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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는 꽃이 피네
禪詩/禪師들의 禪詩

白谷處能(백곡처능)의 禪詩(선시) (1)~(12)

by 산산바다 2022.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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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白谷處能(백곡처능) (1619~1680)禪詩 (1)~(12)

 

 

白谷處能(백곡처능) (1619~1680. 俗姓 全氏, 愼守, 法名 處能, 法號 白谷)

 

성은 김씨(金氏). 자는 신수(愼守). 호는 백곡(白谷). 12세에 의현(義賢)에게 글을 배우다가 불경을 읽고 그 깊은 이치에 감동하여 출가를 결심하였고, 15세에 승려가 된 뒤 다시 신익성(申翊聖)으로부터 경사(經史) 및 제자(諸子)와 시문(詩文)을 배웠다.

그 뒤 지리산 쌍계사(雙磎寺)의 각성(覺性)을 찾아가 23년 동안 수선(修禪)과 내전(內典)을 익혀 그의 법을 이어받았다. 1674(현종 15)김좌명(金佐明)의 주청으로 팔도선교십육종도총섭(八道禪敎十六宗都摠攝)이 되었으나 곧 사퇴하고 속리산·청룡산(靑龍山성주산(聖住山계룡산 등지에서 산림법회(山林法會)를 열어 후학들을 지도하였다.

가장 오래 머물렀던 사찰은 대둔사(大芚寺)의 안심암(安心庵)이었다. 한편, 현종의 척불정책에 대하여 전국 승려를 대표하여 간폐석교소(諫廢釋敎疏)를 올렸고, 1680년 금산사(金山寺)에서 대법회를 열고 그 해 7월에 입적(入寂)하였다. 그는 한참 위축되어 있던 조선시대의 승단을 대변하여 호불간쟁(護佛諫諍)에 앞장섰던 고승이다.

저술로는 『백곡집』 2권과 『임성당대사행장(任性堂大師行狀)』 1권이 전하고 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처능處能)]

 

 

(1) 感興(감흥) : 마음에 깊이 느끼어 일어나는 흥취 

 

浮雲終日行 ~ 뜬구름이 終日토록 다니니

行行向北歸 ~ 다니고 다니다가 쪽으로 돌아가네.

萬古英俊人 ~ 만고에 뛰어났던 사람

得失多是非 ~ 얻고 잃음에 시비가 많구나.

是非竟何有 ~ 시비를 한들 결국 무엇이 남을지

盡逐浮雲飛 ~ 모든 것이 뜬구름을 좇아 날아다니는 것.

浮雲本無跡 ~ 뜬구름이란 본래 자취가 없으니

我與雲相依 ~ 나는 구름과 더불어 서로 의지하네.

手中桃竹枝 ~ 손안에 대나무 지팡이가 있고

身上薜蘿衣 ~ 몸 위에는 넝쿨로 지은 옷이 있을 뿐.

夙心多自負 ~ 평소에 가진 뜻에 自負하지만

空嗟與時違 ~ 時代와 맞지 않는 것이 (한탄)恨歎스럽도다.

 

 

 

(2) 敬次李晋州草堂韻(경차이진주초당운) : 이진주의 초당시 운에 따라 삼가 시를 짓다

 

松作溪堂竹作扉 ~ 소나무는 溪堂 되고 대나무는 사립 되고

朝衣還着綠蓑衣 ~ 녹색 도롱이로 아침 옷 갈아입는다.

閑隨白鳥沙邊坐 ~ 한가하면 물새 따라 모래밭 가에 앉고

醉跨靑驢月下歸 ~ 하면 나귀 타고 달 아래 돌아온다.

 

 

 

(3) 言賦閑興(구언부한흥) : 九言으로 한가한 을 읊음

 

人情曲曲重重似羊膓 ~ 사람의 情理란 굽이지고 겹겹이라 마치 의 창자 꼬인 듯하고

世事紛紛擾擾如風狂 ~ 世上事는 어지럽고 시끄러워 미친바람과 다를 게 없노라.

榮譽是非只掉三寸舌 ~ 榮華名譽, 옳고 그름을 分別하는 것은 但只 세치 혓바닥 놀림이요

悲歡榮辱聊付一夢場 ~ 슬픔과 기쁨, 영예와 욕됨은 애오라지 한바탕 꿈에 붙어 있다.

山齋日斜閑伴逸人話 ~ 山中 처소에 해 저물어 한가히 隱者와 벗 삼아 이야기하고

洞府春深看取幽興長 ~ 仙景에 봄이 깊어 幽玄(유현)하고 긴 興趣를 본다.

任他悠悠無限世間事 ~ 유유히 흘러 끝없는 세상사는 그대로 내버려 두고

樂彼得得有餘方外鄕 ~ 얻고 얻어도 남음이 있는 그것 方外世界를 즐기노라.

 

 

 

(4) 短歌行(단가행) : 짧은 노래를 부르다

 

短歌一曲誰能知 ~ 짧은 노래 한 곡 누가 알리오?

不管人間歡與悲 ~ 인간의 기쁨과 슬픔 상관하지 않는다네.

鼓盆送死莊子休 ~ 莊子는 항아리()를 두드리며 葬事를 지냈고

擊筑忘生高漸離 ~ 高漸離(고점리)는 거문고를 두드리며 生死를 잊었다지.

縛束形骸天地中 ~ 天地間에 이 몸뚱이 하나 묶어두었지만

終須凜凜生長風 ~ 끝내는 큰바람 시원하게 한번 불어 보리라.

由來哀樂竟非眞 ~ 슬픔과 즐거움이란 참된 것이 아니니

大抵浮雲流水同 ~ 뜬구름이나 흐르는 물이나 마찬가지

短歌之興何無窮 ~ 짧은 노래의 이 정말 끝이 없도다.

 

* 장자(莊子) : 中國 戰國時代道家 思想家, 아내가 죽었을 때 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 고점리(高漸離) : 中國 秦始皇暗殺하려 했던 樂士, 거문고를 잘 탔다

 

 

 

(5) 宿田家(숙전가) : 農家에서 하룻밤 지내며

 

落日下山鳥飛急 ~ 새들이 급히 날아 해 질 무렵 산을 내려갔다가

望鄕客子歸不及 ~ 미처 돌아오지 못한 나그네가 되었네.

前林漸黑草蟲喧 ~ 저 앞의 숲은 점차 어두워지고 벌레 소리 드높아지는데

問路無人時獨立 ~ 길 물어볼 사람조차 없어 멍청히 서 있기도 하였네.

隨岸忽到兩家村 ~ 언덕을 따라가다 문득 두 집 있는 마을에 다다르니

豆花深處初掩門 ~ 콩꽃이 무성한 곳에 대문은 굳게 잠기었네.

主翁堅臥呼不應 ~ 주인 늙은이는 누운 채 불러도 대답 없고

怒聲呦呦還見憎 ~ 성난 목소리로 도리어 신경질을 내네.

老嫗出叱犬噬衣 ~ 늙은 할미는 나와 꾸짖고 개는 옷을 무는데

雖欲奮去終何歸 ~ 떨치고 가고 싶지만 갈 곳이 어디 있으랴.

低顔僅得弊簷下 ~ 고개 숙이고 겨우 낡은 처마 아래에 허락받으니

風勁霜嚴徹寒夜 ~ 바람은 드세고 서리는 매서워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웠네.

夜深嬰兒啼不絶 ~ 밤이 깊어 갓난아이는 울기를 그치지 않고

猛虎聞之覘蘺穴 ~ 사나운 호랑이는 그 소리에 울타리 구멍을 엿보네.

平生見困莫甚此 ~ 平生에 겪은 困難이 이보다 한 적이 없었으니

直待天明 ~ 날 밝기만을 기다려

扶錫促行不告別 ~ 떠난다는 말도 없이 재빨리 걸음을 재촉하였네.

 

 

 

(6) 白馬江懷古(백마강회고) : 백마강 옛 일을 그리며

 

白馬派聲萬古愁 ~ 白馬江 물결 소리 만고의 수심일세

男兒到此涕堪流 ~ 사나이 눈물이 흘러내림을 견딜 수가 없구나.

始誇魏國山河寶 ~ 처음에는 魏國山河(위국산하) 보배로 여기더니

終作烏江子弟羞 ~ 끝내는 烏江子弟(오강자제) 수치 당했구나.

廢堞有鴉啼落日 ~ 허물어진 성가퀴 지는 해 울어 대는 갈까마귀 보이고

荒臺無妓舞殘秋 ~ 황량한 누대에는 늦은 가을 춤추는 妓女 하나 없도다.

三分割據英雄盡 ~ 三國을 할거하던 영웅들은 다 사라지고

但看西風送客舟 ~ 西風에 손님 떠나보내는 작은 배만 보이네.

 

 

 

(7) 梨花(이화) : 배꽃

 

滿樹初成雪 ~ 나무 가득 눈이 내린 듯하더니

辭枝便逐風 ~ 가지를 떠나면서는 바람을 좇네.

亂鋪溪上下 ~ 溪谷 위아래를 어지럽게 뒤덮더니

殘點屋西東 ~ 남은 몇 점은 동서로 흩날리네.

自惜蜂房廢 ~ 할 일이 없어진 벌도 애석하지만

誰憐蝶路窮 ~ 다닐 곳이 없어진 나비는 누가 가련히 여겨 주리오?

一春花事盡 ~ 한철 봄꽃의 일이 끝나고 나니

山月謾䑃朧 ~ 위의 달이 흐릿하구나.

 

 

 

(8) 幽居雜興(유거잡흥) : 그윽한 곳에 살면서

 

其三

夕陽下幽岑 ~ 저녁 놀 비낀 첩첩산중을 내려오는데

黃昏僧掩門 ~ 황혼이라 스님네는 절간 문을 닫는구나.

俄然山吐月 ~ 아뿔싸! 갑자기 산이 달을 토해내니

宿鳥驚飛飜 ~ 자던 새도 놀라 깨어 자리를 뜨는구나.

微風時送音 ~ 실바람은 때맞춰 그 소리를 보내와

慰我春夢魂 ~ 봄 꿈속에 빠진 내 넋을 어루만진다.

聒聒喧竹幹 ~ 괄괄한 소리에 대숲은 시끄럽고

冷冷動泉源 ~ 냉랭한 샘물 흘러 그 소리 차가워라.

自歌而自悅 ~ 내 노래 내가 불러 스스로 즐기나니

知音何必論 ~ 내 노래 알아 줄 이 무엇 하러 기다릴까.

 

其四

淸晨吸甘井 ~ 이른 새벽이면 甘露水 길어다가

薄暮烹良茶 ~ 해질 무렵 어스름엔 좋은 끓인다.

飮之迺沃喉 ~ 그것 마셔 내 목구멍 축이려 하니

釅味何其多 ~ 그놈의 津香淸味(진향청미)가 어찌 그리 좋은지.

千峰忽回首 ~ 어쩌다 머리 들면 겹겹이 두른 봉우리마다

屹立高峨峨 ~ 높기도 하려니와 기기묘묘 위세 좋다.

白石點苔蘚 ~ 흰 돌에는 이끼가 점점이 아롱지고

蒼崖垂藤蘿 ~ 푸른 절벽엔 넝쿨이 얽히고설켰다.

浮生有終極 ~ 이놈의 뜬구름 같은 생 종극엔 끝이 있을 터

奈此風光何 ~ 어찌할까나 아름다운 이 風光.

 

 

 

(9) 臨水臺(임수대) : 임수대에서

 

臨水臺前臨水坐 ~ 臨水臺(임수대)에서 물을 가까이 마주하고 앉아

棲雲山上望雲歸 ~ 棲雲山(서운산) 위에 돌아가는 구름을 바라보네.

水自澄淸雲自白 ~ 물은 절로 맑고 구름은 절로 희니

與吾無是亦無非 ~ 나에겐 옳음도 없고 그름도 없다네.

 

 

 

(10) 壺亭(호정) : 호정 鄭斗源의 초당에서

 

峽路經春沮 ~ 좁은 길은 봄 지나 막히고

溪堂盡日空 ~ 시냇가 초당 종일 비어있네.

草憾堤上雨 ~ 둑에 내리는 비에 풀은 취했고

花笑檻前風 ~ 꽃은 난간 바람에 웃고 있네.

睡熟身仍穩 ~ 졸음 깊어 몸은 이내 평안하고

詩成句亦工 ~ 가 되려면 글귀 또한 교묘하지

一樽無事酒 ~ 일 없는 한 잔의 술

斟酌與誰同 ~ 누구와 함께 주고받는담.

 

* 鄭斗源(1581~1642. 當時 宰相)草堂에서 지은 이다.

이 시는 백곡 처능(白谷 處能)대사의 시이다. 백곡대사는 17세기의 큰스님이다. 대사가 남겨놓은 문집인 백곡집(白谷集)에 보이는 시문은 당시의 문인들에게 뒤지지 않는 수준임을 쉽게 알게 한다. 당시 시를 주고받은 대상들은 당시의 명공 재상들이 대부분이다. 이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대사의 시문에 대한 평가가 어떠하였는지 알 수 있다.

* 위의 시도 호정 정두원(壺亭 鄭斗源)의 초당에서 지은 시이다. 정두원은 당시 재상이었다. 한 나라의 영의정인 재상의 초당을 읊으면서 세속의 영화에 대한 언급이 하나도 없이 그저 봄날의 경치와 거기에 은거할 수 있는 자연인의 한 모습만 보여지고 있다. 여기에서도 대사가 당시의 명경대부와 격의 없는 사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근기를 이해하게 한다.

 

 

 

(11) 題盤石(제반석) : 盤石에 대하여 몇 자 적는다.

 

石恰三人坐 ~ 돌은 세 사람 앉기에 恰足(흡족)하고

溪纔數尺深 ~ 시내는 겨우 서너 자의 깊이라네.

相看兩無語 ~ 서로 바라보나 둘 사이 말이 없는데

斜日鳥歸林 ~ 해질녘 새들은 숲으로 돌아가네.

 

 

 

(12) 悟道頌(오도송) : 出山(출산)

 

步步出山門 ~ 걸음걸음 산문을 나오는데

鳥鳴花落溪 ~ 시냇가에 꽃 날리고 새가 우는구나.

烟沙去路迷 ~ 안개는 골 가득 길을 잃은 채

獨立千峯雨 ~ 千峯(천봉)은 저 빗줄기 속에 외로이 서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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