴으로 관리가 되어 천문을 살폈다. 하도(河圖)와 도참(圖讖)을 배운 뒤 벼슬을 떠나 은거⋅수련하다가 평도산(平都山)에서 신선이 되어 승천하였다. 마고(麻姑)가 그를 만나러 왔다가 만나지 못했다는 일화가 전한다.
* 陰長生 : 동한(東漢) 때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 속 인물로 신야(新野) 출신이다. 화제(和帝)의 황후 음씨(陰氏)의 증조(曾祖)로 알려졌다. 명문 출신임에도 벼슬을 바라지 않아 은거하며 도술을 익혔다. 남양(南陽) 태화산(太和山)에서 마명생(馬鳴生)을 만나 하인으로 지내다가 태청신단경(太淸神丹經)을 받은 뒤 평도산(平都山)으로 들어가 도를 닦은 뒤 신선이 되었다.
* 黃庭 : 도가(道家)의 ⟪황정경黃庭經⟫을 가리킨다. 이백(李白)은 ⟪송하빈객귀월(送賀賓客歸越)⟫이란 시에서 ‘山陰道士如相見, 應寫黃庭換白鵝(산음에서 도사를 만나면 왕희지처럼 / ⟪황정경⟫ 써주고 거위와 바꾸시겠지)’라고 하였다.
* 龍車虎駕 : 고대 중국에서는 희화(羲和)가 말이 끄는 수레에 해를 싣고 운행하는 것으로 믿었다.
* 紫淸 : 신선이 사는 천상을 가리킨다. 이백(李白)은 「춘일행(春日行)」이란 시에서 ‘深宮高樓入紫淸, 金作蛟龍盤繡楹(깊은 궁궐 높은 누각 하늘 높이 솟아 있고 / 크고 굵은 기둥마다 금빛 용이 새겨져 있네)’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摶’은 ‘憑藉’의 뜻이다.
* 餐霞絶穀 : 밤에 내린 이슬을 먹고 화식(火食)을 끊는 등 선인이 되기 위해 양생(養生)을 하는 도가(道家) 수행법을 가리킨다.
* 逍遙 : ‘逍遙’는 찬찬히 걷는 것을 가리키거나 자득자재(自得自在), 스스로 만족해하고 편안해하는 것을 가리킨다. ‘冷然’은 가볍고 시원시원한 모습을 가리킨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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