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太白山下早行至橫渠鎮書崇壽院壁(태백산하조행지횡거진서숭수원벽) : 소식(蘇軾)
태백산 내려와서 바로 횡거진에 있는 숭수원으로 가서 시를 지어 벽에 쓰다.
馬上續殘夢,不知朝日開。亂山橫翠幛,落月淡孤燈。
奔走煩郵吏,安閑愧老僧。再遊應眷眷,聊亦記吾曾。
馬上續殘夢(마상속잔몽) : 전날 밤 모자란 잠 말 위에서 자다가
不知朝日昇(부지조일승) : 어느새 아침 해가 솟아올랐네.
亂山橫翠嶂(난산횡취장) : 짙푸른 산들은 가로로 친 비취 병풍이고
落月澹孤燈(낙월담고등) : 등불 같던 달은 혼자 말없이 자고 있네.
奔走煩郵吏(분주번우리) : 분주한 역참 아전 번거롭게 만들었고
安閑愧老僧(안한괴노승) : 편안하고 한가로운 노승에겐 부끄럽네.
再遊應眷眷(재유응권권) : 놀던 일 돌아보고 다시 놀러 왔으니
聊亦記吾曾(료역기오증) : 옛날에 다녀간 일도 그런대로 기억이 나네.
* 橫渠鎭(횡거진) : 지명. 산시(陝西) 미현(眉縣) 동쪽에 있고 남쪽으로는 진령(秦嶺)에 기대고 북쪽으로는 위하(渭河)를 대하고 있다.
* 崇壽院(숭수원) : 고려 의종(毅宗) 때의 원(院). 평주(平州)에 위치 하고 있으며, 서쪽에 정자가 있고 남쪽으로는 계곡이 있었음. 의종 22년(1168)에 임금이 이곳에서 재상들과 시신(侍臣)들을 불러 주연(酒宴)을 베품. 횡거진에 있던 사원으로 유불도(儒佛道) 삼교(三敎)를 합일하여 신앙하던 곳이었다. 송대(宋代)에 관학(關學)을 창립한 장재(張載)의 강학과 인연이 있던 곳으로 나중에는 횡거서원(橫渠書院)으로 개명하였다.
* 殘夢(잔몽) : 어수선하여 온전하지 못한 꿈을 가리킨다. 잠이 모자란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 亂山(난산) : 맥을 이루지 않고 높고 낮은 산들이 어지럽게 솟아 있는 것을 가리킨다.
* 郵吏(우리) : 옛날 역참(驛站)에 소속된 소리(小吏), 즉 구실아치를 가리킨다.
* 眷眷(권권) : 그리워서 자꾸만 돌아보는 것을 가리킨다. 뜻이 한결같은 것을 가리킨다.
소식은 제과 고시에 급제한 그해에 바로 대리 평사, 첨서봉상부판관을 제수받았고, 위 시는 이듬해인 가우 7년(1062) 2월, 관중(關中) 지역에 반년 넘게 가뭄이 들어 그 피해가 심해지자 황제의 명령으로 태백산에 올라 기우제를 지낸 뒤, 산을 내려와 숭수원에 들렀을 때 시를 지어 사원 벽에 적은 것이다.
말 위에서 잠을 잤다고 한 것을 보면 이른 시간에 산에서 내려온 것일 텐데 말을 관리하는 역리들이 윗사람들을 수행하느라 동분서주하는 것을 보며 미안해하고 찾아온 관리들 때문에 수행에 지장을 받았을 수행자들에게도 민망해하는, 심성 고운 스물일곱 젊은 관리 소식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듯하다.
* 타이바이산(太白山) : 중국 산시성(陝西省) 중부 웨이허강(渭河) 남쪽에 있는친링 산맥(秦嶺山脈)의 주봉(主峰). 해발 고도 3,767m. 산꼭대기에는 늘 눈이 있으며, 각종 빙하 지형이 나타난다. 식생의 수직 변화가 뚜렷하다. 산의 아름다운 경치는 이백(李白) 등 당(唐)나라 시인들이 자주 시로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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