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送魯元翰少卿知衛州(송노원한소경지위주) : 소식(蘇軾)
위주지주로 부임하는 노원한 소경을 전송하며
冗士無處著,寄身範公園。桃花忽成陰,薺麥秀已繁。閉門春晝永,惟有黃蜂喧。
誰人肯攜酒,共醉楡柳村。髥卿獨何者,一月三到門。我不往拜之,髥來意彌敦。
堂堂元老後,亹亹仁人言。憶在錢塘歲,情好均弟昆。時於冰雪中,笑語作春溫。
欲飮徑相覓,夜開叢竹軒。搜尋到篋笥,鮓醢無復存。每愧煙火中,玉腕親炮燔。
別來今幾何,相對如夢魂。告我當北渡,新詩侑淸樽。坡陀太行麓,洶湧黃河翻。
仕宦非不遇,王畿西北垣。斯民如魚耳,見網則驚奔。皎皎千丈淸,不如尺水渾。
刑政雖首務,念當養其源。一聞襦袴音,盜賊安足論。
冗士無處著 : 하잘것없는 몸이 발붙일 곳이 없어서
寄身范公園 : 범공의 동원에다 몸을 의탁했다네.
桃李忽成陰 : 복숭아꽃 자두꽃이 홀연히 녹음을 이루고
薺麥秀已繁 : 냉이와 보리 이삭이 벌써 무성하네.
閉門春晝永 : 대문을 닫아 놓아 더욱 긴 이 봄날에
惟有黃蜂喧 : 노란 벌만 요란하게 앵앵대는데
誰人肯攜酒 : 그 누가 느릅나무와 버드나무가 늘어선
共醉楡柳村 : 이 마을로 술 들고 와서 함께 취하려 하겠나?
髥卿獨何者 : 그런데 덥석부리는 어떤 사람이기에
一月參到門 : 한 달에 세 번이나 찾아와 주시나?
我不往拜之 : 나는 한 번도 찾아가 뵌 적이 없는데
髥來意彌敦 : 그럴수록 더욱더 자주 오는 텁석부리
堂堂元老後 : 정정당당하기는 원로의 후손이고
亹亹仁人言 : 사분사분하기는 인자한 사람의 말이네.
憶在錢塘歲 : 그 옛날 우리 함께 전당에 있을 때
情好均弟昆 : 다정하게 지내는 게 형제와 같았네.
時於氷雪中 : 때때로 차가운 빙설 속에서
笑語作春溫 : 따뜻한 담소로 봄기운을 지었지요
欲飮徑相覓 : 술이 생각이 날 때면 지체 없이 서로 찾아
夜開叢竹軒 : 밤중에 대밭 속의 별장을 열었네.
搜尋到篋笥 : 안주 거리를 찾느라 상자 속을 다 뒤져서
鮓醢無復存 : 더 이상 남아 있는 젓갈이 없었네.
每愧烟火中 : 매번 부끄럽게도 연기 속에서
玉腕親炮燔 : 옥같이 고운 팔로 손수 고기를 구웠네.
別來今幾何 : 헤어진 뒤 지금까지 얼마나 됐을까?
相對如夢魂 : 마주 보고 있는 것이 꿈만 같다네.
告我當北渡 : 강을 건너 북쪽으로 가야 한다며
新詩侑淸罇 : 새로 지은 멋진 시로 술맛을 돋우네.
坡陁太行麓 : 울룩불룩 뻗어 있는 태항산의 기슭이
洶湧黃何翻 : 용솟음치는 황하가 뒤집히는 곳이네.
仕官非不遇 : 그만하면 벼슬길이 불우하지 않은 셈이고
王畿西北垣 : 경기 지방의 서쪽은 울타리지요
斯民如魚耳 : 백성이란 물고기와 같을 뿐 이고
見網卽驚奔 : 그물을 보면 깜짝 놀라 달아나는 법
皎皎千丈淸 : 천 길 되는 깊은 강의 맑디맑은 물이라도
不如尺水渾 : 한 자 되는 얕은 강의 흐린 물만 못하지요
刑政雖首務 : 법을 집행하는 일이 가장 중요할지라도
念當養其源 : 근원을 길러야 함은 당연한 일이네.
一聞襦袴音 : 바지가 다섯 개라는 소문만 들린다면
盜賊安足論 : 도적이야 말할 것이 뭐 있겠나?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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