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牛口見月(우구견월) : 소식(蘇軾)
우구의 물가에서 달을 보며
掩窗寂已睡,月腳垂孤光。披衣起周覽,飛露灑我裳。山川同一色,浩若涉大荒。
幽懷耿不寐,四顧獨仿徨。忽憶丙申年,京邑大雨滂。蔡河中夜決,橫浸國南方。
車馬無復見,紛紛操栰郎。新秋忽已晴,九陌尚汪洋。龍津觀夜市,燈火亦煌煌。
新月皎如晝,疏星弄寒芒。不知京國喧,是謂江湖鄉。今來牛口渚,見月重淒涼。
卻思舊遊處,滿陌沙塵黃。
掩窗寂已睡(엄창적이수) : 사람들 문 닫고 들어가 깊이 잠든 고요한 밤
月脚垂孤光(월각수고광) : 달빛만 덩그러니 온 세상을 비추네.
披衣起周覽(피의기주람) : 옷 걸치고 일어나 돌아다니다 보니
飛露灑我裳(비로쇄아상) : 날려온 이슬에 옷이 그만 젖어버렸네
山川同一色(산천동일색) : 달빛 비친 산천은 한 가지 색으로 물들어
浩若涉大荒(호야섭대황) : 고요하고 황량하며 아득하게 펼쳐져 있어
幽懷耿不寐(유회경불매) : 마음속에 시름 일어 잠도 들지 못한 채
四顧獨徬徨(사고독방황) : 사방을 돌아보며 혼자서만 방황하네
忽憶丙申年(홀억병신년) : 갑자기 병신년 여름날이 떠올라
京邑大雨滂(경읍대우방) : 도성에 큰비가 내렸을 때를 생각하네
蔡河中夜決(채하중야결) : 한밤중에 채하의 둑이 무너져
橫浸國南方(횡침국남방) : 도성의 남쪽이 물에 잠겨버렸는데
車馬無復見(차마무복견) : 수레와 말들은 볼 수 없었고
紛紛操筏郞(분분조벌랑) : 대나무 뗏목을 모는 사공들만 섞여 있었는데
新秋忽已晴(신추홀이청) : 입추 이후 날이 활짝 개었는데도
九陌尙汪洋(구맥상왕양) : 성 안 길은 여전히 물에 잠겨 있었네
龍津觀夜市(용진관야시) : 용진교에서 야시장을 바라보면
燈火亦煌煌(등화역황황) : 등불이 옛날처럼 휘황찬란 눈부신데
新月皎如晝(신월교여주) : 교교한 달빛은 대낮처럼 환하고
疏星弄寒茫(소성농한망) : 드문드문 별빛은 달빛을 희롱하네
不知京國暄(부지경국훤) : 도성이 요란한 걸 모르고 있었더니
謂是江湖鄕(위시강호향) : 이곳을 일러 강남의 수향이라 하네
今來牛口渚(금래우구저) : 오늘 이곳 우구의 물가에 와서
見月重凄凉(견월중처량) : 달을 보며 다시금 처량해지네
却思舊遊處(각사구유처) : 지난날 노닐던 곳 생각이 나게
滿陌沙塵黃(만맥사진황) : 길마다 누렇게 흙먼지 쌓여있네
* 月脚(월각) : 내리비치는 달빛을 가리킨다.
8 周覽(주람) : 두루 살피다. 사마상여(司馬相如)는 「長門賦」에서 ‘下蘭臺而周覽兮, 步從容於深宮(난대를 내려와 주변을 돌아보며 말없이 깊은 궁을 배회하였네).’이라고 했다.
* 大荒 : 아주 먼 곳을 가리킨다. ⟪산해경山海經⋅대황동경大荒東經⟫에서 ‘東海之外, 大荒之中, 有山名曰大言, 日月所出(동해 밖 아주 먼 곳에 대언산이란 곳에서 해와 달이 나온다).’이라고 했다.
* 耿不寐(경불매) : 두 눈이 초롱초롱 잠들지 못하는 것을 가리킨다.
* 京邑 : 도성을 가리킨다.
* 大雨霶(대우방) : 비가 억세게 쏟아지는 것을 가리킨다. ‘丙申年’은 지화(至和) 가우(嘉祐) 원년 3년(1056) 즉 소식(蘇軾)이 아우 소철(蘇轍)과 함께 과거를 치르러 장안(長安)으로 갔던 해를 가리킨다.
* 蔡河(채하) : 북송의 도성 개봉(開封)의 남서부를 남북으로 흐르던 길지 않은 운하로 전국시대에는 홍구(鴻沟)로, 서한(西漢) 때는 낭탕거(狼湯渠)로, 위진(魏晉) 때는 채수(蔡水)로, 또 후주(後周) 때는 민하(閔河)로 불리다가 북송 건륭(建隆) 원년(960)에 준설을 통해 도성에서 통허진(通許鎭)까지 운하를 개설하였다.
* 栰(벌): 筏(떼 벌, 뗏목 벌)과 같다.
* 九陌(구맥) : 장안성(長安城) 안에 있는 도로를 가리킨다. ⟪삼보구사三輔舊事⟫에서 ‘長安城中八街九陌(장안성에는 종횡으로 팔가구맥이 있다).’이라고 했다.
* 龍津 : 여기서는 용진교(龍津橋)를 가리킨다. 용문(龍門) 즉 벼슬을 하면서 영달할 수 있는 길을 가리키기도 한다.
* 京國 : 도성(都城)을 가리킨다.
과거 급제 후 고향 미산(眉山)으로 돌아가 모친의 복상(服喪)을 끝낸 동파 형제가
가우(嘉祐) 4년(1059) 부친과 함께 배편으로 장강(長江)을 따라 도성으로 가던 도중에
융주(戎州) 의빈(宜賓)의 우구(牛口)에 배를 대고 민가에 묵었을 때 쓴 것이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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