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孫莘老求墨妙亭詩(손신노구묵묘정시) : 소식(蘇軾)
손신노가 묵묘정을 노래한 시를 요구하여
蘭亭繭紙入昭陵,世間遺跡猶龍騰。顏公變法出新意,細筋入骨如秋鷹。
徐家父子亦秀絕,字外出力中藏棱。嶧山傳刻典刑在,千載筆法留陽冰。
杜陵評書貴瘦硬,此諭未公吾不憑。短長肥瘠各有態,玉環飛燕誰敢憎。
吳興太守真好古,購買斷缺揮縑繒。龜跌入座螭隱壁,空齋晝靜聞登登。
奇蹤散出走吳越,勝事傳說誇友朋。書來乞詩要自寫,為把栗尾書溪藤。
後來視今猶視昔,過眼百世如風燈。他年劉郎憶賀監,還道同是須服膺。
蘭亭繭紙入昭陵(난정견지입소릉) : 견지에 쓴 ⟪난정집서⟫ 소릉 안에 묻혔지만
世間遺迹猶龍騰(세간유적유룡등) : 세상에 전하는 왕희지 필적 날아오르는 용과 같네.
顔公變法出新意(안공변법출신의) : 안진경이 창제한 서법 새로운 뜻을 드러내니
細筋入骨如秋鷹(세근입골여추응) : 살 붙은 뼈 힘찬 모습 가을날의 독수리 같네.
徐家父子亦秀絶(서가부자역수절) : 서교지 부자의 서법 또한 빼어나게 아름다워
字外出力中藏稜(자외출력중장릉) : 힘찬 글자 속에다 날카로운 칼끝을 감춰뒀고
嶧山傳刻典刑在(역산전각전형재) : 이사가 쓴 역산석각 본보기로 남았다가
千載筆法留陽氷(천재필법류양빙) : 당나라 때 이양빙에게 천년 필법 전해졌네.
杜陵評書貴瘦硬(두릉평서귀수경) : 두자미는 가늘고 힘찬 글자 귀한 것으로 여겼지만
此論未公吾不憑(차론미공오불빙) : 이 말은 공평하지 않아 나는 따를 생각 없네.
短長肥瘦各有態(단장비수각유태) : 길고 짧고 마르고 살찌고 각각의 자태가 있는 건데
玉環飛燕誰敢憎(옥환비연수감증) : 풍만한 양옥환 날씬한 조비연 누구를 싫다고 하겠는가?
吳興太守眞好苦(오흥태수진호고) : 오흥 태수 손신로는 옛것을 참으로 좋아하여
購買斷缺揮縑繒(구매단결휘겸증) : 비단까지 풀어가며 깨진 조각까지 사들여서
龜趺入座螭隱壁(구부입좌리은벽) : 거북 받침과 뿔 없는 용 정자 안팎에 갖춰두고
空齊畵靜聞登登(공제화정문등등) : 한낮에 조용한 방에서 비석을 두드려 소리 듣네.
奇踪散出走吳越(기종산출주오월) : 기이한 자취 벗에게 주려고 오월 땅을 돌아보고
勝事傳說誇友朋(승사전설과우붕) : 전해오는 재미난 일 자랑하듯 말하더니
書來乞詩要自寫(서래걸시요자사) : 글을 보내 시 한 수 지어달라 말하기에
爲把栗尾書溪藤(위파률미서계등) : 족제비털 붓을 들어 섬계지에 시를 쓰네.
後來視今猶視昔(후래시금유시석) : 이다음에 지금을 보면 지금을 옛날이라 말할 텐데
過眼百世如風燈(과안백세여풍등) : 눈앞을 지나는 백 년 세월 바람 앞의 등불 같고
他年劉郞憶賀監(타년유랑억하감) : 그때 사람들 유우석이 하감을 추억하듯 할 것인데
還道同時須服膺(還道同時須服膺) : 함께 지내지는 못했지만 마음속에 새기기를 바라네.
동파가 항주통판(杭州通判)으로 있던 희녕 5년(1072) 8월 작이다.
* 孫莘老 : 장쑤(江蘇) 고우(高郵) 사람. 동파의 벗 손각(孫覺)(자字 신로莘老)을 가리킨다. 황정견(黃庭堅)의 장인이기도 하다.
* 墨妙亭(묵묘정) : 손신로가 오흥태수(吳興太守)로 와서 관사 부근에 세웠던 정자의 이름이다.
* 蘭亭(난정): 동진(東晉) 때 위대한 서법가 왕희지(王羲之 303~361 또는 321~379)가 쓴 ⟪난정집서蘭亭集序⟫를 가리킨다. 당태종(唐太宗)이 ⟪난정집서⟫ 진적(眞迹)을 무덤 속으로 가져갔다고 할 만큼 왕희지의 서체를 지극히 좋아하였다. ‘繭紙’는 고대에 서화용(書畵用)으로 사용했던 종이를 가리킨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난정집서蘭亭集序⟫도 이 종이에 쓴 것이라 한다. ⟪북호록北戶錄⟫에서 ‘晉宋間有一種紙, 長丈餘, 世謂蠻紙(진송 연간에 사용했던 길이가 한 장 남짓 되는 종이로 사람들이 만지라고 불렀다).’라고 했고, 소식(蘇軾)도 「答王定民」이란 시에서 ‘欲寄鼠鬚并繭紙, 請君長草賦黃樓(쥐털로 만든 붓과 좋은 종이 보낼 테니 / 장초로 「황루부」 한 편 써서 보내주게)’라고 하였다. ‘昭陵’은 당태종(唐太宗)의 능묘를 가리키는데, 섬서(陝西) 예천(醴泉) 구종산(九嵕山)에 있다. 소릉육준(昭陵六駿)으로 불리는 석각(石刻)이 유명하다.
* 世間遺迹: ⟪난정집서⟫를 탁본으로 뜬 것 같은 왕희지의 서법 유적을 가리킨다. 당태종이 탁본으로 만든 ⟪난정집서⟫를 귀족들과 근신들에게 나눠주었다고 전한다. ‘龍騰’은 양무제(梁武帝)가 왕희지의 글자를 평할 때 ‘용이 천문으로 뛰어오르는 것 같고 호랑이가 봉황각에 앉아 있는것 같다(如龍躍天門, 虎臥鳳閣)’고 한 것을 가리킨다.
* 顔公變法 : 당조(唐朝) 때 서법가 안진경(顔眞卿 709~784)이 창안한, 풍만함 속에서도 근골(筋骨)이 깃들어 보이는 새로운 서체를 가리킨다. 안체(顔體)로 불린다.
* 細筋入骨 : 안진경의 서체가 살집 속에서도 골기가 있는 것을 가리킨다. 옛 서법가들이 안진경과 유공권(柳公權)의 서체의 특징을 ‘顔筋柳骨’이라고 했을 만큼 안진경의 서체에는 살집이 있었다.
* 徐家父子 : 당조(唐朝) 때 서법가 서교지(徐嶠之)ㆍ서호(徐浩 703~783) 부자를 가리킨다. 아들인 서호의 명성이 훨씬 높았다.
* 藏棱(장릉) : 날카로움을 감춘 채 소박하면서도 굳센 기운을 드러내는 필세를 가리킨다.
* 繹山(역산) : 진시황(秦始皇) 28년에 동쪽 군현을 순시할 때 산동(山東) 추성(趨城) 동남쪽에 있는 역산(繹山)에 올라 공을 새긴 석각비를 세웠다. 석각의 문장은 이사(李斯)가 전서(篆書)로 썼다. ‘典刑’은 본보기, 즉 ‘典型’과 같다. 두보(杜甫)가 「李潮八分小篆歌」란 시에서 ‘嶧山之碑野火焚, 棗木傳客非失眞(약산의 비석은 들불에 타 부서지고 / 대추나무에 쓰여 전하는 글씨 살이 쪄서 참모습 잃었네)’이라고 했다.
* 杜陵 : 두보가 「李潮八分小篆歌」란 시에서 ‘書貴瘦硬方通神(글씨란 가늘고 힘찬 것이 귀하고 귀신과도 통한다)’이라고 한 것을 인용한 것이다.
* 陽氷 : 당조(唐朝)의 서법가 이양빙(李陽氷 ?~?)을 가리킨다. 소전(小篆)에 능했다.
* 杜陵 : 두보(杜甫)가 자신을 스스로 두릉야로(杜陵野老)라고 불렀는데, 자신의 시 「李潮八分小篆歌」란 시에서 ‘書貴瘦硬方通神(글씨는 마르고 굳건해야 귀하고 신령과도 통할 수 있다)’이라고 한 것을 가리킨다.
* 玉環飛燕(옥환비연) : 당헌종(唐憲宗)의 사랑을 차지한 귀비 양옥환(楊玉環)은 풍만한 여인이었고, 한성제(漢成帝)의 총애를 받아 황후가 된 조비연(趙飛燕)은 몸매가 가늘고 날씬하였다.
* 吳興太守 : 신로 손각(孫覺)을 가리킨다. 이때 호주태수(湖州太守)로 있었다. 오흥은 호주의 옛 지명이다.
* 斷缺(단결) : 비석이 부서져 조각난 것을 가리킨다. 비단을 뜻하는 ‘縑繒’은 여기서 재물을 대신하는 뜻으로 쓰였다.
* 龜趺(구부) : 거북 모양으로 생긴 비좌(碑座), 즉 비석의 받침대를 가리킨다. ‘螭(리)’는 전설 속 뿔이 없는 용(龍)을 가리킨다. 고대에 ‘螭’를 조각하여 장식으로 사용했다.
* 登登 : 비석을 두드렸을 때 나는 소리를 가리킨다.
* 奇踪 : 손각(孫覺)이 탁본을 벗들에게 나눠준 것을 가리킨다.
* 栗尾(율미) : 족제비 털로 만든 붓의 이름이다. ‘狼毫(낭호)’라고도 한다.
* 溪藤(계등) : 섬계(剡溪)에서 나는 오래된 등나무로 만든 종이의 이름이다. ‘剡紙(섬지)’ 또는 ‘剡藤(섬등)’이라고도 한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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