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모옥위추풍소파가(茅屋爲秋風所破歌) - 두보(杜甫)
추풍에 지붕 날리니
八月秋高風怒號(팔월추고풍노호) : 팔월 지나 가을 깊어지니 바람 이 성난 듯 불어대어
卷我屋上三重茅(권아옥상삼중모) : 세 겹 띠 이엉이 말려 날아 가버렸네.
茅飛渡江灑江郊(모비도강쇄강교) : 띠 이엉은 날아가 건너 강둑에 흩어지고
高者挂罥長林稍(고자괘견장림초) : 위로 날아간 것은 나뭇가지 끝에 걸리고
下者飄轉沈塘坳(하자표전침당요) : 아래로 날아간 것은 굴러 내려 웅덩이를 메운다.
南村群童欺我老無力(남촌군동기아노무력) : 남촌의 아이 들 나를 힘없는 노인이라 업신여겨
忍能對面爲盜賊(인능대면위도적) : 몰인정하게 눈앞에서 도둑질하고
公然抱茅入竹去(공연포모입죽거) : 보란 듯이 띠 이엉 안고 대숲으로 달아나네.
脣焦口燥呼不得(순초구조호부득) : 입술은 타고 입은 말라 소리도 못 지르고
歸來倚仗自歎息(귀래의장자탄식) : 돌아와 지팡이에 몸을 기대고 한숨만 짓는다네.
* 茅屋 : 초가집
* 所破 : 망가짐
* 八月秋高 : 음력팔월 가을 깊어
* 風怒號 : 노한 듯 세차게 분다.
* 卷 : 말아 날리다
* 灑江郊(쇄강교) : 강가에 흩어짐
* 高者 : 높이 날아간 것
* 挂罥(괘견) : 얽히고 걸리다
* 長林稍(장림초) : 높은 숲 나무 위
* 下者 : 아래로 날아간 것
* 飄轉(표전) : 바람에 휘말려 구른다.
* 沈塘坳(침당요) : 구덩이에 빠짐
* 欺我 : 나를 깔본다.
* 忍(인) : 몰인정하게
* 對面 : 뻔히 눈앞에서
* 抱茅(포모) : 띠를 안고
* 入竹去 : 대숲으로 간다.
* 脣焦(순초) : 입술이 탄다.
* 口燥(구조) : 목이 마름
* 呼不得 : 소리를 지를 수 없다
* 倚仗(의장) : 지팡이를 짚고
친구 고적(군수)의 도움으로 성도 완화계의 초당에 살 때 수해를 입고 지은 시이다. 이재민의 참상을 그리고 구호의 절박함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이 시어가 현대 중국의 중학교 교과서에 올려져있는 시이다. 팔월의 태풍으로 지붕이 날아가고 홍수로 떠내려가 마을이 황폐하니 도적이 들끓고 늙은 몸 대책이 없어 곤궁함을 그리고 있다.
俄頃風定雲墨色(아경풍정운묵색) : 이내 바람 그치고 먹구름 일어나며
秋天漠漠向昏黑(추천막막향혼흑) : 가을하늘 아득하게 저녁 어둠이 깔린다.
布衾多年冷似鐵(포금다년냉사철) : 오래된 베 이불은 차갑기 쇠와 같고
嬌兒惡臥踏裏裂(교아악와답리렬) : 개구쟁이 아이들 잠버릇에 이불속 찢어졌네.
牀頭屋漏無乾處(상두옥루무건처) : 지붕 새어들어 침상에 마른 곳 하나 없고
雨脚如痲未斷絶(우각여마미단절) : 어수선한 빗발은 쉴 새 없이 흘러내린다.
自經喪亂少睡眠(자경상란소수면) : 난리 겪어 지친 몸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長夜沾濕何由徹(장야점습하유철) : 긴 밤을 흠뻑 젖어 어떻게 지새리오.
安得廣廈千萬間(안득광하천만간) : 어찌하면 넓고 큰집 천 만 칸을 마련하여
大庇天下寒士俱歡顔(대비천하한사구환안) : 춥고 가난한 모든 사람 기쁜 얼굴 갖게 하고
風雨不動安如山(풍우부동안여산) : 풍우에 끄떡없이 산처럼 평안히 할 수 있을까.
嗚呼何時眼前突兀見此屋(오호하시안전돌올견차옥) : 아, 언제나 눈앞에 우뚝한 집을 볼까나.
吾廬獨破受凍死亦足(오려독파수동사역족) : 내 집이야 부서져 얼어 죽어도 족하도다.
* 俄頃(아경) : 얼마 후
* 漠漠(막막) : 아득하다
* 昏黑 : 저녁의 어둠
* 布衾(포금) : 베 이블
* 冷似鐵(냉사철) : 마치 쇠와 같이 차다
* 嬌兒(교아) : 장난꾸러기 아이
* 惡臥 : 나쁜 잠버릇
* 踏裏裂 : 걷어차 속이 찢어짐
* 牀頭 : 침상머리
* 屋漏 : 집이 새다
* 雨脚如痲 : 빗줄기가 어수선히 떨어짐
* 自經喪亂 : 전란을 치른 후
* 少睡眠 : 잠이 안와 부족함
* 沾濕 : 비에 젖어 축축함
* 何由徹 : 어떻게 밤을 새울까?
* 安得 : ~하면 얻을까
* 廣廈(광하) : 넓고 큰집
* 大庇(대비) : 모두 비호함. 편을 들어 감싸고 보호하다
* 寒士 : 가난한 사람
* 俱歡顔 : 서로 즐거운 낯으로
* 突兀(돌올) : 우뚝 솟은 품
* 吾廬(오려) : 나의 오두막
* 受凍死 : 얼어 죽다
찢어진 이부자리위에 빗물에 어수선하게 떨어지는 침상에서 뜬눈으로 지새우는 서글픔이 가득하다. 어찌하면 천만칸의 집을 지어 가난한 사람을 모두 구제할까? 그렇게 되면
吾廬獨破受凍死亦足(오려독파수동사역족) : 내 집이야 부서지고 얼어 죽어도 나는 족하도다. 라고 하였으니 자를 보살피는 지식인의 마음가짐이 극치를 이루고 가난한 사람에게의 관심과 위정자의 분발을 자극하고 있다.
1200년이 지난 현대에 이르도록 그 인도주의에 깊은 흔적이 재평가되고 있는 불후의 명작이라 하겠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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