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虔州八境圖八首(幷引) 건주팔경도팔수(병인) : 소식(蘇軾)
건주팔경도를 읊은 시와 그 서문
幷引
《南康八境圖》者,太守孔君之所作也,君旣作石城,卽其城上樓觀臺榭之所見而作是圖也。東望七閩,南望五嶺,覽群山之參差,俯章貢之奔流,雲煙出沒,草木蕃麗,邑屋相望,雞犬之聲相聞。觀此圖也,可以茫然而思,粲然而笑,嘅然而嘆矣。蘇子曰:此南康之一境也,何從而八乎?所自觀之者異也。且子不見夫日乎,其旦如盤,其中如珠,其夕如破璧,此豈三日也哉。苟知夫境之爲八也,則凡寒暑、朝夕、雨暘、晦冥之異,坐作、行立、哀樂、喜怒之變,接於吾目而感於吾心者,有不可勝數者矣,豈特八乎?如知夫八之出乎一也,則夫四海之外,詼詭譎怪,《禹貢》之所書,鄒衍之所談,相如之所賦,雖至千萬未有不一者也。後之君子,必將有感於斯焉。乃作詩八章,題之圖上。
坐看奔湍繞石樓,使君高會百無憂。三犀竊鄙秦太守,八詠聊同沈隱侯。
濤頭寂寞打城還,章貢臺前暮靄寒。倦客登臨無限思,孤雲落日是長安。
白鵲樓前翠作堆,縈雲嶺路若爲開。故人應在千山外,不寄梅花遠信來。
朱樓深處日微明,皂蓋歸時酒半醒。薄暮漁樵人去盡,碧溪靑嶂繞螺亭。
使君那暇日參禪,一望叢林一悵然。成佛莫敎靈運後,著鞭從使祖生先。
卻從塵外望塵中,無限樓臺煙雨濛。山水照人迷向背,只尋孤塔認西東。
煙雲縹緲鬱孤臺,積翠浮空雨半開。想見之罘觀海市,絳宮明滅是蓬萊。
回峰亂嶂鬱參差,雲外高人世得知。誰向空山弄明月,山中木客解吟詩。
幷引(병인)
《南康八境圖》者, 太守孔君之所作也, 君旣作石城, 卽其城上樓觀臺榭之所見而作是圖也.
<남강팔경도>란 그림은 건주태수 공종한이 그린 것인데, 석성을 쌓은 뒤에 성 위에 세운 성루와 누대에서 본 경관들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東望七閩, 西望五嶺, 覽群山之參差, 俯章貢之奔流, 雲煙出沒, 草木蕃麗, 邑屋相望, 鷄犬之聲相聞. 觀此圖也, 可以茫然而思, 粲然而笑, 嘅然而嘆矣.
동쪽으로는 평지가 드문 복건의 산들을 바라볼 수 있고, 서쪽으로는 광동을 사이에 두고 뻗어 있는 오령을 바라볼 수 있는데, 높이와 길이가 가지런하지 않은 들쭉날쭉한 산들이 손에 잡힐 듯 늘어서 있고, 급하게 흐르는 장강(章江)과 공강(貢江)을 굽어보면
운무가 출몰하고 초목이 번성하며 개 짖고 닭 우는 소리가 들릴 만큼 마을들이 가깝게 이어져 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림처럼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생생한 묘사에 웃음이 나오면서 실제로 그 모습을 보고 싶은 생각에 나도 몰래 탄식하게 된다.
蘇子曰: 此南康之一境也, 何從而八乎? 所自觀之者異也. 且子不見夫日乎, 其旦如盤, 其中如珠, 其夕如破璧, 此豈三日也哉.
나 소식이 하고 싶은 말은 ‘이 그림에 묘사된 것은 남강이란 한 곳인데 왜 ‘팔’이라고 했을까’ 하는 것이다. 이 팔경도를 본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런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런데 그대는 해를 본 적이 없는가? 아침에는 쟁반처럼 크고, 낮에는 진주처럼 작으며, 저물녘에는 눈이나 산에 가려 깨진 옥구슬처럼 보이는 것을 과연 세 개의 해라고 할 수 있을까?
苟知夫境之爲八也, 則凡寒暑, 朝夕, 雨暘, 晦冥之異, 坐作, 行立, 哀樂, 喜怒之變, 接於吾目而感於吾心者, 有不可勝數者矣, 豈特八乎.
만약 이 그림의 경관을 ‘팔’이라고 한 것을 알고 싶은 것이라면
겨울 해와 여름 해, 아침과 저녁, 비 오는 날과 개인 날, 구름이 두껍게 드리워 어두운 날, 또 앉아서 보는 풍경과 걸으면서 보는 변화하는 풍경과 꼼짝 않고 서서 보는 풍경, 슬플 때와 즐거울 때, 기쁠 때와 화날 때 눈에 비친 경색이 달라지고 마음에 느껴지는 것들도 달라져 그 변화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인데 어떻게 ‘팔’이라고 특정할 수 있겠는가!
如知夫八之出乎一也, 則夫四海之外, 詼詭譎怪, 禹貢之所書, 鄒衍之所談, 相如之所賦, 雖知千萬未有不一者也. 後之君子, 必將有感於斯焉, 乃作詩八章, 題之圖上.
여덟 개의 경관이 실은 하나에서 나온 것을 알게 된 것처럼 생각을 세상 끝까지 넓혀 보면 믿을 수 없을 만큼 황당하고 괴이한 일들이 있고, 상서(尙書)⋅우공(禹貢)에 기록된 고대의 지리, 춘추 시대 추연이 말한 구주의 장대한 지리관, 한나라 사마상여가 「상림부(上林賦)」에서 노래한 지리와 관계 된 아름다운 시부가 있다.
이들 문장이나 시에 남아 있는 사건들을 하나하나 헤아리면 그 수가 천만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훗날의 군자들이 이 그림을 보고 반드시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라 시 여덟 수를 지어 그림 위에 남긴다.
其一
坐看奔湍遶石樓 : 석루를 휘감고 달리는 물을 앉아서 보며
使君高會百無憂 : 태수의 멋진 연회엔 아무런 근심도 없겠네
三犀竊鄙秦太守 : 진나라 태수의 세 마리 무소를 우습게 여기고
八詠聊同沈隱侯 : 시를 지어 심은후의 팔영시 같기를 바라네.
其二
濤頭寂寞打城還 : 성을 치고는 돌아오는 파도는 적막하고
章貢臺前暮靄寒 : 장공대 앞에는 저녁노을이 싸늘하네.
倦客登臨無限思 : 지친 길손은 올라오며 보면 끝없는 생각
孤雲落日是長安 : 저녁놀 조각구름 뜬 곳이 바로 장안일세
其三
白鵲樓前翠作堆 : 백작루 앞에는 수목들이 푸른 빛으로 무성하고
縈雲嶺路若爲開 : 산을 휘감은 구름은 길만 조금 열어 두었네.
故人應在千山外 : 오래된 벗님들이 천산만수 밖에 있어
不寄梅花遠信來 : 매화 활짝 핀 계절에도 소식 한번 없네.
其四
朱樓深處日微明 : 붉은 누대 깊은 곳의 희미한 햇빛이 들고
皂蓋歸時酒半醒 : 조개루에서 돌아올 땐 술이 반쯤 깨었네.
薄暮漁樵人去盡 : 땅거미 내려 어부와 나무꾼이 모두 다 돌아가
碧溪靑嶂遶螺亭 : 푸른 시냇물과 푸른 산이 나정을 에워싸고 도는구나
其五
使君那暇日參禪 : 사또님이 날마다 참선할 틈이 어디 있으리오
一望叢林一悵然 : 선원을 한번 바라보고 한번은 슬픔에 빠졌겠네.
成佛寞敎靈運後 : 성불하는 일은 사령운이 뒤지게 하지 말고
著鞭從使祖先生 : 채찍을 휘두르는 일은 조씨가 앞서게 하네.
其六
却從塵外望塵中 : 물러나 진외정에서 먼지 속을 바라보니
無限樓臺烟雨濛 : 수없이 많은 누대가 안개비로 덮여있네.
山水照人迷向背 : 산수가 뻔히 쳐다뵈는 곳 어디인지 알 수 없어
只尋孤塔認西東 : 외로운 탑을 찾아 동서의 방향을 인식하네.
其七
雲烟縹緲鬱孤臺 : 울고대에 구름과 안개가 옥색으로 아득하더니
積翠浮空雨半開 : 푸르름이 허공에 뜨고 비가 반쯤은 개였네.
想見之罘觀海市 : 지부산에서 신기루를 상상하며 보는데
絳宮明滅是蓬萊 : 붉은 궁전이 명멸하는 저기가 바로 봉래렸다.
* 명멸(明滅) : ① 불이 켜졌다 꺼졌다 함. ② 먼 데 있는 것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함. ③ 나타났다 사라졌다 함. 明 밝을 명. 滅 멸망할 멸
其八
回峰亂嶂鬱參差 : 들쑥날쑥 주위를 에워싼 울창한 산봉우리들
雲外高人世得知 : 구름 밖의 고상한 사람을 세상이 알 수 있을까
誰向空山弄明月 : 그 누가 빈 산에서 밝은 달을 벗 삼아 놀까?
山中木客解吟詩 : 시를 잘 읊는다는 산속의 목객 이겠지
後序
紹聖元年(1094), 蘇東坡貶官嶺南路經贛州時, 曾親臨八境臺,
소성 원년(1094)에 소동파가 영남으로 유배되어 공주를 지나갈 때 친히 팔경대로 가서
在遍覽贛州的旎風光之後, 深感原詩未能道其萬一, 遂補作後續一篇.
공주의 아름다운 풍광들을 두루 돌아본 뒤에 원시에서 말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깊이 느끼고 후속으로 한 편을 보태 썼다.
八境圖後序
南康江水, 歲歲壞城, 孔君宗翰爲守, 始作石城, 至今賴之.
남강의 강물은 해마다 성 안의 길과 집을 무너뜨렸는데, 공종한이 태수로 있을 때 비로소 석성을 쌓아 지금까지 치수를 맡겨놓고 있다.
軾爲膠西守, 孔君實見代, 臨行出八境圖求文與詩, 以遺南康人, 使刻諸石.
내가 산동에 있는 교서(밀주密州)의 태수가 되었을 때, 공종한이 실물을 보여주는 대신 나 있는 곳으로 팔경도를 갖고 나와 보여주면서 시를 지어 친필로 써주면 남강에 있는 사람에게 보내 바위에 새기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其後十七年, 軾南遷過郡, 得遍覽所謂八境者, 則前詩未能道出其萬一也.
그로부터 십칠 년 뒤, 내가 남쪽으로 좌천되어 건주를 지나가게 되었을 때, 팔경을 모두 돌아본 뒤에 전에 지었던 시가 아름다운 경승의 만분의 일도 말하지 못한 것을 알았다.
南康士大夫相與請於軾曰: 詩文昔嘗刻石, 或持而去, 今亡矣, 願復書而刻之.
남강의 사대부들이 내게 이런 요청을 했다.
“전에 지어 써주신 시문을 바위에 새긴 것은 누군가 가져가 버려 지금은 없습니다.
다시 한번 써주신 글을 새길 수 있게 해주십시오.”
時孔君已沒, 不忍違其請. 紹元年八月十九日眉山蘇軾書.
그때는 공종한도 이미 세상을 떠나 그 청을 들어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성 원년(1094) 팔월 열아흐렛날 미산 사람 소식 쓰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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