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再遊徑山(재유경산) : 소식(蘇軾)
다시 경산에서 노닐고
老人登山汗如濯,到山困臥呼不覺。覺來五鼓日三竿,始信孤雲天一握。
平生未省出艱險,兩足慣曾行犖确。含暉亭上望東溟,淩霄峰頭挹南岳。
共愛絲杉翠絲亂,誰見玉芝紅玉琢。白雲何事自來往,明月長圓無晦朔。
冢上雞鳴猶憶欽,山前鳳舞遠徵璞。雪窗馴兔元不死,煙嶺孤猿苦難捉。
從來白足傲死生,不怕黃巾把刀槊。榻上雙痕凜然在,劍頭一吷何須角。
嗟我昏頑晚聞道,與世齟齬空多學。靈水先除眼界花,清詩為洗心源濁。
騷人未要逃競病,禪老但喜聞剝啄。此生更得幾迴來,從今有暇無辭數。
老人登山汗如濯(노인등산한여탁) : 늙은이가 산에 오르니 목욕한 듯 땀이 나고
倒牀困臥呼不覺(도상곤와호불각) : 침대에 쓰러져 곤하게 잠들어 불러도 깨어나지 못하네.
覺來五鼓日三竿(각래오고일삼간) : 깨어나니 오경이라 해가 산 위로 쑥 올라오니
始信孤雲天一握(시신고운천일악) : 외로운 떠도는 구름은 비로소 하늘의 뜻에 있음을 믿네.
平生未省出艱險(평생미성출간험) : 평생토록 험난한 데서 벗어나 본 적이 없고
兩足慣曾行犖确(양족관증행락학) : 두 다리가 언제나 바윗길을 다니나니
含暉亭上望東溟(함휘정상망동명) : 함휘정 위에서 동해 바다를 바라보고
凌霄峰頭挹南岳(능소봉두읍남악) : 능소봉 꼭대기선 남산을 굽어보았네.
共愛絲杉翠絲亂(공애사삼취사란) : 실처럼 엉킨 사삼나무의 푸른 잎을 다들 보고
誰見玉芝紅玉琢(수견옥지홍옥탁) : 홍옥에 새긴 듯한 옥지야 누가 보았으랴?
白雲何事自來往(백운하사자래왕) : 백운은 무슨 일로 스스로 왔다 갔다 하는고?
明月長圓無晦朔(명월장원무회삭) : 그믐과 초하루도 없이 명월은 늘 둥그렇다네.
冢上鷄鳴猶憶欽(총상계명유억흠) : 영계총에선 닭이 울어 아직도 흠선사를 그리고
山前鳳舞遠徵璞(산전봉무원징박) : 산 앞에선 봉황이 춤추며 멀리 곽박을 부르네.
雪窗馴兎元不死(설창순토원불사) : 눈 내린 창 앞의 길든 토끼는 아예 죽지를 않고
煙嶺孤猿苦難捉(연령고원고난착) : 안개 낀 고개의 외로운 원숭이는 잡기 어렵네.
從來白足傲生死(종래백족오생사) : 예로부터 발이 흰 사람은 생사를 가벼이 여겨
不怕黃巾把刀槊(부파황건파도삭) : 황건적 칼과 창을 잡는 것도 겁내지 않았나니
榻上雙痕凜然在(탑상쌍흔늠연재) : 걸상 위에 한 쌍의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고
劍頭一吷何須角(검두일혈하수각) : 칼끝에서 소리가 나거늘 뿔피리가 무슨 소용 있나?
嗟我昏頑晩聞道(차아혼완만문도) : 나는 어리석게도 뒤늦게 도를 터득하여
與世齟齬空多學(여세저어공다학) : 공부만 괜히 많이 했을 뿐 세상과 안 어울리니
靈水先除眼界花(영수선제안계화) : 영험한 물로 먼저 눈가의 침침한 기운 없애
淸詩爲洗心源濁(청시위세심원탁) : 맑은 시로 마음의 샘이 흐려진 걸 씻으려네.
騷人未要逃競病(소인미요도경병) : 시인은 아직 병과 겨룸을 회피하려 하지를 않고
禪老但喜聞剝啄(선노단희문박탁) : 선승은 다만 똑똑 소리를 듣는 것만 좋아하니
此生更得幾回來(차생갱득기회래) : 이내 인생에 몇 번이나 다시 올지 모르는 터라
從今有暇無辭數(종금유가무사수) : 이제부터 틈이 나면 자주 오길 사양치 않으리
* 함휘정(含暉亭) : 항주(杭州) 대자산(大慈山) 기슭에 있는 정자의 이름이다.
* 능소봉(凌霄峰) : 경산(徑山)의 주봉이다. 경산(徑山)은 항주성(杭州城) 서북쪽 50km 지점에 있다.
* 곽박(郭璞) : 276∼324)은 동진 때 지금의 산서성(山西省) 출신으로서 학식과 재주가 매우 뛰어났다. 특히 그는 어려운 고전인 이아(爾雅), 삼창(三蒼), 방언(方言), 산해경(山海經), 초사(楚辭), 목천자전(穆天子傳) 등에 각주(註)를 달았고, 풍수지리서의 經典이라 하는 장경(葬經. 금낭경(錦囊經))을 펴냈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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