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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는 꽃이 피네
*** 詩 ***/東坡居士 蘇軾 詩

監試呈諸試官(감시정제시관) : 소식(蘇軾)

by 산산바다 2022.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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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監試呈諸試官(감시정제시관) : 소식(蘇軾)

         과거시험을 감독하다가 여러 고시관에게 보이다

 

我本山中人寒苦盜寸廩文辭雖少作勉強非天廩

既得旋廢忘懶惰今十稔麻衣如再著墨水真可飲

每聞科詔下白汗如流瀋此邦東南會多士敢題品

芻蕘盡蘭蓀香不數葵荏貧家見珠貝眩晃自難審

緬懷嘉祐初文格變已甚千金碎全璧百衲收寸錦

調和椒桂釅咀嚼沙礫磣廣眉成半額學步歸踔踸

維時老宗伯氣壓群兒凜蛟龍不世出魚鮪初驚淰

至音久乃信知味猶食椹至今天下士微管幾左衽

謂當千載後石室祠高朕爾來又一變此學初誰諗

權衡破舊法芻豢笑凡飪高言追衛樂篆刻鄙曹沈

先生周孔出弟子淵騫寢卻顧老鈍軀頑樸謝鐫鋟

諸君況才傑容我懶且噤聊欲廢書眠秋濤喧午枕

 

 

我本山中人(아본산중인) : 나는 본래 산속에서 살던 사람이건만

寒苦盜寸廩(한고도촌름) : 춥고 괴로움에 국고를 조금 축내었네.

文辭雖少作(문사수소작) : 문장을 비록 조금 짓기는 했지마는

勉强非天稟(면강비천품) : 억지로 지은 거지 타고난 게 아니네.

旣得旋廢忘(기득선폐망) : 벼슬자리 얻자마자 이내 잊어버린 채

懶惰今十稔(나타금십임) : 게으름을 피운 지가 올해로 십 년이네.

麻衣如再著(마의여재저) : 만약에 다시 한번 베옷을 입는다면

墨水眞可飮(묵수진가음) : 참으로 먹물을 마셔도 쌀 것이로다

每聞科詔下(매문과조하) : 과거를 시행하라는 어명이 내렸단 말 들을 때마다

自汗如流瀋(자한여류심) : 식은땀이 팥죽처럼 주룩주룩 흐르네.

此邦東南會(차방동남회) : 이 나라의 동남쪽 도회지에서

多士敢題品(다사감제품) : 뭇 선비들을 내가 감히 품평한다네.

芻蕘盡蘭蓀(추요진란손) : 소 꼴과 땔나무도 죄다 난초와 창포인지라

香不數葵荏(향불수규임) : 아욱이나 들깨 따위는 향초로 칠 수도 없네.

貧家見珠貝(빈가견주패) : 가난한 집 사람이 진주를 보게 되면

眩晃自難審(현황자난심) : 눈이 부셔서 스스로 분간하기 어려운 꼴이네.

緬懷嘉祐初(면회가우초) : 저 멀리 가우 시절 초기의 일을 생각하니

文格變已甚(문격변이심) : 문장의 격조가 이미 많이 바뀌었었네.

千今碎全壁(천금쇄전벽) : 옛날에는 천 금짜리 온전한 벽옥을 깨 버리고

百衲收千錦(백납수천금) : 백 번 기워 이어 붙인 비단 쪽이나 거두었네.

調和椒桂釅(조화초계엄) : 맛을 내어 산초나 계피의 향기는 진하지만

咀嚼沙礫磣(저작사력참) : 씹어 보면 음식 속에 돌이 섞여 있었네.

廣眉成半額(광미성반액) : 눈썹을 넓혀서 이마의 반이나 차지하고

學步歸踔踸(학보귀탁침) : 걸음을 배우느라 절룩거리며 돌아갔었지

維時老宗伯(유시노종백) : 그 당시 연로하신 예부시랑은

氣壓群兒凜(기압군아름) : 사람들을 압도하는 늠름한 기세로다.

蛟龍不世出(교룡불세출) : 교룡은 세대마다 나타나는 게 아닌지라

魚鮪初驚淰(어유초경심) : 고기들이 처음으로 깜짝 놀랐네.

至音久乃信(지음구내신) : 아름다운 음악은 오래 지나도 믿을 만하고

知味猶食椹(지미유식심) : 맛을 아는 사람은 오디도 먹는다네.

至今天下士(지금천하사) : 오늘날에 이르러 천하의 선비들이

微管幾坐袵(미관기좌임) : 관중이 없었다면 옷깃을 왼쪽으로 여밀 뻔했네.

謂當千載後(위당천재후) : 말을 하노니 지금부터 천년이 지난 뒤에

石室祠高眹(석실사고진) : 석실에서 고진에게 제사를 지내리

爾來又一變(이래우일변) : 그런데 근래에 또 한 번 바뀌었으니

此學初誰諗(차학초수심) : 이 학문을 이제는 그 누가 생각하리오

權衡破舊法(권형파구법) : 권력을 잡은 자들이 구법을 무너뜨리니

芻豢笑凡飪(추환소범임) : 하찮은 짐승들이 보통의 먹이를 보고 웃네.

高言追衛樂(고언추위락) : 큰소리를 치면서 위개와 약광을 뒤따르고

篆刻鄙曹沈(전각비조심) : 조식과 심약의 작품을 전각이라고 천시하네.

先生周公出(선생주공출) : 선생인 주공과 공자는 나가시고

弟子淵騫寢(제자연건침) : 제자인 안연과 민자건은 잠을 자네.

却顧老鈍軀(각고노둔구) : 노둔한 이 몸을 돌이켜 보니

頑樸謝鐫鋟(완박사전침) : 완고하고 투박하여 아로새기길 사절했네.

諸君況才傑(제군황재걸) : 그대들은 더구나 나보다 뛰어난 인걸이지만

容我懶且噤(용아나차금) : 내가 게으르고 말 못해도 용서 바라네.

聊欲廢書眠(료욕폐서면) : 아쉬운 대로 바라는 건 책을 덮고 낮잠을 자면

秋濤春午枕(추도춘오침) : 베게 밑에서 파도가 절구질하는 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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