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객지(客至) - 두보(杜甫)
손님 오시다
舍南舍北皆春水(사남사배개춘수) : 집의 남북, 온 천지가 다 봄물인데
但見群鷗日日來(단견군구일일내) : 날마다 떼 지어 날아오는 갈매기만 봅니다.
花徑不曾緣客掃(화경부증연객소) : 꽃길은 지금껏 손님 오신다고 쓸어보지 않았고
蓬門今始爲君開(봉문금시위군개) 사립문도 오늘 처음 열어둔다오.
盤飧市遠無兼味(반손시원무겸미) : 반찬은 시장이 멀어 맛있는 것 전혀 없고요
樽酒家貧只舊醅(준주가빈지구배) : 독에 가득한 술도 막걸리지요.
肯與鄰翁相對飮(긍여린옹상대음) : 그래도 이웃 노인과 같이 마시고 싶으시면
隔籬呼取盡餘杯(격리호취진여배) : 울타리 너머 불러오셔서 남은 술잔 다 비우시지요.
* 이 시는 당나라 숙종(肅宗) 상원(上元) 2년(761) 봄 두보(杜甫)의 나이 50세, 성도(成都)에 머물고 있을 때 쓴 작품이다. 시인의 생활을 기록한 작품으로 한가한 정취가 드러나고 진솔한 정감이 담긴 시로 잘 알려져 있다. 두보(杜甫)의 다른 시 〈賓至(빈지)〉가 공경의 뜻을 나타낸 것이라면, 그에 비해 이 시는 친밀감이 있다.
* 客至(객지) : 제목에 “최명부(崔明府)께서 방문해 주셔서 기뻐하며[喜崔明府相過]”라는 원주(原注)가 있는데, 두보(杜甫)의 모친이 최씨(崔氏)였으므로 최명부(崔明府)는 두보(杜甫)의 외삼촌이라 하기도 하고, 崔라는 姓을 가진 현령(縣令)으로 보기도 한다. 명부(明府)는 현령(縣令)의 존칭이다.
* 舍南舍北皆春水(사남사북개춘수) : ‘舍(사)’는 시인이 성도(成都)에 새로 지은 초당(草堂)을 가리킨다. ‘春水(춘수)’는 초당(草堂) 주변에 흐르는 완화계(浣花溪)를 말한다.
* 但見群鷗日日來(단견군구일일래) : ‘見’이 ‘有’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群鷗(군구)’는 물가에 사는 은자(隱者)의 반려(伴侶)이다. ‘但見(단견)’이란 표현 속에 언외(言外)의 뜻이 있다.
* 緣客掃(연객소) : 옛사람들이 항상 길을 청소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환영의 표시라고 한다.
* 君(군) : 崔明府(최명부)를 가리킨다.
* 盤飧市遠無兼味(반손시원무겸미) : ‘飧(손)’은 원래 뜨거운 음식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음식의 범칭으로 쓰였다. ‘飧(손)’이 ‘餐(찬)’으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兼味(겸미)’는 두 가지 이상의 반찬을 뜻한다.
* 舊醅(구배) : 예전에 빚은 탁주(濁酒)를 말한다. ‘醅(배)’는 거르지 않은 술이다. 신주(新酒)로 대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 呼取(호취) : ‘取(취)’는 동사 뒤에 붙는 어조사로 쓰여 뜻이 없다. ‘呼取(호취)’는 ‘불러와서’라는 뜻으로 환취(喚取)와 같다. 두보의 〈江畔獨步尋花(강반독보심화)〉 시에 ‘喚取佳人舞繡筵(환취가인무수연:가인을 불러 화려한 연회석에서 춤추게 하리라)’라는 용례가 보인다. ‘取’의 몇 가지 다른 예를 보면, 간취(看取)는 ‘보아 인식하다’, 유취(留取)는 ‘머물러두다’, 대취(待取)는 ‘기다리고 있다’ 정도의 뜻이다.
산과바다 이계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