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答任師中家漢公(답임사중가한공) : 소식(蘇軾)
임사중과 가한공의 시에 화답하여(一題:奉和師中丈漢公兄見寄詩一首)
先君昔未仕,杜門皇祐初。道德無貧賤,風采照鄕閭。何嘗疏小人,小人自闊疏。出門無所詣,老史在郊墟。
門前萬竿竹,堂上四庫書。高樹紅消梨,小池白芙蕖。常呼赤脚婢,雨中擷園蔬。矯矯任夫子,罷官還舊廬。
是時里中兒,始識長者車。烹雞酌白酒,相對歡有余。有如龐德公,往還葛與徐。妻子走堂下,主人竟誰歟。
我時年尙幼,作賦慕相如。侍立看君談,精悍實起予。歲月曾幾何,耆老逝不居。史侯最先沒,孤墳拱桑樗。
我亦涉萬里,淸血滿襟祛。漂流二十年,始悟萬緣虛。獨喜任夫子,老佩刺史魚。威行烏白蠻,解辮請冠裾。
方當入奏事,淸廟陳璠璵。胡爲厭軒冕,歸意不少紓。上蔡有良田,黃沙走淸渠。罷亞百頃稻,雍容十年儲。
閑隨李丞相,搏射鹿與豬。蒼鷹十斤重,猛犬如黃驢。豈比陶淵明,窮苦自把鋤。我今四十二,衰發不滿梳。
彭城古名郡,乏人偶見除。頭顱已可知,幾何不樵漁。會當相從去,芒鞋老菑畬。念子瘴江邊,懷抱向誰攄。
賴我同年友,相歡出同輿。冰盤薦文鮪,玉斝傾浮蛆。醉中忽思我,淸詩綴瓊琚。知我少詼諧,敎我時卷舒。
世事日反覆,翩如風中旟。雀羅吊廷尉,秋扇悲婕妤。升沈一何速,喜怒紛衆狙。作詩謝二子,我師寧與蘧。
先君昔未仕 : 선친께서 옛날에 벼슬에 안 나가시고
杜門皇祐初 : 두문불출하시던 황우 초년에
道德無貧賤 : 도덕이 빈천을 가리지 아니하고
風采照鄕閭 : 풍채가 마을을 빛나게 하셨네.
何嘗疎小人 : 소인이라고 멀리한 적이 있었으랴만
小人自闊疏 : 소인은 스스로 통하고 트이네.
出門無所詣 : 대문을 나서면 갈 곳이 없었는데
老史在郊墟 : 사씨 어르신이 교외에 살고 계셨네.
門前萬竿竹 : 대문 앞엔 만 그루의 대나무가 서 있는데
堂上四庫書 : 대청 위엔 각 분야의 책이 있네.
高樹紅消梨 : 높은 나무엔 불그레한 둥근 배가 열려 있고
小池白芙蕖 : 작은 연못엔 새하얀 연꽃이 피어 있었네.
常呼赤脚婢 : 언제나 맨발의 하녀를 불러서
雨中擷園蔬 : 빗속에 텃밭에서 채소를 뜯게 했지요
矯矯任夫子 : 남달리 뛰어나신 임 선생께서
罷官還舊廬 : 벼슬을 그만두고 옛집으로 돌아가네.
是時里中兒 : 이때에야 비로소 마을의 아이들이
始識長者車 : 귀인의 수레를 알아보게 됐다네.
烹鷄酌白酒 : 닭을 잡아 안주 삼아 백주를 따르면서
相對歡有餘 : 마주 앉아 있으면 기쁨이 넘쳐나니
有如龐德公 : 그것은 마치 방덕공 같아서
往還葛與徐 : 제갈량이나 서서와 왕래할 적에는
妻者走堂下 : 처자가 대청 밑에 늘어선 것 같아서
主人竟誰歟 : 대체 누가 주인인지 모를 지경이었네.
我時年尙幼 : 저는 그때 아직까지 어린 나이로
作賦慕相如 : 사마상여를 흠모하며 부를 지었었네.
侍立看君談 : 모시고 서서 선생이 얘기하시는 걸 보았더니
精悍實起予 : 야무진 모습이 실로 저를 일깨워 주었지요
歲月曾幾何 : 그 사이에 세월이 얼마나 지나갔는지
耆老逝不居 : 이제는 어르신들 돌아가시고 안 계시거니와
史侯最先沒 : 사씨 어르신께서 가장 먼저 돌아가셔서
孤墳拱桑樗 : 무덤의 뽕나무와 가죽나무가 아름드리가 되었네.
我亦涉萬里 : 저도 만리 밖으로 여기저기를 다니다가
淸血滿襟裾 : 옷깃 가득히 피눈물을 흘렸거니와
漂流二十年 : 스무 해 동안이나 표류하고 나서야
始悟萬緣虛 : 속세의 온갖 인연이 허망함을 깨달았네.
獨喜任夫子 : 유난히도 흐뭇한 것은 임선생께서
老佩刺史魚 : 늘그막에 자사의 동어부를 차시고
威行烏白蠻 : 오만과 백만 땅에 위엄을 떨치시자
解辮請冠裾 : 오랑캐가 변발을 풀고 관복을 원한 것이네.
方當入奏事 : 바야흐로 안으로 들어가 업무를 보고하고
淸廟陳璠璵 : 조정에다 보배를 늘어놓아야 할 때
胡爲厭軒冕 : 무엇 때문에 초헌과 면류관을 싫어하여
歸意不少紓 : 돌아가고 싶은 마음 조금도 늦추지 않네.
上菜有良田 : 상채 땅에 비옥한 농지가 있어서
黃沙走淸渠 : 누런 모래 사이로 맑은 도랑이 달리는 곳에
罷亞百頃稻 : 파아벼를 백 이랑 재배하시면
雍容十年儲 : 넉넉하게 십 년분이 비축된다네.
閑隨李丞相 : 한가로이 이승상의 뒤를 따라서
搏射鹿與猪 : 사슴과 멧돼지를 사냥했는데
蒼鷹十斤重 : 푸른 매는 열 근이나 나갈 정도로 무겁고
猛犬如黃驢 : 사나운 개는 나귀처럼 큼직했네.
豈比陶淵明 : 그러하니 어찌 도연명이 비교되리오
窮苦自把耡 : 가난 때문에 스스로 호미를 쥔 것이네.
我今四十二 : 나는 지금 나이가 마흔두 살이외다
衰髮不滿梳 :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이 빗이 헐거울 정도인데
彭城古名郡 : 옛날의 이름난 고을인 팽성 땅의 군수로
乏人偶見除 : 사람이 없어 어쩌다가 임명이 됐었네.
頭顱已可知 : 제 머리가 어떤지를 이미 알고 있거늘
幾何不樵漁 : 나무하고 고기 잡는 것 얼마나 더 피하겠나?
會當相從去 : 그러니 반드시 선생을 따라가서
芒鞋老菑畬 : 짚신을 신고 밭에서 늙어야 하겠네.
念子瘴江邊 : 생각 하건데 선생은 풍토병 어린 강가에서
懷抱向誰攄 : 누구에게 회포를 푸시겠나?
賴我同年友 : 다행히도 이 사람의 고향 친구가 있어
相歡出同輿 : 선생을 좋아하여 같은 수레를 타고 나가네.
氷盤薦文鮪 : 얼음 쟁반에 부드러운 다랑어를 내오고
玉斝傾浮蛆 : 옥 술잔에 하얀 지네를 따르겠군요
醉中忽思我 : 취중에 홀연히 저를 생각하시고
淸詩綴瓊琚 : 구슬처럼 맑은 시를 지어 보내셨네.
知我少所諧 : 제가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는 줄 아시기에
敎我時卷舒 : 때맞추어 말고 펴는 법을 가르쳐 주셨네.
世事日反覆 : 세상사란 날마다 엎치락뒤치락 하고
翩如風中旗 : 바람 앞의 깃발처럼 펄럭이는 법이요
雀羅弔廷尉 : 참새 그물을 칠 지경이 된 적정위의 일이 안쓰럽고
秋扇悲婕妤 : 가을 부채가 되고 만 반첩여의 일이 슬프군요
升沈一何速 : 관직의 부침이란 얼마나 빠른 건지
喜怒紛衆狙 : 원숭이처럼 분분하게 기뻐하고 성내는데
作詩謝二子 : 시를 지어 두 분께 감사 하나니
我師寗與蘧 : 저는 영부자와 거백옥을 스승으로 삼겠어요
* 消梨(소리) : 약으로도 쓰는 둥글고 붉은빛이 나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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