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石蒼舒醉墨堂(석창서취묵당) : 소식(蘇軾)
석창서의 취묵당
人生識字憂患始,姓名粗記可以休。何用草書誇神速,開卷戃怳令人愁。
我嘗好之每自笑,君有此病何年瘳!自言其中有至樂,適意無異逍遙遊。
近者作堂名醉墨,如飲美酒消百憂。乃知柳子語不妄,病嗜土炭如珍羞。
君於此藝亦云至,推牆敗筆如山丘。興來一揮百紙盡,駿馬倏忽踏九州。
我書意造本無法,點畫信手煩推求。胡為議論獨見假,隻字片紙皆藏收。
不減鍾張君自足,下方羅趙我亦優。不須臨池更苦學,完取絹素充衾裯。
人生識字憂患始(인생식자우환시) : 인생에 있어 글자를 아는 건 우환의 시작
姓名粗記可以休(성명조기가이휴) : 이름 석 자 대충 쓰면 그만두어도 되는데
何用草書誇神速(하용초서과신속) : 초서가 달필이라고 자랑해서 무엇하리
開卷惝怳令人愁(개권창황령인수) : 책을 펴면 울적하게 걱정이 쌓이게 할 것을
我嘗好之每自笑(아상호지매자소) : 내 일찍이 그것을 좋아해 혼자 웃곤 했었지
君有此病何能廖(군유차병하능료) : 그대에게 이 병 있으니 어떻게 고치려나
自言其中有至樂(자언기중유지락) : 그 속에 더 없는 즐거움이 있나니
適意不異逍遙遊(적의불이소요유) : 마음에 맞으면 소요유(逍遙遊)와 같다네.
近者作堂名醉墨(근자작당명취묵) : 근래에 당을 지어 먹 향에 취하는 집이라 이름하니
如飮美酒消百憂(여음미주소백우) : 맛있는 술을 마셔 온갖 근심 없애는 것 같네
乃知柳子語不妄(내지유자어불망) : 유선생 말씀 그르지 않음을 이제야 알겠거니
病嗜土炭如珍羞(병기토탄여진수) : 병이 들면 토탄(土炭)을 진수처럼 좋아한다 했네
君於此藝亦云至(군어차예역운지) : 그대 또한 이 예술에 조예가 지극하니
堆牆敗筆如山丘(퇴장패필여산구) : 담장 밑에 쌓인 몽당붓이 산더미 같도다
興來一揮百紙盡(흥래일휘백지진) : 흥이 나서 한 번 휘두르면 종이 백장 다 써버려
駿馬倏忽踏九州(준마숙홀답구주) : 준마가 갑자기 구주를 밟고 다니는 듯하네.
我書意造本無法(아서의조본무법) : 내 글씨는 내 멋대로라 본래 법도가 없고
點畵信手煩推求(점화신수번추구) : 손 가는 대로 점획을 그릴뿐 법도 따르기 귀찮아하네.
胡爲議論獨見假(호위의논독견가) : 무엇 때문에 평판은 내게 유독 관대하여
隻字片紙皆藏收(척자편지개장수) : 글자 한 자 종이 한쪽도 모두 간수 하나
不減鍾張君自足(불감종장군자족) : 종요와 장지에 안 뒤지니 그대는 스스로 만족하고
下方羅趙我亦優(하방라조아역우) : 나휘와 조습에 비하면 낫다고 여긴다네.
不須臨池更苦學(불수림지갱고학) : 연못가에 나아가 더욱 힘들여 배우려 하지 말고
完取絹素充衾裯(완취견소충금주) : 비단 천 온전히 가져다 이불로나 쓰게나
* 珍羞(진수) : 진귀하고 맛있는 음식
* 종요(鍾繇)와 장지(張芝)는 서예의 빼어남(絶)이 있음
* 나휘(羅暉)와 조습(趙襲)은 글씨가 좋지 않았을 뿐 아니라 스스로의 글씨에 대해 높게 평가한 것으로 웃음거리가 되었다.
* 소요유(逍遙遊) : 장자가 말한 '소요유(逍遙遊)'에는 글자의 어디를 뜯어봐도 바쁘거나 조급한 흔적이 없다. '소(逍)' 자는 소풍 간다, '요(遙)' 자는 멀리 간다, '유(遊)' 자는 노닌다는 뜻이다.
소요유는 묘하게도 글자 세 개가 모두 책받침 변(辶으)로 되어 있다. 책받침 변(辶)은 원래 ‘착(辵)’에서 온 글자인데, ‘착’이란 그 뜻이 ‘쉬엄쉬엄 갈 착(辵)’이다.
그러니 ‘소요유’를 제대로 하려면 내리 세 번을 쉬어야 한다.
갈 때 쉬고,
올 때 쉬고,
또 중간에 틈나는 대로 쉬고! 참 기막힌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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