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和劉孝叔會虎丘時王規甫齋素祈雨不至二首(화유효숙회호구시왕규보재소기우불지이수) : 소식(蘇軾)
유효숙을 호구에서 만나 연회를 벌였는데 그때 왕규보는 재계하고 기우제를 지내느라 오지 못하고
(제목에 王規甫가 王規父로 된 곳도 있다)
白簡威猶凜,靑山興已穠。鶴閑雲作氅,駝臥草埋峰。
跪履若可敎,卜鄰應見容。因公問回老,何處定相逢。
太常齋未解,不肯對纖穠。只遣三千履,來遊十二峰。
林空答淸唱,潭淨寫衰容。歸去瑤臺路,還應月下逢。
其一
白簡威猶凜 탄핵한 글 위력이 아직까지 서늘한데
靑山興已濃 청산의 흥취는 익을 대로 무르익어
鶴閑雲作氅 구름은 한가로운 학의 날개 닮았고
駝臥草埋峰 엎드린 낙타 혹은 풀들이 덮고 있네
跪屨若可敎 마음을 비우고 가르침을 청한다면
卜鄰應見容 이웃을 고르듯 받아줄 것 같아서
因公問回老 유공 때문에 여동빈에게 물어보았네
何處定相逢 우리가 어디서 만날 수 있겠느냐고
其二
太常齋未解 태상게선 재계가 아직 안 끝나서
不肯對纖穠 섬세하고 농염한 사람을 마주하려 하지 않고
只遣三千履 오로지 삼천 명의 귀한 손님만을
來遊十二峰 무산의 십이봉에 와서 놀게 하시니
林空答淸唱 텅 빈 숲은 낭랑한 노랫소리에 화답하고요
潭淨寫衰容 맑은 못은 노쇠한 내 얼굴을 베껴놨군요
歸去瑤臺路 요대의 길을 따라 돌아 갈 때에는
還應月下逢 틀림없이 달빛 아래서 다시 만나겠지요
동파가 항주통판으로 있을 때인 희녕熙寧 7년(1074) 작으로, 동파가 호구(虎丘)에서 유효숙(劉孝叔)을 만났을 때 쓴 것이다.
유효숙은 시어사로 있을 때 왕안석을 탄핵한 뒤 지강주(知江州)로 내쫓긴 유술(劉述)을 가리키고, 왕규보(王規甫)는 당시 소주태수(蘇州太守)였던 왕회(王誨)를 가리키는데, 왕회는 기우제 때문에 올 수 없었다.
* 虎丘(호구) : 소주(蘇州) 서북쪽에 있는 산 이름이다. 해용산(海涌山)이라고도 한다. 오왕(吳王) 합려(闔閭)가 묻힌 곳이기도 한다.
* 齋素(재소) : 재계(齋戒)를 하는 동안 육식을 피하는 것을 가리킨다.
* 白簡(백간) : 고대에 탄핵하는 관리들의 글을 가리킨다.
* 卜鄰(복린) : 이웃을 선택하는 것을 가리킨다. 두보杜甫는 「寄贊上人(기찬상인)」」이란 시에서 ‘一昨陪錫杖, 卜鄰南山幽(얼마 전에 스님을 모시고 가서 / 남산에서 조용히 스님과 이웃해 지냈네)’라고 했다.
* 見容 : 너그럽게 받아들이다.
* 回老 : 당대(唐代)의 도사로 종남산에서 수도하여 신선이 되었다는 전진파(全眞派) 북오조(北五祖) 중 하나인 여동빈(呂洞賓)의 별칭이다. 회도인(回道人) 또는 회처사(回處士)라고도 한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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