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제 42조 수산 성념(首山省念) (926∼993)
지난날 수산 성념(首山省念)스님은 법을 전수하는 요점〔傳法綱要〕을
게송으로 읊은 적이 있다.
咄咄拙郞君 : 쯧쯧 ! 못난 낭군이여
機妙無人識 : 기연(機緣)이 오묘하여 아는 이 없어라
打破鳳林關 : 봉림관을 깨부수고
穿靴水上立 : 물 위에 신을 신고 서 있네.
咄咄巧女兒 : 쯧쯧 ! 꾀 많은 아가씨여
停梭不解織 : 베틀을 세워두고 베 짤 줄을 모르는 구려.
貪看鬪鷄人 : 닭싸움을 뚫어지게 보느라고
水牛也不識 : 물소를 알지 못하였네.
뒷날 분양 무덕(汾陽 無德 : 善昭)스님이 이 게송에 주석을 붙였는데도 납자들은 그 뜻을 깨닫지 못하였다. 이로써 살펴보면 신령스럽게 깨닫고 훤출히 벗어나던 옛사람의 바탕을 요즈음 사람으로서는 매우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내 일찍이 안타까워하며 그 게송을 읽었다.
순화(淳化) 3년(993) 12월 5일 스님(성념)께서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老僧今年六十七 : 내 나이 올해 예순 일곱 !
老病相依且過日 : 늙고 병들어 그럭저럭 세월만 보낸다
今年記取明年事 : 올해에 명년 할 일을 기록하였다가
明年記著今年日 : 이듬해에 올해의 일을 더듬어보면
至明年時皆無爽 : 명년이 와도 다 어긋남이 없으리.
또 이어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白銀世界金色身 : 은세계 금색부처
情與無情共一眞 : 유정이고 무정이고 모두가 하나의 참다운 법
明暗盡時俱不照 : 밝음과 어둠이 다할 때 모두가 비춤이 없다가
日輪午後示全身 : 오후의 태양에 온몸을 보이도다.
그 후 정오에 편안히 앉아 입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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