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徑山道中次韻答周長官兼贈蘇寺丞(경산도중차운답주장관겸증소시승) : 소식(蘇軾)
경산으로 가는 도중에 주 현령의 시에 차운하여 회답하고 겸하여 소 시승에게 드리다.
年來戰紛華,漸覺夫子勝。欲求五畝宅,灑掃樂清凈。學道恨日淺,問禪慚聽瑩。
聊為山水行,遂此麋鹿性。獨遊吾未果,覓伴誰復聽。吾宗古遺直,窮達付前定。
糟醉方熟,灑面呼不醒。奈何效燕蝠,屢欲爭晨暝。不如從我遊,高論發犀柄。
溪南渡橫木,山寺稱小徑。幽尋自茲始,歸路微月映。南望功臣山,雲外盤飛磴。
三更渡錦水,再宿留石鏡。緬懷周與李,能作洛生詠。明朝二子至,詩律嚴號令。
籃輿置紙筆,得句輕千乘。玲瓏苦奇秀,名實巧相稱。九仙更幽絕,笑語千山應。
空巖側破甕,飛流灑浮磬。山前見亦,候吏鐃鼓競。我生本艱奇,塵土滿釜甑。
山禽與野獸,知我久蹭蹬。笑謂候吏還,禦虎吾有命。徑山雖雲遠,行李稍可並。
頗訝王子猷,忽起山陰興。但報菊花開,吾當理歸榜。
年來戰紛華(연래전분화) : 지난 몇 년 부귀영화 맘속으로 싸우다가
漸覺夫子勝(점각부자승) : 배운 도리로 이겨내며 차츰 편안해졌네.
欲求五畝宅(욕구오무택) : 크지 않은 땅을 구해 살 집을 지은 뒤에
灑掃樂淸淨(쇄소악청정) : 물 뿌려 소제하고 논밭 일구며 지내려네.
學道恨日淺(학도한일천) : 장생불사 배운 날 오래잖아 아쉽고
問禪慚聽瑩(문선참청형) : 참선은 할수록 의혹이 늘어 부끄럽네.
聊爲山水行(요위산수행) : 우선은 산과 강을 돌아다니며
遂此麋鹿性(수차미록성) : 사슴 같은 순한 마음 즐겨보려 하네.
獨遊吾未果(독유오미과) : 혼자서 다니는 걸 잘할 수가 없으니
覓伴誰復聽(각반수부청) : 누가 내 말 듣고 나와 함께 해주려나
吾宗古遺直(오종고유직) : 종씨인 소 현령은 옛사람의 풍도 지녀
窮達付前定(궁달부전정) : 곤궁과 현달 모든 것을 운명이라 여기네
餔糟醉方熟(포조취방숙) : 지게미술 마시고 불콰하게 술에 취해
灑面呼不醒(쇄면호불성) : 얼굴에 물 뿌려 불러도 깨어나지 않네.
奈何效燕蝠(내하효연복) : 뭣 때문에 제비와 박쥐가 하는 것처럼
屢欲爭晨暝(누욕쟁신명) : 끝도 없이 아침이니 저녁이니 다투겠는가!
不如從我遊(불여종아유) : 그러느니 나와 함께 놀러 다니며
高論發犀柄(고론발서병) : 쇠뿔 손잡이 잡아들고 고담준론 나눕시다
溪南渡橫木(계남도횡목) : 계곡 남쪽에 설치된 나무다리 건너서
山寺稱小徑(산사칭소경) : 다다른 곳 소경산의 태평사라 한다네.
(太平寺, 俗稱小徑山) 태평사는 속칭 소경산이라 한다.
幽尋自玆始(유심자자시) : 깊고 그윽한 옛 정취 찾아다니다가
歸路微月映(귀로미월영) : 돌아오는 길 둥근 달이 밝게 비치네.
南望功臣山(남망공신산) : 남쪽을 바라보니 공신산이 있는데
雲外盤飛磴(운외반비등) : 돌계단이 구름 밖까지 날아갈 듯 높이 있네.
三更渡錦水(삼경도금수) : 삼경에 비단 같은 금계를 건너가서
再宿留石鏡(재숙류석경) : 또다시 석경산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네.
緬懷周與李(면회주여이) : 주빈과 이행중이 몹시도 그립나니
能作洛生詠(능작낙생영) : 낙양 서생의 음영을 잘도 지었네.
明朝三子至(명조삼자지) : 내일 아침에 세 사람이 이르게 되면
詩律嚴號令(시율엄호령) : 시율을 엄격하게 호령하리니
籃輿置紙筆(람여치지필) : 남여에 종이와 붓을 놓아두었다가
得句輕千乘(득구경천승) : 시 한 구절을 얻는다면 천승을 가벼이 알리라
玲瓏苦奇秀(영롱고기수) : 영롱산은 참으로 기이하고도 빼어나서
名實巧相稱(명실교상칭) : 이름과 실물이 절묘하게 어울리네.
九仙更幽絶(구선경유절) : 구선산은 더구나 비길 데 없이 그윽하여
笑語千山應(소어천산응) : 웃고 이야기하노라면 뭇 산이 더 응수하리
空巖側破甕(공암측파옹) : 넓은 바위는 기울여 놓은 깨어진 독이고
飛溜灑浮磬(비류쇄부경) : 물줄기가 날아가 떠 있는 경쇠에 뿌려지리
山前見虎迹(산전견호적) : 산 앞에 호랑이의 발자국이 보이면
候吏鐃鼓競(후리뇨고경) : 접객관이 징과 북을 다투어 치네.
我生本艱奇(아생본간기) : 나의 인생은 본래부터 어렵고도 불우하여
塵土滿釜甑(진토만부증) : 가마솥과 시루에 먼지가 가득 찼다네.
山禽與野獸(산금여야수) : 산에 사는 새들과 들에 사는 짐승들도
知我久蹭磴(지아구층등) : 내가 발을 오랫동안 헛디딘 줄 알았건만
笑謂候吏還(소위후리환) : 웃으면서 접객관에게 돌아가라고 하였지
禦虎吾有命(어호오유명) : 호랑이를 만나도 내겐 살아날 운명이 있다네.
徑山雖云遠(경산수운원) : 경산이 비록 멀다고 하여도
行李稍可倂(행이초가병) : 행인들이 좀 모여서 함께 가면 된다고 하였네.
頗訝王子猷(파아왕자유) : 왕자유가 산음에서 눈이 갠 밤에 갑자기
忽起山陰興(홀기산음흥) : 친구를 찾아간 기분을 무척 의아해들 하네.
但報菊花開(단보국화개) : 국화가 피었다고 알려 주기만 하였어도
吾當理歸榜(오당리귀방) : 나는 당연히 귀향선을 손질하게 될 것이네.
이 詩는 동파가 항주통판으로 있던 희녕(熙寧) 6년(1073)에 쓴 것으로, 악청현령(樂淸縣令)으로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로부터 ‘주장관’으로 불리던 주빈(周邠)에게 쓴 차운시를 진사 급제 동기인 임안현령(臨安縣令) 소순거(蘇舜擧)에게도 보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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