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次韻答劉涇(차운답유경) : 소식(蘇軾)
차운하여 유경에게 답한다.
吟詩莫作秋蟲聲,天公怪汝鉤物情,使汝未老華發生。
芝蘭得雨蔚靑靑,何用自燔以出馨。細書千紙雜眞行,新音百變口如鶯。
異議蜂起弟子爭,舌翻濤瀾卷齊城。萬卷堆胸兀相撐,以病爲樂子未驚。
我有至味非煎烹,是中之樂籲難名。綠槐如山暗廣庭,飛蟲繞耳細而淸。
敗席展轉臥看經,亦自不嫌翠織成。意行信足無溝坑,不識五郞呼作卿。
吏民哀我老不明,相戒毋復煩鞭刑。時臨泗水照星星,微風不起鏡面平。
安得一舟如葉輕,臥聞郵簽報水程。蒓羹羊酪不須評,一飽且救饑腸鳴。
吟詩莫作秋蟲聲 : 시를 읊어 가을벌레의 소리를 내지는 말지니
天公怪汝鉤物情 : 하느님이 세상 물정을 후벼댄다고 나무라시어
使汝未老華髮生 : 늙기도 전에 흰머리가 생기게 할 것이네.
芝蘭得遇蔚靑靑 : 지초와 난초는 비를 맞으면 푸릇푸릇 무성해져
何用自燔以出馨 : 자신을 불살라 향기를 낼 필요가 어디 있으리
細書千紙雜眞行 : 가는 글씨 천 장에 진서와 행서 섞여 있고
新音百變口如鶯 : 새로운 소리 백 번 변하니 입이 앵무새 같네.
異義蜂起弟子爭 : 벌떼처럼 이의가 일어 제자들이 서로 다투는데
舌翻濤瀾卷齊城 : 혓바닥이 파도를 뒤집고 제나라 성을 흔들겠네.
萬卷堆胸兀相撑 : 가슴에 쌓인 만 권의 책이 우뚝 서서 다투는데
以病爲樂子未驚 : 병폐를 낙으로 삼으면서도 그대는 놀라지 않네.
我有至味非煎烹 : 나에겐 지극한 맛이 있으니 익힌 음식은 아니고
是中之樂吁難名 : 이 속에 사는 즐거움이 아아 말하기 어렵네.
綠槐如山闇廣庭 : 산처럼 큰 홰나무가 넓은 뜰에 어둠을 드리워
飛蝱繞耳細而淸 : 귓전을 맴도는 등애가 가느다랗고 해맑네.
敗席展轉臥見經 : 누워서 날줄이 보이는 해진 돗자리에서 뒤척여
亦自不嫌翠織成 : 푸른 천으로 만든 방석도 마다하지 않는다네.
意行信足無溝坑 : 마음대로 다니고 걸으며 도랑이나 구덩이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不識五郞呼作卿 : 다섯째 나라를 몰라보고 경이라고 부른다네.
吏民哀我老不明 : 아전과 백성들은 내가 너무 늙어서 밝지 않은 걸 슬퍼하여서
相戒無復煩鞭刑 : 서로 타이르고 번거롭게 채찍질하고 벌주는 일은 더는 없다네.
時臨泗水照星星 : 때때로 사수에 나아가 희끗희끗 머리 비춰보고
微風不起鏡面平 : 미풍도 일지를 않아 거울 표면이 잔잔하네.
安得一舟如葉輕 : 어찌하면 나뭇잎처럼 가벼운 배를 얻어서
臥聞郵籤報水程 : 누워서도 역참의 물시계가 강 위로 여정을 알리는 소리 들리리오?
專羹羊酪不須評 : 순채 국이든 양젖이든 따질 것 없이
一飽且救飢腸鳴 : 배만 불릴 수 있다면 주린 창자를 달래려 하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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