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선사의 선시
翠微守初 禪師(취미수초 선사) (1590~1668)의 禪詩 (11)~(21)
● 翠微守初 禪師(취미수초 선사) (1590~1668. 成三問의 後裔. 字는 太昏. 法號 翠微(취미). 本貫 昌寧. 서울 出生)
(11) 山中偶吟(산중우음) : 산에서 우연히 읊다
山靄夕將收 ~ 저녁이 되니 山 안개는 걷혀 가고
溪風颯欲起 ~ 溪谷의 바람이 슬슬 일어나기 시작한다.
怡然自點頭 ~ 흐뭇한 마음으로 고개 끄덕이나니
玅在難形裡 ~ 形容하기 어려움 속에 妙함이 있도다.
(12) 禪詩(선시) : 선시
意在浮雲閑卷舒 ~ 마음은 저 뜬 구름에 閑暇로이 맡겨두고
守眞常自臥茅廬 ~ 道理를 다 하며 언제나 띠 풀 집에 누워있네.
無端喚起松窓夢 ~ 누가 부르는가, 소나무 창의 꿈을
山鳥一聲春雨餘 ~ 산새소리 한 가닥 봄비에 남아있네.
(13) 送竺空師(송축공사) : 竺空 스님을 보내며
常掩巖扉究祖關 ~ 사립문 늘 닫혀 있고 祖師의 관문 窮究(궁구)하다가
禪心忽變別離間 ~ 이별의 순간에 문득 禪定의 마음이 흐트러지네.
明朝林下無相伴 ~ 來日 아침 숲 아래 함께할 이 없으리니
秋雨蕭蕭葉滿山 ~ 가을비 쓸쓸히 내리고 落葉만 온 山에 가득하구나.
(14) 睡起(수기) : 꿈 깨고 보니
日斜簷影轉溪濱 ~ 해 기울어 처마 그림자 시냇가로 옮겨가고
簾捲微風自掃塵 ~ 발 걷으니 微風이 먼지를 쓸어가네.
窓外落花人寂寂 ~ 窓 밖엔 꽃이 지고 人跡은 고요한데
夢回林鳥一聲春 ~ 꿈 깨고 보니 숲 속 새 지저귀는 봄이로구나.
(15) 示問禪僧(시문선승) : 禪을 묻는 스님에게 보이다
無事臨風戶半開 ~ 無事太平 窓戶열고 바람 앞에 앉았으니
有來要我便陳懷 ~ 어떤 중이 나보고 마음속 보따리 펼치라네.
分明示指平常趣 ~ 平生의 가진 뜻을 分明히 밝혀 보이나니
飯後山茶吸一盃 ~ 밥 먹고 난 뒤에는 茶나 한 잔 마시라고.
(16) 義湘臺(의상대) : 의상대
倚壁千年樹 ~ 나무는 千 年토록 絶壁에 依支했고
凌虛百尺臺 ~ 百 尺 樓臺는 虛空에 우뚝하다.
神僧去無跡 ~ 神僧은 떠나 흔적(痕跡)마져 없는데
雲外鶴徘徊 ~ 구름 밖에선 鶴이 徘徊를 하는구나.
(17) 坐禪僧(좌선승) : 坐禪하는 스님
靑山景沈沈 ~ 靑山은 묵묵하고 景致 또한 그윽한데
體得禪家宴寂心 ~ 이 속에서 비고 맑은 마음의 자리 얻었네.
雲自滿庭人不到 ~ 구름은 뜰에 가득하고 人跡은 끊겼는데
夕陽疎雨過西林 ~ 夕陽녘 성긴 빗발 西쪽 숲을 지나가네.
(18) 贈擇行上人(증택행상인) : 擇行 上人께 드림
祖意明明白草頭 ~ 祖師의 뜻이 온갖 草木에 밝고도 밝게 드러나 있거늘
何須更向口皮求 ~ 무엇하러 반드시 입에서 찾을 것인가?
最憐征鴈江天夕 ~ 가장 아름다운 것은 기러기 날아가는 江과 저녁 하늘
一片蟾光表裡秋 ~ 한 조각 달빛 아래 온 世上이 가을로 물든 모습이려니.
(19) 秋夜(추야) : 가을밤에
寂無鐘梵夜三更 ~ 鐘도 울리지 않는 깊고 고요한 밤
落葉隨風作雨聲 ~ 바람 따라 날리는 落葉 소리 마치 비가 오는 듯.
驚起拓牎淸不寐 ~ 놀라 일어나 窓門 열자 맑은 氣運에 잠은 달아나고
滿空秋月正分明 ~ 하늘 가득 가을 달은 참으로 또렷도하다.
(20) 回鄕(회향) : 故鄕으로 돌아감
老來鄕國忽關神 ~ 늙어가니 문득 故鄕에 對한 생각 많아
日暖浮杯漢水春 ~ 따뜻한 봄날 漢江에 술잔 띄우네.
到處物華渾是夢 ~ 가는 곳마다 自然의 景物은 모두가 꿈인 듯하고
見人談笑半非眞 ~ 사람을 만나 談笑를 나누어도 半은 眞實이 아니라네.
門前槐柳飄花盡 ~ 門 앞에 홰나무 버드나무는 꽃이 다 떨어지고
圃後梨海結子新 ~ 텃밭 뒤 배나무엔 새로 열매 맺혔네.
回首可憐如舊識 ~ 고개 돌려 보니 늘 보던 것처럼 사랑스러운데
背城三角卓雲濱 ~ 城 뒤로 三角山이 구름 가에 우뚝하구나.
(21) 滿空秋月(만공추월) : 마음 달빛
寂寞鐘梵夜三更(적막종범야삼경) : 범종도 적막한 삼경의 밤
落葉隨風作雨聲(낙엽수풍작우성) : 낙엽은 바람 따라 빗소리를 내는데
驚起拓窓淸不寐(경기척창청불매) : 잠들지 않고 맑아 다급하게 창을 여니(내면의)
滿空秋月正分明(만공추월정분명) : 허공 가득 가을 달빛(마음달빛) 분명하구나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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