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送段屯田分得于字(송단둔전분득우자) : 소식(蘇軾)
둔전 원외랑 단씨를 전송할 때 于(우)자 운을 배분받고
勸農使者古丈夫,不惜春衫踐泥塗。王事靡鹽君甚劬,奉常客卿虯兩須。東武縣令天馬駒,泮宮先生非俗儒。
相與野飮四子俱,樂哉此樂城中無。溪邊策杖自攜壺,腰笏不煩何易於。膠西病守老且迂,空齋愁坐紛墨朱。
四十豈不知頭顱,畏人不出何其愚。
勸農使者古大夫 권농사 단 둔전은 그 옛날 대부처럼
不惜春衫踐泥塗 봄 적삼 아랑곳없이 진흙탕을 밟으시네.
王事靡監君甚劬 공로로 쉴 틈 없이 힘이 많이 들 텐데도
奉常客卿虯兩鬚 교 태부는 두 갈래 진 용의 수염을 날리네.
東武縣令天馬駒 한헐마 타고 온 동무 현령 조지회와
泮宮先生非俗儒 동행한 교수 조과경도 천박한 유자 아니라서
相與野飮四子俱 네 사람이 들로 나가 술판을 벌렸으니
樂哉此樂城中無 성안에 없는 즐거움 즐길 수 있었겠지
溪邊策杖自攜壺 지팡이 짚고 술병 들고 개울가로 나갔다면
腰笏不煩何易于 하이우(何易于)처럼 홀을 허리에 차는 번거로움도 없었을 것인데
膠西病守老且迂 할 일 없고 고지식한 교서(膠西)태수 이 사람은
空齊愁坐紛墨朱 빈 서재에서 근심에 젖어 그림과 글씨 보고 있다네.
四十豈不知頭顱 나이 마흔에 내 머리(전정(前程)) 어찌 모를까마는
畏人不出何其愚 사람이 두려워 출입을 못 한다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위 글은 희녕(熙寧) 8년(1075), 밀주지주(密州知州)로 있을 때 쓴 것이다.
동파가 밀주지주로 재임한 기간은 희녕(熙寧) 7년(1074) 12월부터 9년 12월까지 2년 동안이다.
* 段屯田(단둔전): 둔전원외랑(屯田員外郞) 단역(段繹)(?~?, 자는 석지(釋之)을 가리킨다.
* 勸農使(권농사) : 고대에 농업생산을 격려하고 독촉하는 관리를 가리킨다. 한(漢)나라는 진(秦)의 제도를 답습하여 대농승(大農丞) 열세 명을 두고, 한 사람이 한 주를 맡아 농사와 양잠을 독려하는 업무를 관장하였다. 여기서는 단둔전(段屯田)을 가리킨다.
* 靡監(미감) : 쉬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공무수행에 온 힘을 기울여 공무를 수행하는 것을 가리킨다. 鴇羽(보우)-詩經 唐風(시경 당풍)에서 ‘王事靡盬, 不能蓺黍稷(왕가의 요역이 그칠 때가 없어서 / 집으로 돌아가 곡식 농사 짓지 못하네).’이라고 했다. ‘靡’는 ‘無’를, ‘盬’는 ‘休止’를 가리킨다. ‘劬’는 수고롭다.
* 奉常客卿(봉상객경) : 교서(喬叙)를 가리킨다. 자는 우공(禹功)이고 제주(諸州) 사람이다. 소식이 밀주지주로 있을 때 시주지주(施州知州)로 있으면서 긴밀하게 교유하였다. ‘奉常’은 진(秦)나라의 구경(九卿) 중 한 사람을 가리킨다.
* 奉常客卿(봉상객경) : 동무현령 조지회(趙之晦)를 가리킨다. ‘天馬駒’는 당시 조지회가 갖고 있던 대완(大宛) 산 한혈마(汗血馬)를 가리킨다.
* 伴宮先生(반궁선생) : 조지회와 동행한 교수 (장전도章傳道와) 조고경(趙杲卿)을 가리킨다.
* 何易于(하이우): 당문종(唐文宗) 태화(太和) 연간(826~836)에 익창현령(益昌縣令)을 지낸 청백리 하이우(何易于)를 가리킨다.
* 膠西病守(교서병수) : 밀주(密州)를 가리킨다. 밀주지주로 재임한 소식(蘇軾)은 자신을 수교서(守膠西), 수고밀(守高密), 고밀태수(高密太守) 등으로 불렀다.
* 四十豈不知頭顱 : 도홍경(陶弘景)이 「與從兄書」란 글에서 ‘仕宦期四十左右作尙書郞, 卽抽簪高邁, 今三十六方作奉朝請, 頭顱可知, 不如早去(벼슬길에 나아가면 나이 마흔즈음에 상서랑이 되어 벼슬을 그만두고 귀은을 해야 하는데, 지금 나는 나이 서른여섯에 봉조청이란 이름뿐인 관직으로 살고 있어서 내 머리로 귀히 되기는 어려운 것을 알 것 같아 일찌감치 벼슬을 그만두는 편이 낫겠다).’라고 했다.
* 벼슬길에 큰뜻이 남아있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
* 頭顱(두로) : 머리. 머리뼈 중에서 대뇌의 뒤를 덮은 좌우 한 쌍의 편편하고 모가 난 뼈. 여기서는 前程(전정) : 앞길.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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