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천육표기가(天育驃騎歌)/천육표기도가(天育驃騎圖歌) - 두보(杜甫)
천육의 날랜 말을 노래하다
吾聞天子之馬走千里(오문천자지마주천리) : 내 들으니 천자(天子)의 말은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 하니
今之畫圖無乃是(금지화도무내시) : 지금 이 그림이 바로 그것 아니겠는가.
是何意態雄且傑(시하의태웅차걸) : 어쩌면 이리도 뜻과 태도가 웅장하고 또 걸출한가?
駿尾蕭梢朔風起(준미소초삭풍기) : 준마의 꼬리에 살랑살랑 북풍이 일어나네.
毛為綠縹兩耳黃(모위록표량이황) : 털은 녹표색(綠縹色)이요 두 귀는 황색이며
眼有紫燄雙瞳方(안유자염쌍동방) : 눈에는 자줏빛 불꽃이 일고 두 눈동자는 모났다오.
矯矯龍性合變化(교교룡성합변화) : 굳센 용과 같은 성질 변화에 합당하고
卓立天骨森開張(탁립천골삼개장) : 우뚝 서 있는 타고난 기골 삼엄하게 펼쳐져 있네.
伊昔太僕張景順(이석태복장경순) : 저 옛날 태복(太僕)인 장경순(張景順)이
監牧攻駒閱清峻(감목공구열청준) : 감목관(監牧官)이 되어 망아지 길들여 청준(淸峻)한 것 선발하였네.
遂令大奴守天育(수령대노수천육) : 마침내 태노(太奴)로 하여금 천육(天育)에서 맡아 기르게 하고
別養驥子憐神俊(별양기자련신준) : 특별히 준마의 새끼 길러 신묘하고 빼어남 사랑하였네.
當時四十萬匹馬(당시사십만필마) : 당시 사십만 필의 말 중에
張公歎其材盡下(장공탄기재진하) : 장공(張公)은 그 재질 모두 낮음 한탄하였다오.
故獨寫真傳世人(고독사진전세인) : 그래서 홀로 참모습 그려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니
見之座右久更新(견지좌우구갱신) : 자리 오른쪽에 놓고 봄에 오랠수록 새롭네.
年多物化空形影(연다물화공형영) : 여러 해 되어 실물은 없어지고 그림만 남았으니
嗚呼健步無由騁(오호건보무유빙) : 아! 힘찬 발걸음 달릴 길 없어라.
如今豈無騕褭與驊騮(여금기무요뇨여화류) : 지금인들 어찌 요뇨(騕褭)와 화류(驊騮)의 준마가 없겠는가?
時無王良伯樂死即休(시무왕량백락사즉휴) : 세상에 왕량(王良)과 백락(伯樂)이 없어 죽고 말 뿐이라오.
* 이 시는《杜少陵集(두소릉집)》 4권에 실려 있는 바, 천자의 마굿간인 천육(天育)에서 기르는 좋은 말(驃騎)을 그린 그림을 노래한 것으로, 천보(天寶) 말년에 지었다. 두보는 이밖에도 〈房兵曹胡馬(방병조호마)〉ㆍ〈高都護驄馬行(고도호총마항)〉ㆍ〈驄馬行(총마항)〉ㆍ〈瘦馬行(수마항)〉ㆍ〈病馬(병마)〉ㆍ〈題壁上韋偃畵馬歌(제벽상위언화마가)〉ㆍ〈白馬(백마)〉 등 말을 노래한 시가 많고, 또 〈畵鷹(화응)〉ㆍ〈義鶻行(의골행)〉ㆍ〈畵鶻行(화골행)〉ㆍ〈姜楚公畵角鷹歌(강초공화각응가)〉 등 독수리나 매를 읊은 시도 여러 편이다. 이는 두보가 천리마나 매의 웅자(雄姿)를 좋아했기 때문이고 또 이들 동물에 자신을 은근히 비유한 뜻도 있어서일 것이다.
* 天育(천육) : 마굿간의 이름. 厩(구) : 마굿간
* 驃騎(표기) : 천육에서 기르는 좋은 말
* 蕭梢(소초) : 흔들리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로 말이 달릴 때 꼬리가 흔들리는 모양을 가리킨 것이다.
* 朔風(삭풍): 북풍(北風)
* 綠縹(녹표): 綠(녹)은 검정 빛이며 縹(표)는 청황색.
* 眼有紫焰雙瞳方(안유자염쌍동방) : 김륭(金隆)은 “焰(염)은 광채를 말한 것이고 方(방)은 형체를 말한 것이다.” 하였다.
* 太僕(태복): 궁중의 수레와 말을 관리하는 관아
* 張景順(장경순) : 개원(開元) 연간 사람으로 당시 말을 번식시키는 데에 큰 공을 세웠다. 개원 13년(725) 장열(張說)의 농우감목송덕비(隴右監牧頌德碑) 서(序)에 “원년에 기르는 말이 24만필이었는데 13년에는 43만필에 이르렀다. 上(현종)이 太僕少卿(태복소경) 兼 秦州都督(겸 진주도독) 監牧都副使(감목도부사) 張景順(장경순)을 돌아보고 이르기를 ‘나의 말이 이렇게 많이 번식한 것은 경의 힘이다.’ 하니, 대답하기를 ‘황제의 힘이고 왕모중의 명령이니, 신이 무슨 공이 있겠습니까.’ 했다.” 하였다.
* 太奴(태노) : 노복(奴僕) 중에 가장 장대(長大)한 자를 가리킨다.
* 騕褭(요뇨): 붉은 귀를 가진 검정말로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신마(神馬).
* 驊騮(화류) : 원래는 주(周)나라 목왕(穆王)이 타던 팔준마(八駿馬)
* 八駿馬(팔준마) : 중국 주(周)나라의 목왕(穆王)이 사랑하던, 역사상 유명한 여덟 필의 말. 곧, 화(驊)·유이(驑駬)·적기(赤驥)·백의(白義)·요거(驍渠)·황유(黃騟)·도려(盜驪)·산자(山子).
* 王良伯樂(왕량백락) : 왕량(王良)은 춘추시대(春秋時代)에 수레를 잘 몰기로 유명한 사람이고, 백락(伯樂)은 손양(孫陽)의 자(字)로 옛날에 명마(名馬)를 잘 알아본 것으로 유명하다. 백락은 장자(莊子) 외편 馬蹄篇(마제편)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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