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폐휴(廢畦) - 두보(杜甫)
황폐한 밭
秋蔬擁霜露(추소옹상로) : 가을거리 푸성귀에 서리가 내려
豈敢惜凋殘(기감석조잔) : 잎 시들고 떨어지니 애처로운데
暮景數枝葉(모경수지엽) : 해질녘 볕을 쬐던 서너 개 잎이
天風吹汝寒(천풍취여한) : 바람에 추운 듯 떨고 있구나.
綠沾泥滓盡(녹점니재진) : 초록빛이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香與歲時闌(향여세시란) : 향기도 시절 따라 사라질 테니
生意春如昨(생의춘여작) : 생기 발랄 했던 봄이 어제 같은데
悲君白玉盤(비군백옥반) : 백옥반 위에 다시는 못 오르겠지.
* 豈敢(기감) : 어찌 감히
* 凋殘(조잔) : 꽃잎이 시들어 떨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 泥滓(이재) : 오탁(汚濁), 즉 더러운 것에 물드는 것을 가리킨다. 속세. 찌꺼기. 치욕 등을 가리키기도 한다.
* 白玉盤(백옥반) : 백자로 만든 대접을 가리킨다. 이백李白은 「백호도(白胡桃)」란 시에서 ‘紅羅袖裏分明見, 白玉盤中看却無(붉은 비단소매 속에서는 보였던 것이 / 하얀 대접 위에서는 보이지 않네)’라고 읊었다.
두보는 건원乾元 2년(759) 봄, 낙양에서 화주(華州)로 돌아온 뒤 7월에 벼슬을 내놓고 진주(秦州)로 가서 지내게 되는데, 천보(天寶) 14년(755) 섣달에 일어난 안사의 난(安史之亂) 때문이었다.
이 시는 두보가 진주에서 동곡현(同谷縣)으로 옮겨가기 전까지 석 달 사이에 쓴 것인데,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가족을 이끌고 유랑해야 하는, 다시는 조정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시인의 불안이 읽히는 작품이다. ‘廢畦(폐휴)’란 제목을 철 지난 푸성귀들이 시들어가는 밭을 뜻하는 것으로 새겨 읽었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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