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산에는 꽃이 피네
*** 詩 ***/정지용의 詩

정지용 대표작품

by 산산바다 2006. 7. 27.

산과바다

 

 

 

 

     정지용의 詩

 

 

대표작 : 1.고향  2.발열  3.산너머 저쪽  4.석류  5.오월소식 

         6.향수  7.장수산1  8.카페.프란스  9.풍랑몽1  10.풍랑몽2 

         11.유리창1  12.유리창2



1. 고향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 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진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 끝에 홀로 오르니

힌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발열


처마 끝에 서린 연기 따러

포도순이 기어 나가는 밤, 소리 없이,

가믈음 땅에 스며든 더운 김이

등에 서리나니, 훈훈히,

아아, 이 애 몸이 또 달아 오르노나.

가쁜 숨결을 드내 쉬노니, 박나비처럼,

가녀린 머리, 주사 찍은 자리에, 입술을 붙이고

나는 중얼거리다, 나는 중얼거리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다신교도와도 같이.

아아, 이 애가 애자지게 보채노나!

불도 약도 달도 없는 밤,

아득한 하늘에는

별들이 참벌 날으듯하여라.



3. 산너머 저쪽


산너머 저쪽에는

누가 사나?

뻐꾸기 영우 에서

한나절 울음 운다.

산너머 저쪽 에는

누가 사나?

철나무 치는 소리만

서로 맞어 쩌 르 렁!

산너머 저쪽에는

누가 사나?

늘 오던 바늘장수도

이봄 들며 아니 뵈네.



4. 석류


장미꽃 처럼 곱게 피여 가는 화로에 숯불,

입춘때 밤은 마른풀 사르는 냄새가 난다.


한 겨울 지난 석류열매를 쪼기여

홍보석 같은 알을 한알 두알 맛 보노니,


투명한 옛 생각, 새론 시름의 무지개여,

금붕어처럼 어린 녀릿녀릿한 느낌이여.


이 열매는 지난 해 시월 상 ㅅ 달 , 우리 둘의

조그마한 이야기가 비롯될 때 익은 것이어니.


작은 아씨야, 가녀린 동무야, 남몰래 깃들인

네 가슴에 졸음 조는 옥토끼가 한 쌍.


옛 못 속에 헤엄치는 흰고기의 손가락, 손가락,

외롭게 가볍게 스스로 떠는 은銀실, 은실.


아아 석류알을 알알이 비추어 보며

신라 천년의 푸른 하늘을 꿈꾸노니.



5. 오월의 소식


오동나무 꽃으로 불밝힌 이곳

첫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

어린 나그네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여오려니.

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

네가 남기고 간 기억만이

소근 소곤거리는구나.


모초롬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남설거리나니....


...나는 갈매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


쾌활한 오월넥타이가 내처

난데없는 순풍이 되여,

하늘과 딱닿은 푸른 물결우에 솟은,

외따른 섬 로로만팈을 찾어갈가나.


일본말과 아라비아 글씨를 아르키러간

쬐그만 이 페스탈로치야,

꾀꼬리 같은 선생님 이야,

날마다 밤마다 섬둘레가 근심스런

풍랑에 씹히는가 하노니,

은은히 밀려 오는듯 머얼미 우는

오ㄹ간 소리....



6. 향수(鄕愁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러치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ᄉ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7. 장수산1


벌목정정伐木丁丁 이랬거니 아람도리 큰솔이 베혀

짐즉도 하이 골이 울어 멩아리 소리

쩌르렁 돌아 옴즉도 하이 다람쥐도 좇지 않고

뫼ㅅ새도 울지 않어 깊은산 고요가

차라리 뼈를 저리우는데

눈과 밤이 조히보담 희고녀!

달도 보름을 기달려 흰뜻은

한밤 이골을 걸음이랸다?

웃절 중이 여섯판에여섯번 지고 웃고 올라간 뒤

조찰히 늙은 사나이의남긴 내음새를 줏는다?

시름은 바람도 일지 않는 고요에 심히 흔들리우노니

오오 견디랸다 차고 올연兀然히 슬픔도 꿈도 없이

장수산 속 겨울 한밤내-



8. 카페•프란스


옮겨다 심은 종려나무밑에

빗두루 슨 장명등,

카페 · 프란스에 가자.


이놈은 루바쉬카

또 한놈은 보헤미안 넥타이

뻣적 마른 놈이 앞장을섰다.


밤비는 뱀눈처럼 가는데

페이브멘트에 흐느끼는 불빛

카페 · 프란스에 가자.


이 놈의 머리는 빗두른 능금

또 한놈의 심장은 벌레 먹은 장미

제비처럼 젖은 놈이 뛰어간다.


「 오오 패롤서방! 꿋 이브닝!」


「꿋 이브닝!」(이 친구 어떠하시오!)


울금향 아기씨는 이밤에도

경사 커-틴 밑에서 조시는 구료!

나는 자작의 아들도 아모것도 아니란다.

남달리 손이 희어서 슬프구나!


나는 나라도 집도 없단다.

대리석 테이블에 닿는 내 뺌이 슬프구나!


오오, 이국종 강아지야

내 발을 빨어다오.

내 발을 빨어다오.



9. 풍랑몽1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끝없는 울음 바다를 안으올때

포도빛 밤이 밀려오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물건너 외딴 섬, 은회색 거인이

바람 사나운 날, 덮쳐 오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창밖에는 참새떼 눈초리 무거웁고

창안에는시름겨워 턱을 고일때,

은고리 같은 새벽달

부끄럼성 스런 낯가림을 벗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외로운 졸음,풍랑에 어리울때

앞 포구에는 궂은비 자욱히 들리고

행선배 북이 웁니다, 북이 웁니다



10. 풍랑몽2


바람은 이렇게 몹시도 부옵는데

저달 영원의 등화!

꺼질 법도 아니하옵거니,

엊저녁 풍랑 우에 님 실려 보내고

아닌 밤중 무서운 꿈에 소스라쳐 깨옵니다.

 

 

11. 유리창(琉璃窓) 1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정지용시집, 시문학사, 1935>

어두운 밤 유리창 앞에 서서 느끼는, 잃어버린 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견고한 이미지로 그려 낸 작품. 시인이 29세 되던 1930년에 쓴 것으로, 자식을 잃은 젊은 아버지의 비통한 심경을 주제로 하면서도 그것을 절제된 언어와 시적 형상으로 객관화한 점이 인상깊다.

유리창 밖에 있는 무한한 어둠은 자식을 잃은 시인의 허전하고 괴로운 마음에 대응한다. 그는 유리창에서 쉽게 사라지는 입김 자국을 보며 가냘픈 새의 모습을 연상한다. 마지막 줄에서 확인되듯이 이 새는 잃어버린 아이의 비유적 형상이다.

그 아이를 생각하는 슬픔은 시인은 어둠 곁에 보석처럼 빛나는 `물먹은 별'로 표현했다. 이 별은 아버지의 곁을 떠나 어둠 속으로 돌아간 아이의 멀고도 그리운 모습인 동시에, `물먹은'이란 말이 암시하는 것처럼 아버지의 눈에 맺히는 한 방울 눈물의 반짝임과도 연상(聯想) 관계가 있다. [해설: 김흥규]



12. 유리창 2


내어다 보니

아주 캄캄한 밤,

어허므런 뜰앞 잣나무가 자꾸 커올라간다.

돌아서서 자리로 갔다.

나는 목이 마르다.

또, 가까이 가

유리를 입으로 쫏다.

아아, 항 안으로 든 금붕어처럼 갑갑하다.

별도 없다. 물도 없다. 쉬파람 부는 밤.

수증기선처럼 흔들리는 창.

투명한 보랏빛 누뤼알 아,

이 알몸을 끄집어내라, 때려라, 부릇내라.

나는 열이 오른다.

뺨은 차라리 연정스러이

유리에 부빈다, 차디찬 입맞춤을 마신다.

쓰라리, 알연히, 그싯는 음향…

머언 꽃!

도회에는 고운 화재(火災)가 오른다.


 

정지용 생가앞에 정지용문학관이 있군요(2012년에 가보다)

 


산과바다 이계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