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九日尋臻闍梨遂泛小舟至勤師院二首(구일심진도이수범소주지근사원이수) : 소식(蘇軾)
중양절에 범진 스님을 찾아갔다가 나선 김에 배를 띄워 혜근 스님 계신 곳에 이르러 지은 2수
白髮長嫌歲月侵,病眸兼怕酒杯深。南屏老宿閑相過,東閣郎君懶重尋。
試碾露芽烹白雪,休拈霜蕊嚼黃金。扁舟又截平湖去,欲訪孤山支道林。
湖上青山翠作堆,蔥蔥郁郁氣佳哉。笙歌叢裏抽身出,雲水光中洗眼來。
白足赤髭迎我笑,拒霜黃菊為誰開。明年桑苧煎茶處,憶著衰翁首重回。
其一
白髮長嫌歲月侵(백발장혐세월침) : 흰머리 늘 때마다 세월 가는 게 싫었고
病眸兼怕酒杯深(병모겸파주배심) : 눈 아픈 뒤에는 술 마실 때도 걱정 깊었네.
南屛老宿閑相過(남병노숙한상과) : 남병산 스님은 한가로이 오가는데도
東閣郎君懶重尋(동각낭군나중심) : 동각 낭군은 두 번 다시 찾아뵙지 못했네.
試碾露芽烹白雪(시년노아팽백설) : 눈 녹은 물에 노아차 갈아 끓여 마신 뒤
休拈霜蕊嚼黃金(휴념상예작황금) : 서리 맞은 국화 꺾어 꽃잎 씹다 그만두네.
扁舟又戴平湖去(편주우대평호거) : 작은 배 띄워서 물 잔잔한 평호 건너가
欲訪孤山支道林(욕방고산지도림) : 고산에 있는 혜근 스님 만나보고 싶구나
其二
湖上靑山翠作堆(호상청산취작퇴) : 호수 위 청산은 푸른빛의 더미 되어
蔥蔥鬱鬱氣佳哉(총총울울기가재) : 울울창창 그 기운이 참으로 아름답네.
笙歌叢裏抽身出(생가총리추신출) : 풍악소리 노랫소리 그 속에서 빠져나와
雲水光中洗眼來(운수광중세안래) : 물안개 낀 호수에서 눈 씻으러 왔더니
白足赤髭迎我笑(백족적자영아소) : 스님께서 웃음으로 나를 반겨주는데
拒霜黃菊爲誰開(거상황국위수개) : 샛노란 국화꽃은 누굴 위해 피었는가?
明年桑苧煎茶處(명년상저전차처) : 내년에는 상저옹이 차 끓이던 곳에서
憶著衰翁首重回(억착쇠옹수중회) : 늙은 나를 생각하며 자꾸 돌아보시겠네.
동파가 범진과 혜근을 만난 것이 항주에 처음 부임했던 희녕(熙寧) 5년(1072)이었는데, ‘내년에는 늙은 나를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한 제2수의 마지막 구절을 보면 아마도 이 시는 동파가 희녕 7년(1074) 5월에 밀주(密州)로 부임하라는 발령 받은 뒤 항주를 떠나기 전 중양절에 도인들을 만나 작별을 고할 때 쓴 것으로 보인다.
* 九日(구일) : 음력으로 九月 九日 중양절(重陽節)을 가리킨다.
* 臻(진) : 항주(杭州) 상천축사(上天竺寺)에 주석하고 있던 남병범진(南屛梵臻)을 가리킨다.
* 闍黎(도려) : 산스크리트 아짜리아acarya의 음역 아사리(阿闍梨), 즉 불가(佛家)에서 제자를 가르치고 제자의 행위를 바르게 지도하여 그 모범이 될 수 있는 승려를 가리킨다. 출가아사리(出家阿闍梨), 수계아사리(受戒阿闍梨), 교수아사리(敎授阿闍梨), 수경아사리(受經阿闍梨), 의지아사리(依止阿闍梨) 등 다섯 아사리가 있는데, 체발아사리(剃髮阿闍梨)를 더해 여섯 아사리로 부르기도 한다. ‘사리’로 읽기도 하는 것은 고승(高僧), 승인(僧人), 화상(和尙)을 뜻하는 중국어의 독음 ‘shélí’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 病眸(병모) : 아픈 눈을 가리킨다.
* 南屛(남병) : 항주(杭州)에 있는 산 이름으로 서호(西湖) 명승 중 한 곳이다.
* 老宿(노숙) : 나이가 많고 경력과 자질이 풍부한 사람을 가리킨다. 불가(佛家)에서 승랍(僧臘)이 많고 수행이 깊은 화상을 가리킨다.
* 相過(상과) : 서로 오가다. 한유韓愈는 「長安交遊者贈孟郊」란 시에서 ‘親朋相過時, 亦各有以娛(친하게 지내는 벗 서로 오갈 때 / 둘이 모두 그것을 즐거움으로 알았네)’라고 했다.
* 東閣(동각) : 고대에 재상이 불러 손님을 접대한 곳을 가리킨다.
* 郎君(낭군) : 상서랑(尙書朗)을 가리킨다. 당대(唐代) 신입 진사(進士)의 호칭이다.
* 露芽(노아) : 차(茶) 이름이다. 초목의 새싹을 가리킨다. 이시진(李時珍)은 ⟪본초강목本草綱目ㆍ명茗⟫에서 말하기를 ‘唐人尙茶, 茶品益衆, 有雅州之蒙頂, 石花, 露芽, 穀芽爲第一(당나라 때 사람들이 차를 숭상하여 차의 명품이 갈수록 많아졌는데 아주의 몽정, 석화, 노아, 곡아를 제일로 쳤다)’이라고 했다.
* 霜蕊(상예) : 국화(菊花)를 가리킨다. 소식蘇軾은 「送顔復兼寄王巩」이란 시에서 ‘苦恨相思不相見, 約我重陽嗅霜蕊(보고 싶어도 보지 못해 괴롭다고 하면서 / 국화꽃 피는 중양절에 만나자고 약속했네)’라고 했다.
* 平湖(평호) : 항주(杭州)의 서호(西湖)를 가리킨다.
* 孤山(고산) : 서호(西湖) 안에 있는 고봉(孤峰)으로 풍광이 수려하고 그윽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임포(林逋)가 이곳에서 매화와 학을 기르며 은거했는데, 사람들이 그를 고산처사(孤山處士)라고 불렀다.
* 支道林(지도림) : 동진(東晉)의 고승(高僧) 지둔(支遁)(314~366)을 가리킨다. 여기서는 혜근(惠勤)을 가리킨다. 혜근은 고산(孤山)의 지과사(智果寺)에 있던 승려로 소식(蘇軾)은 「臘日游孤山訪惠勤惠思二僧」이란 시를 쓰기도 했다.
* 蔥蔥(총총) : 초목이 푸르고 무성한 것 또는 기세가 왕성한 것을 가리킨다. 이백李白은 「侍從遊宿溫泉宮作」이란 시에서 ‘日出瞻佳氣, 蔥蔥繞聖君(해가 뜨니 상서롭고 맑은 기운이 / 기세도 좋게 영명하신 우리 군주 에워싸고 있구나)’이라고 했다.
* 鬱鬱(울울) : 향기가 진하고 의태가 장엄하고 아름다운 것을 가리킨다.
* 拒霜黃菊(거상황국) : 서릿발에도 끄떡없는 국화菊花의 의젓함을 가리킨다. ‘拒霜’은 따로 목부용(木芙蓉)이란 꽃을 가리키기도 한다.
* 桑苧(상저) : 뽕나무와 모시를 심는 것, 즉 농사를 가리킨다. 육우(陸羽)의 별호(桑苧翁)이기도 하다.
산과바다 이계도
'*** 詩 *** > 東坡居士 蘇軾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遊諸佛舍一日飮釅茶七盞戲書勤師壁(유제불사일일음엄다칠잔희서근사벽) : 소식(蘇軾) (0) | 2022.09.20 |
---|---|
九日舟中望見有美堂上魯少卿飲處以詩戲之(구일주중망견유미당상노소경음처이시희지) : 소식(蘇軾) (0) | 2022.09.20 |
明日重九亦以病不赴述古會再用前韻(명일중구역이병불부술고회재용전운) : 소식(蘇軾) (0) | 2022.09.20 |
初自徑山歸述古召飲介亭以病先起(초자경산귀술고소음개정이병선기) : 소식(蘇軾) (0) | 2022.09.20 |
再遊徑山(재유경산) : 소식(蘇軾) (0) | 2022.09.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