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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는 꽃이 피네
*** 詩 ***/樂天 白居易 詩

장한가(長恨歌) - 백거이(白居易)

by 산산바다 2021. 1. 26.

산과바다

華清池 楊貴妃 入浴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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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한가(長恨歌) - 백거이(白居易)

             긴 탄식의 노래

 

 

漢皇重色思傾國(한황중색사경국) : 한나라 황제는 색을 즐겨 경국지색 찾았으나

御宇多年求不得(어우다년구부득) : 여러 해 동안 구했어도 얻지 못하였네.

楊家有女初長成(양가유녀초장성) : 양씨 가문에 갓 장성한 딸이 있었는데

養在深閨人未識(양재심규인미식) : 깊은 규방에서 자라 사람들은 알지 못했지만

天成麗質難自棄(천성려질난자기) : 타고난 미모는 그대로 묻힐 리 없어

一朝選在君王側(일조선재군왕측) : 어느 날 갑자기 간택되어 군왕을 모시게 되었네.

廻眸一笑百媚生(회모일소백미생) : 눈웃음 한 번에 백가지 애교가 피어나니

六宮粉黛無顔色(육궁분대무안색) : 육궁의 단장한 미인들의 안색이 무색해졌네.

春寒賜浴華淸池(춘한사욕화청지) : 봄추위에 천자는 화청 연못에 들기를 허락하여

溫泉水滑洗凝脂(온천수활세응지) : 온천의 부드러운 물로 윤기 있게 몸을 씻었네.

侍兒扶起嬌無力(시아부기교무력) : 시녀들이 부축하여 일어나니 그 아름다움에 당할 힘이 없었네.

始是新承恩澤時(시시신승은택시) : 이때부터 천자의 승은을 받게 되었네.

花顔金步搖(운빈화안금보요) : 구름같은 머리칼, 꽃같은 얼굴, 흔들거리는 금장식

芙蓉帳暖度春宵(부용장난도춘소) : 부용꽃 수놓은 휘장 안은 따뜻하고 봄날은 깊어만 갔네.

春宵苦短日高起(춘소고단일고기) : 봄밤은 짧아 천자는 해가 높이 뜬 뒤에 일어났고

從此君王不早朝(종차군왕불조조) : 이 때부터 천자는 조회에 나가지 않았다네.

承歡侍宴無閒暇(승환시연무한가) : 그녀는 천자 기분에 맞춰 시중들기에 여념이 없어

春從春遊夜專夜(춘종춘유야전야) : 봄이면 춘정을 즐겨 온 밤을 지새우니

後宮佳麗三千人(후궁가려삼천인) : 후궁에는 빼어난 미녀 3천 명이 있었지만

三千寵愛在一身(삼천총애재일신) : 3천명이 받을 총애가 그녀에게만 있었네.

金屋粧成嬌侍夜(금옥장성교시야) : 금옥에서 화장한 뒤 황제의 밤 시중을 들었고

玉樓宴罷醉和春(옥루연파취화춘) : 옥루에서 잔치가 끝난 뒤에는 춘정에 취하였네.

姉妹弟兄皆列土(자매제형개열토) : 그녀의 자매 형제는 봉토를 받았고

可憐光彩生門戶(가련광채생문호) : 가엾고 불쌍했는데 그들의 집에 광채가 나게 되었네.

遂令天下父母心(수령천하부모심) : 마침내 천하의 부모들 마음은

不重生男重生女(부중생남중생녀) : 아들 낳기보다 딸 낳기를 중시하게 되었네.

驪宮高處入靑雲(여궁고처입청운) : 여산의 여궁은 높이 솟아 구름에 닿았고

仙樂風飄處處聞(선락풍표처처문) : 신선의 풍악은 바람타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네.

緩歌慢舞凝絲竹(완가만무응사죽) : 부드러운 노래 하늘거리는 춤은 관현악기에 어우러지고

盡日君王看不足(진일군왕간부족) : 군왕은 종일토록 바라보건만 그래도 부족하다 하였네.

 

漁陽鼙鼓動地來(어양비고동지래) : 어양에서 반란군 기병들 북소리가 지축 울리며 들려오고

驚破霓裳羽衣曲(경파예상우의곡) : 연주되던 예상우의곡은 놀라 중단되었네.

九重城闕煙塵生(구중성궐연진생) : 구중궁궐에 연기와 먼지가 피어오르고

千乘萬騎西南行(천승만기서남행) : 수천만 기병들은 서남쪽으로 달아났다네.

翠華搖搖行復止(취화요요행부지) : 황제의 깃발을 흔들며 가다 서다 하면서

西出都門百餘里(서출도문백여리) : 장안 서쪽 백 여리에 이르렀다네.

六軍不發無奈何(육군불발무내하) : 육군(황제근위대)이 출발하지 않으니 황제인들 어찌 하겠는가

宛轉蛾眉馬前死(완전아미마전사) : 양귀비는 고꾸라져 말 앞에서 살해되었네.

花鈿委地無人收(화전위지무인수) : 그녀의 꽃비녀는 땅에 버려졌으나 거두는 사람도 없었네.

翠翹金雀玉搔頭(취교금작옥소두) : 물총새 깃털, 공작모양 황금 머리장식, 옥비녀도 떨어졌다네.

君王俺面救不得(군왕엄면구부득) : 천자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그녀를 구하지 못하니

回看血淚相和流(회간혈루상화류) : 뒤로 돌아서서 피 눈물만 흘렸다네.

黃埃散漫風蕭索(황애산만풍소삭) : 황색먼지 뿌옇고 바람은 쓸쓸하고 삭막한데

雲棧紆登劍閣(운잔영우등검각) : 구름까지 닿을 듯 높고 구불구불한 길로 검각산을 오르네.

峨眉山下少人行(아미산하소인행) : 아미산 기슭에는 지나는 사람도 적고

旌旗無光日色薄(정기무광일색박) : 천자의 깃발도 빛이 없고 햇빛도 약하다네.

蜀江水碧蜀山靑(촉강수벽촉산청) : 촉나라 강물은 파랗고 촉나라 산빛은 푸른데

聖主朝朝暮暮情(성주조조모모정) : 천자는 아침저녁 그리운 정으로 가득하다네.

行宮見月傷心色(행궁견월상심색) : 행궁에서 달을 보면 마음 상하고

夜雨聞鈴腸斷聲(야우문령장단성) : 밤비 속에 창자를 끊는 듯한 방울소리를 듣는다네.

天旋地轉廻龍馭(천선지전회용어) : 천하 정세는 바뀌어 천자는 장안으로 어가를 돌리고

到此躊躇不能去(도차주저불능거) : 그곳에 이르자 머뭇거리며 떠나지 못했다네.

馬嵬坡下泥土中(마외파하이토중) : 마외 고개 아래 진흙 속에

不見玉顔空死處(불견옥안공사처) : 옥 같은 얼굴은 볼 수 없고 죽은 자리만 남아 있었다네.

君臣相顧眞霑衣(군신상고진점의) : 천자도 신하도 서로 눈물로 옷을 적셨고

東望都門信馬歸(동망도문신마귀) : 동쪽 성문 향해 말이 가는대로 돌아왔다네.

 

歸來池苑皆依舊(귀래지원개의구) : 돌아오니 연못도 동산도 옛날 그대로

太液芙蓉未央柳(태액부용미앙류) : 태액 연못 연꽃도 미앙궁 버드나무도 그대로였다네.

芙茸如面柳如眉(부용여면류여미) : 연꽃은 그녀 얼굴 같고 버들은 그녀 눈썹 같으니

對此如何不淚垂(대차여하불루수) : 그것들을 대하니 어이 눈물을 흘리지 않으리.

春風桃李花開日(춘풍도리화개일) : 봄바람에 복숭아꽃 살구꽃 피는 날이나

秋雨梧桐葉落時(추우오동엽락시) : 가을비에 오동잎 떨어질 때

西宮南苑多秋草(서궁남원다추초) : 서궁이나 남원에는 가을 풀이 무성하고

落葉滿階紅不掃(낙엽만계홍불소) : 낙엽이 섬돌을 덮어도 단풍을 쓸어낼 사람이 없구나.

梨園弟子白髮新(이원제자백발신) : 이원제자들도 백발이 성성하게 되었고

椒房阿監靑娥老(초방아감청아로) : 초방(양귀비 거처하던 궁)의 궁녀들 푸르던 눈썹이 늙었구나.

夕展螢飛思悄然(석전형비사초연) : 저녁 궁전에 반딧불이 날아드니 심사는 더욱 쓸쓸하고

孤燈盡未成眠(고등조진미성면) : 외로운 등잔 심지 다 타도록 잠을 이루지 못한다네.

遲遲鐘鼓初長夜(지지종고초장야) : 시각을 알리는 종과 북소리가 들려오니 초저녁 밤은 길고

耿耿星河欲曙天(경경성하욕서천) : 날이 새는 하늘에 은하가 반짝이는구나.

鴛鴦瓦冷霜華重(원앙와랭상화중) : 원앙 모양의 기와에는 차가운 서리꽃 겹겹이 쌓였는데

翡翠衾寒誰與共(비취금한수여공) : 비취 수놓은 이불은 싸늘하여 함께 잘 사람이 없구나.

悠悠生死別經年(유유생사별경년) : 삶과 죽음의 세계는 멀어 오랜 세월이 흘러가고

魂魄不曾來入夢(혼백부증내입몽) : 혼백은 꿈에서조차 찾아오지 않는구나.

 

道士鴻都客(임공도사홍도객) : 임공에서 온 도사가 장안의 홍도문에서 머물고 있다는데

能以精誠致魂魄(능이정성치혼백) : 지극한 정성으로 죽은 자의 혼을 불러낼 수 있다 하네.

爲感君王輾轉思(위감군왕전전사) : 그는 천자가 잠 못 이루고 사모함에 감동하여

遂敎方士殷勤覓(수교방사전근멱) : 가르침에 따라 방사를 시켜 부지런히 혼이 있는 곳을 찾게 했다네.

排雲馭氣奔如電(배운어기분여전) : 방사는 구름을 가르고 번개처럼 달려가

昇天入地求之遍(승천입지구지편) : 하늘에 오르고 땅속에 들어가 샅샅이 찾았다네.

上窮碧落下黃泉(상궁벽락하황천) : 위로 하늘 끝 아래로 황천까지 찾았으나

兩處茫茫皆不見(양처망망개불견) : 어디나 망망할 뿐 혼을 찾을 수 없었다네.

忽聞海上有仙山(홀문해상유선산) : 문득 들리는 말이 해상에 신선 사는 산이 있는데

山在虛無縹渺間(산재허무표묘간) : 그 산은 아무 것도 없는 먼 곳에 있다고 하는구나.

樓閣玲瓏五雲起(누각영롱오운기) : 누각은 영롱하고 오색구름 피어나는데

其中綽約多仙子(기중작약다선자) : 그 안에는 가냘픈 모습의 선녀가 여럿 살고 있다 하네.

中有一人字太眞(중유일인자태진) : 그 중에 자를 태진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雪膚花貌參差是(설부화모참치시) : 눈 같은 살결과 꽃 같은 얼굴이 양귀비와 비슷하다 하네.

金闕西廂叩玉(금궐서상고옥경) : 선산 황금 궁전 서쪽 건물 옥문을 두드렸다네.

轉敎小玉報雙成(전교소옥보쌍성) : 소옥(시녀)을 시켜서 쌍성(시녀)에게 알리게 했다네.

聞道漢家天子使(문도한가천자사) : 한나라에서 먼 길 찾아온 천자의 사자라는 말 듣고

九華帳裏夢魂驚(구화장리몽혼경) : 호화로운 휘장 안의 혼백이 꿈에서 깨어났다네.

攬衣推枕起徘徊(남의추침기배회) : 옷을 잡고 베개를 밀치며 일어나 서성거리다가

珠箔銀鉤이리(주박은구이리개) : 진주 발과 은 병풍을 연달아 열어젖히고

半偏新睡覺(운빈반편신수각) : 구름머리 한쪽으로 기운 것이 방금 잠에서 깨어난 듯

花冠不整下堂來(화관부정하당래) : 머리 화관도 바로 잡지 못한 채 뜰로 내려왔다네.

風吹仙袂飄(풍취선몌표요거) : 바람이 불어 신선의 옷깃을 펄럭이게 하니

猶似霓裳羽衣舞(유사예상우의무) : 마치 예상우의 춤을 다시 보게 해주는 듯하구나.

玉容寂寞淚(옥용적막누난간) : 옥 같은 얼굴에 쓸쓸하게 눈물 떨어지니

梨花一枝春帶雨(이화일지춘대우) : 마치 배꽃 가지가 봄비를 맞는 듯하구나.

含情凝謝君王(함정응제사군왕) : 정다운 눈길로 사자를 보며 군왕께 감사를 전하는데

一別音容兩渺茫(일별음용양묘망) : "이별후 천자의 목소리와 모습이 모두 흐릿해졌사옵니다.

昭陽殿裏恩愛絶(소양전리은애절) : 소양전에서 천자의 사랑을 받았으나 그것도 끊어졌고

蓬萊宮中日月長(봉래궁중일월장) : 선산 봉래궁에서 긴 세월을 보냈사옵니다.

廻頭下望人(회두하망인환처) : 머리를 돌려 아래 인간세상을 굽어보아도

不見長安見塵霧(불견장안견진무) : 장안은 보이지 않고 먼지와 안개만 자욱할 뿐

唯將舊物表深情(유장구물표심정) : 다만 천자가 주신 기념품으로 내 깊은 정을 표시하고

鈿合金釵寄將去(전합금차기장거) : 나전 상자와 금비녀를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釵留一股合一扇(차류일고합일선) : 금비녀와 나전 상자도 반씩 나누어 간직하렵니다.

釵擘黃金合分鈿(차벽황금합분전) : 그리고 금비녀도 반으로 나누고 나전 상자도 둘로 나누었답니다.

但敎心似金鈿堅(단교심사금전견) : 우리 마음 이 비녀와 나전처럼 굳게 지켜나간다면

天上人間會相見(천상인간회상견) : 언젠가 천상이든 인간 세상이든 만날 날이 있겠지요.“

臨別殷勤重奇詞(임별은근중기사) : 헤어질 무렵 간곡하게 거듭 전할 말 부탁했는데

詞中有誓兩心知(사중유서양심지) : 그 중에는 두 사람만 아는 맹세의 말이 있었다네.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 칠월칠석에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야반무인사어시) : 아무도 없는 오밤중에 은밀히 속삭였던 말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 :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자고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 천지 영원하다 해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 이 애달픈 사랑의 한() 영원히 끊어지지 않으리라

 

 

* 비익조(比翼鳥) : 비익조(比翼鳥)는 중국 숭오산(崇吾山)에 산다고 전해지는 새로 날개와 눈이 하나뿐이어서 암수가 몸을 합쳐야만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남녀 간의 지극한 사랑을 표현한 많은 문학작품에서 이 비익조가 인용되었다.

* 연리지(連理枝) : 한 나무의 가지와 다른 나무의 가지가 서로 붙어서 나뭇결이 하나로 이어진 것.

장한가는 절세미녀 양귀비(楊貴妃)와 절대 권력을 휘둘렸던 현종(玄宗)의 비련(悲戀)에 관한 노래로서 4장으로 되어 있다.

1. l장은, 권력의 정상에 있는 황제와 절세가인 양귀비의 만남과, 양귀비에게 쏟는 현종황제의 지극한 애정 등을 노래하였다.

2. 2장은, 안녹산(安祿山)의 난으로 몽진하는 길에, 양귀비를 죽게 한 뉘우침과 외로움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황제의 심정과 모습을 그렸다.

3. 3장은, 환도 후 양귀비의 생각만으로 밤을 지새우는 황제를 묘사한다.

4. 4장에서는, 도사의 환술(幻術)로 양귀비의 영혼을 찾아, 미래에서의 사랑의 맹세를 확인하게 되었으나, 천상(天上)과 인계(人界)의 단절 때문에 살아 있는 한 되씹어야 할 뼈저린 한탄이 길게 여운을 끈다.

 

장한가의 배경

回眸一笑百媚生, 눈동자를 돌려 살며시 미소 지으면 끝없는 애교 발산하여

六宮粉黛無顔色. 수많은 후궁들의 빼어난 아름다움 빛을 잃게 되었네.

後宮佳麗三千人 후궁에는 삼천명의 미인 있으나

三千寵愛在一身 삼천 명에게 갈 사랑을 홀로 독차지하였네.

 

당 현종이 재위한 기간 중 전반기인 개원(開元) 연간에는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에 버금갈만한 치적을 세워 '명황(明皇)'으로 까지 칭해졌으나 후반기로 갈수록 그의 명성은 퇴색하여 당의 멸망을 재촉하는 단초를 제공한 황제가 되었다. 당의 쇠퇴를 전적으로 현종이 양귀비에게 빠져 정사를 그르친 것으로 책임을 돌릴 수는 없을지라도, 현종의 양귀비에 대한 미혹이 정치를 함에 있어 판단과 통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현종에게는 여러 가지 수식이 따라 다니는데, 그것들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현종은 당대 (唐代) 여러 황제 가운데 재위 기간이 가장 긴 황제였다. 그는 712년 황제의 자리에 올라 45년 동안 황제로 군림하였다. 현종은 또한 가장 장수한 황제였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그는 78세까지 장수하였다. 그리고 현종은 자신의 생일인 85일을 경축일로 삼아 전국적으로 3일을 쉬도록 하였는데, 이 또한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현종은 자녀를 가장 많이 둔 황제였다. 그에게는 30명의 아들과 29명의 딸 등 모두 59명의 자녀가 있었다.

 

당 현종의 제위가 더할 나위 없이 공고해질 즈음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비인 무혜비(武惠妃)가 세상을 떴다. 황제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오랫동안 애통해 하였다. 이 때 주위에서 현종에게 여러 여인을 추천하였지만 눈에 들어오는 자가 없었다. 얼마 후 한 여인이 현종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뜻밖에도 자신의 아들 수왕(壽王)의 비인 양옥환(楊玉環)이었다. 양옥환의 미모에 홀린 현종은 이것저것 잴 여유가 없었다. 혜비가 죽은 지 1년도 되지 않아 현종은 자신의 비로 삼아 혜비가 받았던 예우로 똑같이 양귀비를 예우하는 동시에, 자신의 아들에게는 다시 다른 여인을 비로 간택해 주었는데, 이 때 현종은 이미 50대였으며 양귀비는 17살이었다.

 

양귀비의 미모는 백거이가 그의 시 <장한가>에서 묘사한 것처럼 현종을 홀리고도 남을 정도로 출중하였다.

 

현종은 양귀비와의 사랑에 밤이 짧은 것은 안타까워하며, 조정에 나가 정치를 하는 것을 게을러하기 시작하였다. 이즈음 잠재해 있던 여러 문제점들과 혼란이 한꺼번에 폭발하였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안록산(安祿山)의 난이다. 755년 안록산이 반란을 일으켜 낙양을 공격하여 점령하고는 이듬해는 당시 수도였던 장안마저 점령하자, 현종은 양귀비를 데리고 신하들과 촉() 땅으로 피난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 때문에 현종은 반란군을 피해 도주한 첫 번째 황제라는 불명예 또한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다. 현종이 도주한 이튿날 행차가 마외(馬嵬)라는 지역에 다다랐을 때, 황태자 이형(李亨)은 여러 대신들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간신 양국충(楊國忠)을 처결하고, 아울러 현종에게 양귀비 또한 사형에 처하도록 압박하였다. 이미 권위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져 명목상 황제로 남아있던 현종은 피눈물을 흘리며 애통해 하면서 양귀비를 하얀 비단으로 목 졸라 황천길로 가도록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때 그녀의 나이 38 살이었다.

 

君王掩面救不得 황제는 차마 보지 못하고 얼굴 가리며 양귀비를 구하지 못하는데,

回看血淚相和流 뒤돌아보는 황제의 눈에는 피눈물 흘러내리네.

 

현종은 양귀비를 이곳 마외에 매장한 후 촉 땅으로 서둘러 피난 갔다. 양귀비의 묘는 원래 흙으로 덮여있던 토총이었으나, 이 흙에서 향기가 나고 피부에 좋다는 소문이 나 많은 사람들이 몰래 흙을 파가는 바람에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하였다. 이에 다시 봉분을 벽돌로 쌓아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시는白香山集(백향산집)12권에 실려 있는 바, 당 현종(玄宗)과 양귀비(楊貴妃)의 사랑을 시화한 것으로, 백거이(白居易)의 장편시 중琵琶行(비파행)과 함께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바, 서정성이 농후한 서사시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唐 玄宗楊貴妃의 사랑을 읊은 것으로는 이외에도 元稹(원진)連昌宮詞(연창궁사), 陳鴻(진홍)長恨歌傳(장한가전등 여러 편이 있으나 白居易의 이 시가 단연 頭角을 나타내며 많은 사람들에게 애송되고 있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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