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驪山(此詩為李廌作) 여산(차시위이치작) : 소식(蘇軾)
여산(이치가 지은 시에 차운하여)
君門如天深幾重,君王如帝坐法宮。人生難處是安穩,何為來此驪山中。
復道淩雲接金闕,樓觀隱煙橫翠空。林深霧暗迷八駿,朝東暮西勞六龍。
六龍西幸峨眉棧,悲風便入華清院。霓裳蕭散羽衣空,麋鹿來遊猿鶴怨。
我上朝元春半老,滿地落花無人掃。羯鼓樓高掛夕陽,長生殿古生青草。
可憐吳楚兩醯雞,築臺未就已堪悲。長楊五柞漢幸免,江都樓成隋自迷。
由來留連多喪國,宴安鴆毒因奢惑。三風十愆古所戒,不必驪山可亡國。
君門如天深幾重(군문여천심기중) : 궁궐 문이 하늘 문처럼 몇 겹씩 깊고
君王如帝坐法宮(군왕여제좌법궁) : 나라님도 천제처럼 법궁에만 앉아 계셨지
人生難處是安穩(인생난처시안온) : 살면서 어려울 때가 오히려 평안한 법인데
何爲來此驪山中(하위래차여산중) : 무엇 때문에 이곳 여산을 찾아왔을까?
複道凌雲接金闕(복도능운접금궐 : 높다란 겹 길은 궁궐까지 이어져 있고
樓觀隱烟橫翠空(누관은연횡취공 : 누각은 연무 속에서 하늘을 가렸으며
林深霧暗迷八駿(임심무암미팔준 : 숲이 깊고 안개 짙어 길을 잃은 말들이
朝東暮西勞六龍(조동모서노육룡 : 동쪽에서 서쪽까지 종일 달리느라 피곤했네.
六龍西幸峨眉棧(육룡서행아미잔 : 말들이 촉으로 가느라 아미산 잔도를 걸을 때
悲風便入華淸院(비풍편입화청원 : 화청궁에는 슬픈 바람 불고 있었을 것인데
霓裳蕭散羽衣空(예상소산우의공 : 노래하고 춤추던 여인들은 사라지고
麋鹿來遊猿鶴怨(미록래유원학원 : 사슴들이 놀고 있고 원숭이와 학이 울고 있네.
我上朝元春半老(아상조원춘반로 : 조원각에 올라보니 봄이 반이나 지나 있어
滿地落花無人掃(만지낙화무인소 : 꽃잎이 지고 있는데도 빗자루 든 사람 볼 수 없고
羯鼓樓高挂夕陽(갈고누고괘석양 : 높이 지은 갈고루는 노을빛 속에 서 있는데
長生殿古生靑草(장생전고생청초 : 오래된 장생전에 풀들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네.
可憐吳楚兩醯鷄(가련오초양혜계 : 가련타 초파리 같았던 오나라와 월나라
筑台未就已堪悲(축대미취이감비 : 축대를 다 쌓기도 전에 슬픈 일을 당했고
長楊五柞漢幸免(장양오작한행면 : 장양궁과 오작궁 다행히 재앙은 면했지만
江都樓成隋自迷(강도누성수자미 : 강도에 누대 세운 수나라는 자멸했네.
由來留連多喪國(유래유련다상국 : 예로부터 재미를 탐하다 망한 나라들이 많은데
宴安鴆毒因奢惑(연안짐독인사혹 : 사치에 빠져 짐독 같은 재미를 즐기다 그랬으니
三風十愆古所戒(삼풍심건고소계 : 세 가지 나쁜 기풍에 기인한 열 가지 허물을 경계할 일
不必驪山可亡國(불필여산가망국 : 여산에 가는 것 하나로만 나라가 망할 수 있겠는가
* 君門(군문) : 궁문(宮門). 도성(都城). 宋玉은 「구변(九辯)」에서 ‘어떻게 임금님 생각이 절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임금님 계신 궁궐의 문이 아홉 겹이나 막혀 있는데(豈不鬱陶而思君兮, 君之門以九重).'라고 했다.
* 法宮(법궁) : 고대에 제왕(帝王)이 정사를 처리하던 정전(正殿)을 가리킨다.
* 安穩(안온) : 평온하다. 안정되다. 평안하다. 무사하다.
* 驪山(여산) : 산시성(陝西省) 임동현(臨潼縣) 동남쪽에 있는 유람지이자 휴양지로 널리 알려진 산인데, 장안(長安)에서 가까워 진시황(秦始皇)을 비롯해 일대에 남아 있는 황제들의 능(陵)이 72개소에 이른다.
여산(驪山)은 경조부(京兆府) 소응현(昭應縣)에 있으니 온천탕이 있다. 唐 明皇이 화청궁을 이 산에 세웠다.
* 複道(복도) : 누각과 누각 또는 절벽과 절벽 사이에 상하 이중 통로를 설치한 것을 가리킨다. 《자치통감(資治通鑑)⋅진시황이십육년(秦始皇二十六年)》에서 ‘每破諸侯, 寫放其宮室, 作之咸陽北阪上. 南臨渭, 自雍門以東至涇渭殿屋複道, 周閣相屬, 所得諸侯美人, 鐘鼓以充入之(진나라는 다른 나라를 정복할 때마다 그 나라의 궁실을 그림으로 그려서 함양성 북쪽 산비탈에 같은 모양으로 지었다. 이렇게 하여 남쪽으로 위수를 마주하고 옹문으로부터 동쪽으로 경수와 위수의 궁실과 누각을 공중으로 서로 잇는 상하 이중의 통로를 만들어 여러 나라에서 획득한 미인들과 종고 같은 악기들을 모두 그 안에 두었다).’라고 했다.
* 凌雲(능운) : 구름을 뚫을 만큼 높이 솟은 것을 가리킨다. 품은 뜻이 고상한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 金闕(금궐) : 천자(天子)가 거처하는 궁궐을 가리킨다.
* 樓觀(누관) : 누대 또는 전각처럼 크고 높은 건축물을 가리킨다. 신기질(辛棄疾)은 「만강홍(滿江紅)⋅강행화양제옹운(江行和楊濟翁韵)」에서 ‘樓觀才成人已去, 旌旗未卷頭先白(누대가 완성되었는데 사람은 이미 보이지 않고/품은 뜻 이루지 못했는데 머리가 먼저 하얘졌네)’이라고 노래하였다.
* 翠空(취공) : 푸른 하늘. 갠 하늘.
* 八駿(팔준) : 전설에 나오는 명마 여덟 마리를 가리킨다. 각각의 이름은 일정하지 않다. 황제의 어가를 가리키기도 한다.
* 팔준마(八駿馬):주(周)나라 목왕(穆王)이 여덟 준마를 얻고는 천하를 두루 돌아다녀 장차 모두 수레바퀴 자국과 말 발자국이 있게 되었으니, 팔준마(八駿馬)는 절지ㆍ번우ㆍ분소ㆍ월영ㆍ유휘ㆍ초광ㆍ등로ㆍ쾌익이다.
* 六龍(육룡) : 황제의 어가를 가리킨다. 황제의 어가는 말 여섯 마리가 끄는데, 키가 팔척(八尺)인 말을 용(龍)이라 한다. 태양을 가리키기도 한다.
* 峨眉(아미) : 쓰촨(四川) 서남쪽에 있는 산 이름이다.
* 華淸(화청) : 화청궁을 가리킨다. 소식(蘇軾)은 「驪山絶句」란 시에서 ‘辛苦驪山山下土, 阿房才廢又華淸(여산의 땅들은 평안을 얻지 못했어도/아방궁 없어진 곳에 화청궁이 세워졌네)’이라고 읊었다.
* 霓裳(예상) : 신선이 입는 옷을 가리킨다. 운무(雲霧)를 가리킨다. 무희들이 입는 옷을 가리킨다.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을 가리킨다.
* 蕭散(소산) : 행동이나 정신, 풍격 등이 자연스럽고 매임이 없어 보이는 모양을 가리킨다. 멋스럽다. 말쑥하다. 소쇄하다.
* 麋鹿(미록) : 사불상(四不像). 사슴과에 속하는 동물로 머리는 말, 발굽은 소, 몸은 당나귀, 뿔은 사슴과 비슷하지만 이들 네 가지가 모두 같지 않다고 하여 생긴 호칭이다. 어깨높이는 1m가량으로 사슴 중에서는 큰 편이다. 여기서는 사슴으로 새겨 읽었다. 최도융(崔道融)은 「元日有題」란 시에서 ‘自量麋鹿分, 只合在山林(사슴의 무리와 다른 것을 잘 알면서도/산중에서 어울려 함께 살고 있네)’이라고 읊었다.
* 猿鶴(원학) : 원숭이와 두루미. 은자(隱者)를 가리키기도 한다.
* 朝元(조원) : 제후와 신하들이 연초에 제왕에게 하례(賀禮)를 올리기 위해 알현하는 것을 가리킨다. 여기서는 조원각(朝元閣)을 가리킨다.
* 羯鼓(갈고) : 인도(印度)에서 기원하여 서역을 거쳐 중원에 도입된 타악기의 일종이다. 당나라 개원(開元), 천보(天寶) 연간에 성행하였다. 여기서는 갈고루(羯鼓樓)를 가리킨다.
* 長生殿(장생전) : 당나라 때 화청궁(華淸宮)에 있던 침전(寢殿) 이름이다. 장생원(長生院)이라고도 했다. 백거이(白居易)는 「장한가(長恨歌)」에서 ‘七月七日長生殿, 夜半無人私語時, 在天願作飛翼鳥, 在地願爲連理枝(칠월 칠일 칠석날 장생전에서/깊은 밤 아무도 모르게 맹세 할때에/하늘에서는 비익조 되기 바랐고/땅에서는 연리지 되기 원했네)’라고 읊었다.
* 醯鷄(혜계) : 멸몽(蠛蠓). 진디 등에. 초파리. 옛사람들은 술이 변해 초가 된 것 위에 낀 흰 골마지가 흡혈성 벌레로 바뀐다고 생각했었다.
* 長楊(장양)과 五柞(오작) : 장양궁과 오작궁을 가리킨다.
* 倖免(행면) : 다행스럽게 화를 면하다.
* 江都(강도) : 지명
* 留連(유련) : 차마 떠나지 못하다. 떠돌다. 즐거움 등에 푹 빠지다.
* 宴安鴆毒(연안짐독) : 즐거움에 빠져 지내다가 짐독을 마신 것처럼 죽음에 이르는 것을 가리킨다.
* 짐독(鴆毒) : 짐새의 깃에 있는 맹렬한 독. 또는 그 기운.
짐새는 중국 남방에 나는 올빼미 비슷한 독조(毒鳥) 이름, 짐새의 깃을 담근 술, 또 그 술로써 사람을 독살하는 일
* 三風十愆(삼풍십건) : 세 가지 열악한 기풍(氣風)에 의해 일어나는 열 가지 허물, 즉 무풍(巫風)이라 불리는 가(歌)⋅무(舞), 음풍(淫風)이라 불리는 화(貨)⋅색(色)⋅유(遊)⋅전(畋), 그리고 난풍(亂風)이라 불리는 모성언(侮聖言)⋅역충직(逆忠直)⋅원기덕(遠耆德)⋅비완동(比頑童)을 말한다.
「여지탄荔枝嘆」과 함께 소식의 대표적인 영사시(詠史詩)로 꼽히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는 3층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전반부 5련은 역사적 사건들을 서술한 것으로 구중궁궐 깊은 곳에서 바깥 출입을 별로 하지 않는 제왕들이 여산을 둘러보는 것을 풍자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역대 제왕들이 대형 토목공사를 일으킨 것과 주목왕(周穆王)이 여덟 마리 준마가 끄는 수레를 타고 서역을 순방한 것(周穆王駕八駿西征之事), 그리고 난을 피해 촉으로 간 당현종(唐玄宗)의 행촉(幸蜀) 등을 열거하면서
백성들의 어려움을 돌보지 않고 사치와 향락을 즐긴 필연적인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다음 3련은 역사적 사실들을 떠나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말한 것으로 흥청대던 궁궐에 옛날 영화는 사라지고 낙화, 석양, 청초 등으로 표현된 조원각과 갈고루, 장생전 같은 유적들이 하나같이 침침한 빛깔로 쓸쓸하게 쇠락해 있는 모습을 읊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후반부에서는 오나라와 초나라에서부터 한나라와 수나라에 이르기까지 백성들의 고단한 삶을 돌아보지 않고 대규모로 토목공사를 일으킨 왕조들이 하나같이 멸망의 길을 걸었던 것을 예시하면서 그와 같은 역사적 교훈을 새기지 않는다면 똑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당시의 통치자들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
마지막 연(聯) 첫머리에 나오는 삼풍십건(三風十愆)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官刑)曰 : 敢有恒舞於宮, 酣歌於室, 時謂巫風, 敢有殉於貨色, 恒於遊畋, 時謂淫風.
《관형官刑》에서 말했다.
“궁에서 함부로 춤을 추거나 방에서 술에 취해 노래하는 것을 무풍이라 하고, 재물과 여색을 탐하거나 사냥하며 노는 것을 음풍이라 한다.
敢有侮聖言, 逆忠直, 遠耆德, 比頑童,時謂亂風.
(그리고)성인의 가르침을 경시하고 충직한 간언을 거절하고 원로들의 덕행을 멀리하고 완고하고 어리석은 이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난풍이라 한다.
惟玆三風十愆, 卿士有一於身, 家必喪 ; 邦君有一於身, 國必亡. 臣下不匡, 其刑墨, 具訓於蒙士.
이들 세 가지 나쁜 기풍에 기인한 열 가지 허물이 관리에게 있으면 그 집안이 쓰러지고 임금에게 있으면 그 나라가 망하게 된다. 신하가 군주를 바로 잡지 않으면 그 사람은 묵형을 받아야 하고 이런 것들은 직급이 낮은 관리들에게도 자세히 가르쳐야 한다.
-《상서尙書⋅이훈伊訓》 중에서
賞析(상석)
이 시는《蘇東坡集》3 책 6권에 실려 있다. 驪山(여산)은 陝西省(섬서성) 臨潼縣(임동현) 동남쪽 藍田縣(남전현)의 藍田山(남전산)과 연해 있는 산의 이름으로 이 산 밑에 있던 華淸池(화청지)라는 온천은 양귀비가 목욕하던 곳으로 유명하다. 人君(인군)이 되어 정사에 유념하지 않고 토목 공사를 일으켜 궁전을 세우며 遊幸(유행)의 즐거움을 탐하는 것은 모두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임을 풍자하였다.
산과바다 이계도
'*** 詩 *** > 東坡居士 蘇軾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華陰寄子由(화음기자유) : 소식(蘇軾) (0) | 2022.09.12 |
---|---|
驪山絕句三首(여산절구삼수) : 소식(蘇軾) (0) | 2022.09.12 |
和董傳留別(화동전유별) : 소식(蘇軾) (0) | 2022.09.12 |
寄題興州晁太守新開古東池(기제흥주조태수신개고동지) : 소식(蘇軾) (0) | 2022.09.12 |
和子由木山引水二首(화자유목산인수이수) : 소식(蘇軾) (0) | 2022.09.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