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遊諸佛舍一日飮釅茶七盞戲書勤師壁(유제불사일일음엄다칠잔희서근사벽) : 소식(蘇軾)
여러 불당을 찾아다니며 놀다가 하루에 진한 차 일곱 잔을 마시게 되어
示病維摩元不病,在家靈運已忘家。何煩魏帝一丸藥,且盡盧仝七碗茶。
示病維摩元不病(시병유마원부병) : 병든 모습을 보인 유마는 원래가 병든 게 아니었고
在家靈運已忘家(재가령운이망가) : 자기 집에 머문 사령운은 이미 집을 잊었나니
何須魏帝一丸藥(하수위제일환약) : 위(魏) 문제의 환약(丸藥)이야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且盡盧仝七碗茶(차진노동칠완다) : 노동(盧仝)의 차 일곱 사발이나 다 마시려네
* 환약(丸藥) : 약재를 가루로 만들어 반죽하여 둥글게 빚은 약. 환제.
* 산약(散藥)- 탕약(湯藥).
* 노동(盧仝) : (795~835) 당(唐)나라 사람이다. 소실산(少室山)에 은거하며 스스로 옥천자(玉川子)라 불렀다. 간의대부(諫議大夫)로 부름을 받았으나 나가지 않았다. 일찍이 월식시(月蝕詩)를 지어 원화(元和)의 역당(逆黨)들을 풍자했다. 한유(韓愈)도 노동의 시를 모방하여 월식시를 지었다. 차(茶)의 품평(品評)을 잘했으며 다가(茶歌)로 유명했다.
茶歌(다가) 盧仝(노동)
<謝孟諫議簡惠茶(사맹간의간혜차)>
간의대부(諫議大夫) 맹간(孟諫)이 차를 보내준 것에 사례한 것이다.
日高丈五睡正濃(일고장오수정농) : 해가 한 발이나 높도록 잠이 바로 깊었는데
軍將扣門驚周公(군장구문경주공) : 군장(軍將)이 문 두드려 주공(周公)의 꿈 놀라 깨게 하였네.
口傳諫議送書信(구전간의송서신) : 입으로 전하기를 간의대부(諫議大夫)가 서신 보내었다 하니
白絹斜封三道印(백견사봉삼도인) : 흰 비단에 비스듬히 봉하고 세 개의 도장 찍었구나.
開緘宛見諫議面(개함완견간의면) : 봉함(封緘) 열자 완연히 간의대부(諫議大夫)의 얼굴 보는 듯하니
首閱月團三百片(수열월단삼백편) : 첫 번째로 월단(月團) 삼백 편 보았노라.
聞道新年入山裏(문도신년입산리) : 들으니 새해의 기운 산속에 들어와
蟄蟲驚動春風起(칩충경동춘풍기) : 땅속에 숨어 있던 벌레 놀라 움직이고 봄바람 일으킨다네.
天子須嘗陽羨茶(천자수상양선다) : 천자(天子)는 모름지기 양선(陽羨)의 차 맛보셨을 것이니
百草不敢先開花(백초불감선개화) : 온갖 풀들 감히 차보다 먼저 꽃 피우지 못했으리라.
仁風暗結珠蓓蕾(인풍암결주배뢰) : 온화한 바람에 살며시 진주 같은 꽃봉오리 맺히니
先春抽出黃金芽(선춘추출황금아) : 봄에 앞서 황금 같은 싹 돋아났으리라.
摘鮮焙芳旋封裹(적선배방선봉과) : 신선한 싹 따서 향기롭게 볶아 곧바로 싸서 봉함(封緘)하니
至精至好且不奢(지정지호차불사) : 지극히 정(精)하고 지극히 좋으면서도 사치하지 않다오.
至尊之餘合王公(지존지여합왕공) : 지존(至尊)께서 드신 나머지는 왕공(王公)에게나 적합한데
何事便到山人家(하사변도산인가) : 어인 일로 곧 산인(山人)의 집에 이르렀나.
柴門反關無俗客(시문반관무속객) : 사립문 다시 닫아 세속의 손님 없으니
紗帽籠頭自煎喫(사모롱두자전끽) : 사모(紗帽)로 머리 감싸고는 스스로 차 끓여 마신다오.
碧雲引風吹不斷(벽운인풍취부단) : 푸른 구름 같은 차 연기 바람을 끌어 끊임없이 불어대고
白花浮光凝碗面(백화부광응완면) : 흰 꽃 같은 차 거품 빛이 떠 찻잔 표면에 엉겨 있네.
* 扣(구) : 두드릴 구
* 丈五(장오) : 五丈 또는 1丈 5尺이라 한다.
* 月團(월단) : 둥근 달 모양으로 떡처럼 만든 차(茶)를 말한다.
* 陽羨茶(양선차) : 양선(陽羨)에서 생산되는 차로, 양선(陽羨)은 상주부(常州府)선흥현(宜興縣)동남쪽에 있는데 좋은 차의 명산지로 알려져 있다.
* 紗帽(사모) : 깁으로 짠 모자
一碗喉吻潤(일완후문윤) : 첫째 잔은 목과 입술 적시고
二碗破孤悶(이완파고인) : 둘째 잔은 외로운 고민 달래고
三碗搜枯腸(삼완수고장) : 셋째 잔은 마른 창자 헤쳐주니
惟有文字五千卷(유유문자오천권) : 오직 뱃속에는 문자 오천 권이 있을 뿐이라오.
四碗發輕汗(사완발경한) : 넷째 잔은 가벼운 땀을 내니
平生不平事(평생불평사) : 평생에 불평스러운 일
盡向毛孔散(진향모공산) : 모두 땀구멍 향해 흩어지게 하네.
五碗肌骨淸(오완기골청) : 다섯째 잔은 살과 뼈대(肌骨)를 깨끗하게 하고
六碗通仙靈(육완통선령) : 여섯째 잔은 신령(神靈)을 통하게 하며
七碗喫不得也(칠완끽부득야) : 일곱째 잔은 마실 것도 없이
唯覺兩腋習習淸風生(유각양액습습청풍생) : 오직 양 겨드랑이에 날개 돋아 습습히 청풍이 읾을 느끼네.
* 習習(습습) :사늘한 바람이 가볍고 보드랍게 잇달아 붊
蓬萊山(봉래산),在何處(재하처) : 봉래산(蓬萊山)은 어느 곳에 있는가?
玉川子乘此淸風欲歸去(옥천자승차풍욕귀거) : 옥천자(玉川子)는 이 청풍(淸風)타고 돌아가고 싶다오.
山上群仙司下土(산상군선사하토) : 산 위의 여러 신선들 하토(下土)맡았으나
地位淸高隔風雨(지위청고격풍우) : 지위가 청고(淸高)하여 풍진(風塵)세상과 막혔네.
安得知百萬億蒼生(안득지백만억창생) : 어찌 알겠는가 백만억조의 창생(蒼生)들
命墮顚崖受辛苦(명타전애수신고) : 운명이 높은 벼랑에 떨어져 고통 받음을.
便從諫議問蒼生(변종간의문창생) : 곧 간의대부(諫議大夫)에게 창생을 묻노니
到頭合得蘇息否(도두합득소식부) : 필경에는 마땅히 소생(蘇生)함을 얻겠는가.
* 玉川子(옥천자) :작자인 노동(盧仝)의 호(號)이다.
* 山上群仙司下土(산상군선사하토) :山은 전설에 神仙이 살고 있다는 三神山의 하나인 봉래산(蓬萊山)을 가리키고 下土는 인간세(人間世)를 가리킨 것이다.
이 시는《詩林廣記(시림광기)》전집(前集) 8권에 실려 있는바, 제목이 〈붓을 놀려 맹간의(孟諫議)가 새 차를 보내준 것에 사례하다. [走筆謝孟諫議寄新茶]〉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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