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우과소단(雨過蘇端) - 두보(杜甫)
빗속에 소단을 방문하다
鷄鳴風雨交(계명풍우교) : 새벽부터 비와 바람 번갈아 들어
久旱雲亦好(구한운역호) : 오랜 가뭄에 구름을 보는 것도 좋구나.
藜杖入春泥(여장입춘니) : 지팡이 짚고 봄날의 흙탕길로 나선 것은
無食起我早(무식기아조) : 속이 비어 잠에서 일찍 깨어난 것이겠지.
諸家憶所歷(제가억소력) : 지금까지 들렸던 여러 집들은
一飯迹便掃(일반적편소) : 밥 한 끼 먹인 뒤 그것으로 끝이었지만
蘇侯得數過(소후득수과) : 소단만은 여러 차례 찾아갔어도
歡喜每傾倒(환희매경도) : 그때마다 기뻐하며 마음으로 맞아줬는데
也復可憐人(야부가련인) : 언제라도 무골호인 소단 이 사람
呼兒具梨棗(호아구리조) : 아이 불러 과일들을 내오게 하고
濁醪必在眼(탁료필재안) : 탁주까지 빼놓지 않고 차리게 해서
盡醉攄懷抱(진취터회포) : 흠뻑 취해 속마음까지 털어놓게 했네.
紅稠屋角花(홍조옥각화) : 집 모퉁이에는 꽃들이 붉디붉게 피고
碧委墻隅草(벽위장우초) : 담장 구석에도 풀들이 푸른 기운을 되찾아
親賓縱談謔(친빈종담학) : 가까운 사람들이 마음껏 우스갯소리 나누며
喧閙畏衰老(훤뇨외쇠로) : 늙은이를 즐겁게 하려는 듯 시끌벅적 놀았네.
况蒙霈澤垂(황몽패택수) : 그뿐인가 하늘이 은혜롭게 비까지 내려주어
糧粒或自保(양립혹자보) : 양식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도 있을 것인데
妻孥隔軍壘(처노격군루) : 전란으로 처자식과 떨어져 지내야 하다니
撥棄不擬道(발기불의도) : 그것만은 말하고 싶은 맘 하나 없구나.
* 鷄鳴(계명) : 날이 밝기 전에 닭이 우는 것을 가리킨다. 포조(鮑照)는 「行藥之城東橋」란 시에서 ‘鷄鳴關吏起, 伐鼓早通晨(닭이 울면 관문을 지키는 병사 잠에서 깨어 / 북을 쳐서 사람들에게 날 밝은 것을 알리네)’이라고 읊었다.
* 傾倒(경도) : 탄복하다. 심복하다. 감명 받다.
* 濁醪(탁료) : 탁주濁酒
* 墻隅(장우) : 담 모퉁이. 委’를 ‘秀’로 쓴 자료도 있다.
* 談謔(담학) : 우스갯소리를 나누다.
* 喧鬧(훤뇨) : 시끌벅적하다. 소란스럽다.
* 霈澤(패택) : 빗물. 은택. 죄인들에게 은사를 베풀다.
* 妻孥(처노) : 처와 자식
* 撥棄(발기) : 내쫓다. 없애다. 물리치다.
이 작품은 숙종(肅宗) 지덕(至德) 2년(757) 봄, 어려움을 겪던 시절에 자신을 돌봐준 소단이란 사람의 집에 들러 지은 것이다.
此至德二載春, 陷賊中詩, 末云妻孥隔軍壘.(차지덕이재춘, 함적중시, 말운처노격군루.)
이것은 지덕 2년 봄, 반군에게 함락된 (장안에 있던) 중에 지은 시로 (시문의) 말미에서 ‘전란으로 처자식들과 떨어져 있네.’라고 했다.
《두시상주杜詩詳注》 중에서
두보(杜甫)는 당시 반군들에게 함락된 장안(長安)에 있었고, 아내와 아이들은 부주(鄜州) 삼천현(三川縣)에서 남의 집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었는데, 제주(題注)에 '소단이 술을 준비해두었다(端置酒)'고 한 것을 보면 이날도 소단이 술과 음식을 차려놓고 두보를 불렀던 것으로 보인다.
두보는 이 시를 짓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서 새로 즉위한 숙종(肅宗)으로부터 좌습유(左拾遺)로 제수되어 관리가 되려는 오랜 바람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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