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十拍子(暮秋) 십박자(모추) : 소식(蘇軾)
늦가을 (십박자(十拍子)는 사패명(詞牌名)으로 파진자(破陣子)라고도 한다.)
白酒新開九醞,黃花已過重陽。身外倘來都似夢,醉裏無何即是鄉,東坡日月長。
玉粉旋烹茶乳,金齏新搗橙香。強染霜髭扶翠袖,莫道狂夫不解狂。狂夫老更狂。
白酒新開九醞(백주신개구온),
黃花已過重陽(황화이과중양)。
身外儻來都似夢(신외당래도사몽),
醉裏無何即是鄉(취리무하즉시향)。
東坡日月長(동파일월장)。
백주를 새로 열어보니 구온주(九醖酒)라,
국화꽃은 이미 중양절을 보냈네.
몸 이외의 뜻밖에 생긴 것은 모두가 꿈과 같은 것
취중에 보는 무하유(無何有)가 고향이라네.
동파의 세월은 길기만 하다.
玉粉旋烹茶乳(옥분선팽다유),
金齏新搗橙香(금제신도등향)。
強染霜髭扶翠袖(강염상자부취유),
莫道狂夫不解狂(막도광부불해광)。
狂夫老更狂(광부로갱광)。
옥가루가 빨리 끓어 차에서 유향(乳香)이 나고
금빛 양념 갓 빻아 등자 향이 가득하네.
흰 콧수염 억지로 염색하고 푸른 옷 미인의 부축을 받으며
미친 사내 미친 짓을 그치지 않는다 말하지 마라.
미친 사내는 늙을수록 더욱 광기가 많아진다네.
* 白酒(백주) : 배갈. 흰 빛깔의 술.
* 九醞(구온) : 구온춘주(九醞春酒). 중국술의 한 종류로서 백주에 속하며 맛이 좋고 도수가 높은 술이다.
* 重陽(중양) : 重陽節(중양절). 음력 9월 9일의 명절로서, 액운을 막기 위하여 주머니에 수유를 넣고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는 풍속이 있다. 9월 9일은 9가 겹치므로‘重九(중구)’라고 하는데, 九가 陽의 數이므로 ‘重陽(중양)’이라고 한 것이다.
* 儻來(당래) : 뜻밖에 생기다. 횡재하다.
* 都似夢(도사몽) : 모두가 꿈과 같다. 都(도)는 모두.
* 無何即是鄉(무하즉시향) : 無何有之鄕(무하유지향). 어떠한 것도 없는 곳. 無何有(무하유)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란 뜻으로, 마음이 한가로워 별도로 마음을 쓰는 곳이 없음을 의미한다.
“彼至人者(피지인자),歸精神乎無始(귀정신호무시),而甘冥乎無何有之鄉(이감명호무하유지향)。: 도(道)에 통달한 지인(至人)은 정신을 시작도 없는 도에 귀일(歸一)하여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하유(無何有)의 고을에서 달게 잠을 잔다.”
* 玉粉(옥분) : 옥수수 가루
* 旋烹(선팽) : 빨리 끓다. 갑자기 끓다.
* 茶乳(다유) : 유향(乳香)이 나는 차
* 金齏(금제) : 금빛 나는 양념. 생선회를 먹기 위한 양념. 金齏玉膾(금제옥회)는 맛있는 무침과 생선회를 말한다.
* 橙香(등향) : 등자나무 열매의 향. 橙=귤.
* 霜髭(상자) : 희어진 콧수염. 髭(자)는 코밑수염.
* 翠袖(취유) : 푸른 옷소매. 미인을 말한다. 두보(杜甫)의 가인(佳人)시에 “天寒翠袖薄(천한취수박) : 날 추워져 푸른 옷 얇은데”라는 표현이 있다.
* 莫道(막도) : 말하지 마라.
* 狂夫(광부) : 미친 사내. 바보.
※ 十拍子(십박자) : 당(唐) 교방곡명(教坊曲名)으로 파진자(破陳子)를 말한다. 당나라 초기에 진왕(秦王)이세민(李世民)이 지은 대형무무곡(大型武舞曲)을 말하며 진왕파진악(秦王破陳樂)이라 한다. 당 태종이 진왕(秦王)으로 봉해졌을 때 유무주(劉武周)를 하동에서 격파하고 군중에서 파진악(破陳樂)을 지었다. 정관 초에 진왕파진곡(秦王破陳曲)을 만들었으며, 이백약(李百藥), 우세남(虞世南), 위징(魏徵) 등이 가사를 만들었는데 모반자들의 토벌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태종이 사방을 정벌하여 천하를 평정시킨 무공을 칭송하는 내용이다.
이 사(詞)는 동파전집(東坡全集)에 실려 있으며 송(宋) 신종(神宗) 원풍(元豊) 6년(1083)에 지은 사로 십박자(十拍子)는 사패명(詞牌名)으로 파진자(破陣子)라고도 하며 이 사패명에 가사를 붙인 것이다.
소식(蘇軾)은 원풍(元豐) 3년(1080) 2월 황주(黃州)로 좌천되어 원풍7년(1084)까지 황주에 머물렀다.중양절이 지난 늦가을에 새 술을 열어 맛을 보고 국화꽃을 감상하며 취하여 세상의 모든 일을 잊고자 하는 모습이 미치광이 같으나 이를 비난하지 말라는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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