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行香子(述懷) 행향자(술회) : 소식(蘇軾)
마음에 품은 생각을 말하다. (行香子는 사패명(詞牌名)이다.)
清夜無塵,月色如銀。酒斟時,須滿十分。浮名浮利,休苦勞神。嘆隙中駒,石中火,夢中身。
雖抱文章,開口誰親。且陶陶,樂盡天真。幾時歸去,作個閑人。對一張琴、一壺酒、一溪雲。
清夜無塵(청야무진),月色如銀(월색여은)。
酒斟時(주짐시),須滿十分(수만십분)。
浮名浮利(부명부리),虛苦勞神(허고로신)。
嘆隙中駒(탄극중구),石中火(석중화),夢中身(몽중신)。
티 없이 맑은 밤에 달빛은 은빛.
술을 따를 때는 모름지기 술잔에 가득 채워야 한다네.
헛된 명예와 하찮은 이익으로 고생해야 소용없고 마음만 괴롭다네.
인생이란 틈을 지나가는 망아지, 부싯돌의 번쩍이는 불, 꿈속의 몸임을 한탄하노라.
雖抱文章(수포문장),開口誰親(개구수친)。
且陶陶(차도도),樂盡天真(낙진천진)。
幾時歸去(기시귀거),作個閑人(작고한인)。
對一張琴(대일장금)、一壺酒(일와주)、一溪雲(일계운)。
가슴속에 문장을 품고 있더라도 내가 입을 열어본들 그 누가 알아주랴.
잠시 즐기며 꾸밈없이 만끽하리.
언제나 돌아가서 한가한 사람 되어
거문고 안고 술병 앞에 놓고 산골짜기 구름을 즐길까?
* 行香子(행향자) : 사패명(詞牌名)으로 열심향(爇心香)이라고도 하며, 행향(行香)은 법회(法會)때 모인 승려에게 향을 나누어주며 분향하고 예배하는 것을 말한다. 쌍조(雙調) 66자이며 68자나 69자로 되어 있기도 하다.
* 十分(십분) : 고대의 술잔으로 배와 같이 생겼음.
* 虛苦(허고) : 헛수고를 하다. 원문에는 休苦로 되어 있으나 ‘虚苦’로 되어있는 판본을 인용함.
* 勞神(노신) : 마음을 괴롭힘. 근심하다.
* 隙中駒(극중구) : 빠른 말이 문틈으로 지나가다. 세월이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의미.
장자(莊子) 지북유(知北遊)에는 “사람이 천지 사이에 사는 것은 마치 빠른 말이 틈을 지나가는 것과 같은지라 순식간에 지나갈 뿐이다.(人生天地之間,若白駒之過隙,忽然而已.)”라고 하였다.
* 石中火(석중화) : 부싯돌의 불이 번쩍임.
* 石火光中(석화광중) : 부싯돌의 불이 번쩍이는 것처럼 지극히 짧은 시간을 이르는 말로, 백거이의 대주5수에 “달팽이 뿔 위에서 무슨 일로 다투는가? 부싯돌 번쩍이는 불꽃같은 이 내 몸이라네.(蝸牛角上爭何事,石火光中寄此身.)”라는 표현이 있다.
(대주오수(對酒五首))중 제2수-白居易(백거이)
* 陶陶(도도) : 매우 즐겁다. 즐거움이 그지없다.
* 天真(천진) : 천진하다. 꾸밈없다.
이 사(詞)는 동파전집(東坡全集)에 실려 있으며, 소식(蘇軾)이 송(宋) 철종(哲宗) 원우(元祐) 8년 경(1093)에 정주지주(定州知州)로 있을 때 지은 사(詞)로 달을 바라보고 홀로 독작하며 인생이 짧음을 한탄하고 은둔하고 싶은 마음을 읊은 노래이다.
소식(蘇軾) : (1037~ 1101년). 중국 북송(北宋)시대의 시인이자 문장가, 학자, 정치가이다. 자(字)는 자첨(子瞻)이고 호는 동파거사(東坡居士)이다. 흔히 소동파(蘇東坡)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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